2017년 후에 세종학당 1학기
후에 세종학당에 온 지 3주가 폭풍처럼 지나가고 1학기 수료식이 되었다. 후에 세종학당은 수료식과 문화 행사를 같이 했다. 수료식은 후에대학교 본관 강당에서 진행했다. 1학기 문화행사 주제는 ‘한복 입기 체험’과 ‘k-pop’ 경연대회였다.
수료식을 하기 전에는 1학기 성취도 평가와 강의 평가 결과를 정리하고, 수료증과 우수 수강생의 상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수료식에 쓸 케이크와 간식, 상품도 준비했다. 물론 운영요원 선생님께서 대부분 하시는 것을 옆에서 보조하는 정도였는데, 그런데도 일이 많아 정말 바빴다.
수료식 전날에는 행사장에 가서 장비와 무대를 점검했다. 그리고 당일에는 아침 일찍 가서 수료증과 상장, 상품과 한복 등 수료식에 필요한 물품들을 행사장에 갖다 놓고 행사장을 꾸몄다. 우리 파견 교원과 운영요원, 4명의 현지 교원, 자원봉사로 온 학생들 4~5명까지 정말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현지 선생님께서 아침도 못 먹고 일하는 우리를 위해 간단한 베트남식 빵을 사 오셔서 그걸로 힘을 내서 일을 했다. 고생한 만큼 학생들이 만족할만한 수료식이 되길 바랐다.
학당장님의 1학기 수료 축하 인사가 끝나고 우수 학습자 시상 등 수료식 과정이 끝난 후 K-POP 경연대회가 열렸다. 후에 세종학당 수강생이 아니어도 참가할 수 있는 대회였는데 생각보다 많이 참가해서 공연을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해야 했다. 2부는 나와 현지 선생님께서 사회를 봤다. 대회에서 사회를 맡는 건 처음이었는데, 공연이 재미있어서 그런지 별로 긴장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비스트의 ‘On rainy day’, 에이핑크의 ‘Hopefully sky’, 제이레빗의 ‘요즘 너 말야’, 이선희의 ‘인연’ 등 다양한 노래를 불렀는데, 어떤 참가자는 정말 한국 사람이 부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불렀다.
K-POP 경연 대회와 심사가 끝나고 한복 입기 체험을 진행했다. 한복이 수료식에 온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입을 정도로 많지 않아서 수강생들만 반별로 차례대로 입게 했다. 학생들은 어서 빨리 자기 차례가 되어 한복을 입기를 기다렸다.
우리 파견 교원은 무대 위에서 학생들에게 한복을 어떻게 입는지 알려 주고 시범도 보여 줬다. 하지만 결국 학생들이 스스로 옷고름을 매지 못해 일일이 한복을 입은 학생들에게 뛰어가서 고름을 매어 주어야 했다. 내가 고름을 고쳐 주자 여기저기서 “선생님! 저도요!”, “선생님, 이거 맞아요?” “선생님 선생님!”라고 하며 내 주위를 둘러쌓았다.
예쁘게 한복을 입은 학생들은 건물 안과 밖에서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날씨가 화창해서 사진을 찍기 딱 좋은 날이었다. 한복을 드레스처럼 펼치기도 하고 손으로 꽃받침 포즈를 하기도 하며 신나게 모델 놀이를 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학생들에게 불려 다녔다.
나는 학생들의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고 같이 찍기도 하며 돌아다녔는데, 나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한 학생 중에는 내가 가르치지 않은 학생, 후에 세종학당 학생이 아닌데 친구 손에 이끌려 온 학생도 많았다.
행사 마지막으로는 한복을 입은 학생 입지 않은 학생이 다 무대 위로 올라가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문화행사가 끝나고 우리는 학당으로 돌아와 학생들에게 수료증을 나눠줬다. 행사장에서는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수료증은 교실로 돌아와서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조각 케이크와 음료 등의 간식을 주고 수료증을 나눠 주고 또 단체 사진을 찍고... 그렇게 즐겁고 정신없었던 수료식 겸 문화행사가 끝났다.
학생들은 저마다 그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바빴다. 학생들이 올린 글에는 새로 오신 한국 선생님들이 친절하셨고, 우리와 같이 사진을 찍어서 좋았다는 말도 있었다.
행사를 한창 할 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잘 몰랐는데, 행사가 끝나고 학생들이 올린 사진을 보니 한복도, 한복을 입고 행복해하는 학생들도 너무 예뻤다. 힘들었던 만큼 보람이 있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