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3학기가 시작됐다. 이번 학기도 역시 많은 학생들이 신청했다. 시끌벅적한 개강식을 마치고 이번 학기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갈 학생들을 만나니 언제나 그랬듯이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 학기가 후에에 있었던 약 2년 중에서 제일 바쁘고 힘들었던 시기가 되었다.
개강식 케이크
3학기에 내가 맡은 반은 초급 2권 두 개 반과 3권 반 하나, 그리고 토픽Ⅱ(TOPIK. 한국어능력시험. 시험은 초급 단계인 토픽Ⅰ 과 중고급 단계인 토픽Ⅱ로 나뉘어있다.) 반이었다. 토픽 반은 5주 과정 반으로, 당장 10월에 있는 토픽 시험을 준비하는 반이었다. 전에도 토픽 수업을 가르친 적은 있으나 정규 수업이 끝난 후 동아리 형식으로만 가르쳤기 때문에 토픽을 정규로 가르치는 건 처음이었다. 수업 목표는 토픽 3~4급에 합격하는 것이었다. 5주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한다고 토픽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시험 결과가 안 좋으면 내 잘못이 아니어도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이번 학기는 지난 학기보다 수업 준비에 더 예민했다.
그런데 수업 준비보다 더 신경을 곤두세운 일은 9월 말에 열리는 '한국-베트남 문화교류행사 및 한글날 기념 제4회 글짓기 대회'였다.말 그대로 베트남의 전국 세종학당에서 참가하는 행사로, 후에 세종학당은 4년째 이 행사를 하고 있었다. 베트남 전국 세종학당에서 예선을 통과한 학생들(최대 3명)과 인솔 교원들이 후에에 와서 1박 2일 동안 글짓기 대회 및 문화 교류 행사에 참가한다. 글짓기 대회 자체도 신경 쓸 것이 많았지만, 대회가 1박 2일 진행되는 만큼 준비할 것이 많았다.
대회에 나가는 우리 학당 대표 학생들의 글쓰기를 봐주는 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은 정말 많았다. 물론 대부분 행정 교원이 고생했다. 우리도 행정 교원의 일을 많이 보조했지만, 호텔과 비행기표 예약, 행사 초청 공연 섭외 등 우리가 도와줄 수 없는 부분도 많이 있어서 미안했다.
행사 일주일 전부터는 매일 초과근무를 했고 하루 전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대회 준비를 해야 했다. 대회 때 쓸 소품, 기념품 등을 확인하고 포장하고 환영식과 본행사 사회 대본을 준비하고 행사 장소를 확인하고 꾸미고, 글짓기 대회를 치를 교실을 정리하고 등등... 대회 진행을 위해 우리 학당에서 뽑은 봉사자들과 같이 준비했는데도 손이 부족했다.
드디어 대회 1일 차, 전국 세종학당에서 교원들과 학생들이 왔다. 우리 봉사자들은 후에 공항과 기차역에 마중 나가 각 학당에서 오신 손님들을 호텔로 안내했다. 손님들은 호텔 로비에서 행사 기념품과 명찰, 일정표 등을 받고 방에서 잠시 쉬다가 저녁에 호텔 연회장으로 왔다. 1일 차 저녁에는 연회장에서 환영회를 했다. 환영회 사회는 나와 통역을 담당하시는 베트남 선생님 한 분이 같이 보았는데, 베트남에 정장을 가지고 오지 않아 옷차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한복을 입었다. 초록색 저고리에 빨간 치마 한복을 입고 사회를 봤는데 그동안 학당 개강식이나 수료식 사회는 본 적이 있어도 이렇게 큰 행사 사회를 본 적은 처음이라 많이 떨렸다.
환영식 부채춤 공연
환영 공연으로 베트남 전문 공연 팀 Angels의 부채춤 공연과 학당 학생들의 한국 노래 공연을 본 후, 인솔 교사로 오신 각 학당 교원들이 일어나서 학당 소개를 짧게 했다. 환영식 식순이 모두 끝나고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는데 그제야 다른 학당에서 오신 선생님들과 개인적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동기 교원 선생님들도 많이 오셨는데, 파견 이후 처음 뵙는 것이었다. 같은 나라에 파견되어도 지역이 다르면 서로 왕래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렇게 행사를 통해 만나서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