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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Sep 11. 2021

문화 교류 행사 및 글짓기 대회 2

2017년 후에 세종학당 3학기

환영회가 끝난 다음 날, 문화 교류 행사 및 글짓기 대회 당일이 되었다.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서 문화 교류 행사장과 글짓기 대회를 하는 교실을 점검했다. 후에 세종학당이 있는 후에 대학교 국제교육센터 건물에는 행사장으로 쓸 만한 장소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후에 의과대학에 있는 세미나실 겸 공연장을 빌렸다. 전날 의과대학에 행사 당일 쓸 소품들을 갖다 놓고 행사장을 꾸몄지만 행사 당일 아침에도 가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점검했다. 그리고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우리 학당 자원봉사자들은 대학교 입구에서부터 손님들을 안내하고 기념품을 나눠 드렸다. 기념품은 특별히 주문 제작했는데, 펼치면 후에의 고궁의 주요 건물 중 하나인 Phu Van Lau(1819년 법령이나 법원의 판결 결과를 게시하던 건물)이 나오게 만들었다.


2017년 후에 세종학당 문화교류 및 글짓기 행사 기념품


귀빈들의 축사와 학당장님의 개회사가 끝나고 행사가 시작되었다. 베트남 전통 공연과 발레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이런 공연들은 베트남 현지 선생님들이 수고하신 결과였다. 그분들이 공연을 알아보고 섭외하신 덕분에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뿐만이 아니라 행사장, 호텔, 기념품 준비, 타고 다닐 버스를 섭외하는 것 등을 모두 행정 교원이나 현지 교원들이 했다. 행사를 할 때마다 현지인 선생님들의 수고가 참 많았다.


축하 공연


초대 공연이 끝나고 우리 학당 학생들의 k-pop 공연도 있었지만 나는 볼 수 없었다. 글짓기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글짓기 행사가 진행되는 후에 세종학당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글짓기 대회 감독을 하고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를 정리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나는 의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데리고 미리 섭외한 버스에 타고 학당으로 갔다. 교실 책상에는 번호를 붙여 놨다. 교실에 도착한 후 나는 학생들에게 앉고 싶은 자리 아무 데나 앉게 한 다음, 같은 학당끼리 몰려 있으면 좀 떨어뜨려 놨다. 그리고 명단에 학생들 자리 번호와 이름을 쓴 다음 학생들에게 원고에 자기 자리 번호만 쓰고 이름을 포함한 인적 사항은 쓰지 말 것, 시험 시간에 밖에 나갈 수 없다는 것, 시험 시간 등 주의 사항을 알려 줬다. 


그리고 글짓기 대회 주제가 들어 있는 밀봉된 봉투 세 개를 학생들에게 보여준 후, 학생들에게 이 중에서 한 개를 고르라고 했다. 주제는 공정한 대회를 하기 위해 감독인 나도 모르게 정했다. 학생들이 제일 많이 선택한 봉투에 들어 있던 주제는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몇몇이 짧게 한숨을 쉬며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봉사자 두 명과 같이 학생들을 계속 감독했다. 시간이 다 되고 원고를 거두고 정리하는데, 참가 학생들이 단체로 나머지 봉투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래서 봉투를 뜯고 주제를 보여줬는데, 어떤 주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확실히 '내가 존경하는 사람'보다는 쉬운 주제였다. 그걸 본 학생들은 다른 봉투를 골랐어야 한다고 아쉬워하며 교실을 떠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행사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나는 행사장으로 가지 않고 후에 세종학당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시던 심사위원들에게 원고를 전달했고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심사 결과를 정리해서 행사장으로 갔다. 심사 결과, 대상은 우리 후에 세종학당 학생이 받았다. 원래 잘하는 학생이라 상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했는데 대상을 받다니, 정말 뿌듯했다. 최우수상은 하노이 1 세종학당 학생이, 우수상은 또 후에 세종학당 학생이 받았고 장려상 4명은 각기 다른 세종학당 학생이 받았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는 식사를 한 후 다 같이 후에 관광을 했다. 먼저 흐엉 강(Sông Hương)에서 용머리 배를 타고 베트남 전통 공연을 구경했다. 용머리 배는 여행자 거리 근처 흐엉 강 입구에서 항상 봤었는데, 저 배를 타고 흐엉 강을 돌아다니면 어떤 느낌일까 항상 궁금했었다. 이렇게 전통 공연을 보며 흐엉 강을 떠도며 강 주변의 평화로운 풍경을 구경하니, 행사 내내 긴장하고 바빠서 지친 몸이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학당 선생님들과도 같이 즐기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용머리 부분이 잘렸지만, 용머리 배


용머리 배 안에서의 공연


용머리 배 다음에는 후에 고궁 탐방을 했다. 후에 고궁 관광안내원으로도 일하는 우리 학당 현지인 선생님께서 안내를 맡아 주셨다. 물론 고궁은 그 전에도 동기 파견 교원인 김 선생님, 베트남에 놀러 온 언니 동생들과 갔었지만, 이렇게 전문 해설을 들으며 구경하니 처음 온 것처럼 새로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구경하는 것과 역사적 배경과 베트남 문화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구경하는 것은 느낌이 달랐고, 해설을 들으며 구경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더군다나 선생님께서 매우 흥미롭게 설명해 주시고 진행도 매끄럽게 하셔서 더 재미있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동료 선생님의 해설사 겸 통역사로서의 모습은 매우 새로웠다. 후에 고궁 탐방은 모두에게 만족한 코스였다. 우리 학당 학생들은 고궁이 그냥 일상이었기에 담담하게 따라다니며 우리 교원들을 도와주는 역할만 했지만, 다른 세종학당 학생들은 눈을 반짝이며 신이 난 상태로 구경을 했다. 사진을 찍거나 주변 구경을 하느라 무리를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도 있을 정도였다. 다른 세종학당 교원들도 나중에 후에 고궁 탐방이 참 좋았다고 했다.


고궁 탐방이 끝나고 이틀간 진행된 행사가 마무리됐다. 나를 포함해서 후에 세종학당 교원들은 행사 준비를 하고 진행하느라 힘들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평소에 교류하기가 힘든 베트남 전국 세종학당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 열심히 준비한 만큼 참가자들이 행사에 만족했고, 나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보람 있었던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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