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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Apr 15. 2021

환상적이었던 후에 축제, 그리고 다시 2학기

2017년 후에 세종학당

4월 30일은 베트남의 해방기념일이고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후에에서는 이날을 기념하여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대축제를 한다. 특이한 점은 홀수 해와 짝수 해의 축제 규모가 다르다는 것이다. 짝수 해에 행사를 더 크게 한다고 하는데, 2017년 홀수 해에 축제를 처음 본 나는 대체 이게 작은 행사면 내년에는 얼마나 크게 한다는 건지 상상이 안 되었다. 그만큼 나의 첫 후에 축제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4월 29일 토요일에 후에 세종학당 수료식 및 문화행사가 끝나고 5월 2일까지 내리 휴일이었다. 학생들은 수료식이 끝나고 나에게 축제 기간에 뭐 할 거냐고 계속 물어봤는데, 나는 수료식이 끝난 후여서 조금 쉬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초급 학생들은 꼭 나와 축제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고, 그래서 결국 축제 마지막 날인 5월 2일에 초급 학생들과 만나서 놀기로 약속했다.


일요일은 낮까지 집에서 뒹굴거리며 쉬었는데, 푹 쉬어서 그런지 슬슬 축제가 궁금해졌다. 학생들이 축제 전야제인 토요일 밤에 축제를 기념해서 야간 개장을 한 고궁(Đại Nội)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꽤 재미있어 보였다. 평소에는 고궁 입장권이 꽤 비싼 편인데 축제 기간 동안 야간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나와 김 선생님은 저녁에 ‘축제 구경을 조금이라도 해 보고 공짜로 야간 고궁도 구경하자’는 생각으로 학당 앞 향강(香江. Sông Hương) 산책로에 있는 국학 광장(bia quốc học)으로 갔다.


국학 광장은 메인 행사가 열리는 곳이었다. 광장에 가 보니 평소에는 개방돼 있는 광장에 펜스가 세워져 있었고 사람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도 입장권을 구매해서 들어갔다. 무슨 공연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개막식 겸 패션쇼였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전통의상 패션쇼였는데 미얀마 · 캄보디아 · 라오스 등 여러 나라의 화려한 전통의상과 갈대로 예쁘게 꾸며진 무대와 이국적인 배경 음악이 어우러져 매우 인상적이었다. 각종 풍등과 네온사인으로 꾸미고 축제 분위기로 달아오른 향강 거리도 매우 아름다웠다.


국학 광장 축제 개막식 및 패션쇼


화려한 조명으로 예쁘게 꾸며진 향강 주변 거리


국학 광장 패션쇼를 즐긴 후에는 고궁으로 갔는데, 고궁에서는 학생들의 페이스북에서 보던 것처럼 여러 행사를 하고 있었다. 역시 풍등과 조명으로 고궁 곳곳을 아름답고 고풍스럽게 꾸며 놨고, 중앙에서는 무용단이 불막대를 들고 화려한 춤을 추는 등 여러 공연을 했다. 고궁 앞 잔디밭에서는 열기구를 띄우는 행사도 했다. 고궁에서의 화려한 볼거리가 1학기를 정신없이 보내고 집이 없어 2성급 호텔 생활을 하는 우리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고궁 야간 개장
고궁 앞 잔디밭에서 열린 열기구 행사. 저 열기구에 탈 수도 있었다.



5월 2일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약속했던 대로 초급 학생들과 같이 시간을 보냈다. 먼저 베트남 식당에 가서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 나왔다. 학생들이 나에게 음식을 설명해 주며 먹는 방법도 가르쳐 줬는데 정말 맛있었다. 내가 맛있게 먹으니 학생들도 뿌듯해했다.


(좌) ốc nhồi thịt. 쪄서 먹는 것이었는데, 만두 소와 비슷한 맛이 난다 /(우) Flan , thạch rau câu. 초코와 바닐라 맛 푸딩인데 얼음과 같이 먹는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야시장에 갔다. 야시장은 짱띠엔 다리(Cầu Tràng Tiền) 옆에서 열렸다. 짱띠엔 다리는 후에의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연결해주는 다리로 후에의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이다. 학생들은 야시장에서 나한테 망고를 사 줬는데 내가 알던 흐물흐물하고 단맛이 나는 망고가 아니었다. 단단하고 신맛이 나는 망고를 막대 모양으로 세로로 자른 것이었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보통 그런 망고를 소금에 찍어 먹었다. 나는 식당에서 그랬던 것처럼 처음 보는 음식에 매우 신기해했고 학생들은 그런 나를 보며 재미있어했다.

짱띠엔 다리와 야시장
야시장 풍경들


우리는 야시장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경하고 행사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야시장은 향강 산책로에 길게 뻗어 있었는데, 우리는 야시장 입구부터 끝까지 계속 걸어 다니며 야시장을 구석구석 구경했다. 학생들은 나에게 부족한 한국어로 신나게 야시장 물건들을 소개해 주느라 바빴다. 학생들은 나에게 베트남 문화와 음식 등을 소개해 주는 것을 재미있어하고 또 거기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학생이 태워주는 오토바이를 타고 밤늦게 호텔에 와서 씻고 침대에 누우니 ‘참 행복하다, 나는 복 받은 선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월 둘째 주, 짧은 휴식 기간이 끝나고 2학기가 개강했다. 2학기에 내가 맡은 수업은 세종한국어 1권, 2권, 5권 반이었다. 후에 세종학당에서는 항상 학기가 처음 시작하는 날 수업 시작 30분 전에 개강식을 한다. 개강식은 간단하게 한다. 학당장님이 간단하게 인사 말씀을 하시고 세종학당 선생님들을 소개하신 후에 케이크를 자르고 준비한 간식과 케이크를 같이 나눠 먹는다. 그 후에 각자의 교실로 이동을 해서 첫 수업을 시작한다. 2017년 2학기 첫 수업은 초급 2권 반 수업이었다. 나는 학생들을 교실로 인솔하고 정식으로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2권을 가르칠 한국어 선생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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