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가 내돈내산이어야 하는데, 이제 협찬과 광고 투성이가 되어버린...
내돈내산, “내 돈 주고 내가 직접 산”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협찬이나 체험단이 아닌 본인의 자비로 직접 구매했으니 안심하고 글을 읽어달라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키워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억지스러운 표현이라고 느껴집니다. 애초에 글의 신뢰도는 내용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굳이 이런 문장을 앞에 붙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런 다소 과장된 느낌의 키워드는 왜 생겨난 걸까요?
저 역시 네이버 블로그 시절에는 체험단에 꽤 빠져 살았습니다. 재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네이버 블로그가 저품질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계속 체험단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그 저품질 사건이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도 여러 업체의 마케터 모집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체험단이 넘쳐나다 보니 블로그 생태계는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출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보다 체험단으로 운영되는 글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내돈내산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게 된 배경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블로그 플랫폼을 수익만으로 바라보는 시선 역시 이 문제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었고 그 결과가 체험단과 각종 협찬 글로 이어졌습니다. 뒷광고 논란에 휩싸였던 유튜버들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플랫폼만 다를 뿐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티스토리는 체험단 선정이 쉽지 않은 구조인지 아직까지는 생태계가 크게 오염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효자손, 너도 결국 체험단 열심히 했던 사람이었으면서...”
맞습니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돈을 목적으로 운영한 결과는 결코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사람들도 금방 알아챕니다. 제 성격상 스스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선한 영향력으로 기억되고 싶지 악한 이미지로 남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어쩌면 네이버 저품질은 더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미리 방향을 잡으라는 신호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돈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내돈내산이라는 다소 기형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흔히 황소개구리나 미국가재 그리고 붉은 귀거북 같은 생물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교란종을 제거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블로그 생태계 역시 답은 비슷합니다. 내돈내산이라는 표현이 필요 없어질 정도로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즉 체험단이나 협찬의 비중을 크게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인지 현재는 체험단 콘텐츠에 광고 여부를 처음이나 끝에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현재 저는 체험단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체험단을 진행하면 반드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데 그 부분이 너무 싫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이드라인은 본문에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내용을 지정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무료로 이용하는 대가인 셈입니다. 특히 맛집 콘텐츠의 경우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이건 꽤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체험단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은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이드라인에 맞춰 작성된 글이 과연 100% 순수한 콘텐츠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읽는 사람 역시 비슷하게 느낄 것입니다.
협찬의 경우에는 제 관심사에 한해서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티스토리를 운영하면서 여러 업체로부터 메일을 받아봤고 그중에는 제 관심 밖의 카테고리도 있었습니다. 그런 제안들은 당연히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했듯 체험단뿐만 아니라 협찬에도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효자손, 너 방금 가이드라인 싫다고 하지 않았니?”
맞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싫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관심사에 해당하는 협찬일 경우에만 가이드라인을 먼저 확인하고 납득이 되는 경우에만 진행합니다. 특히 이 과정이 중요합니다. 담당자와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다시 한번 조율하고 분명하게 전달합니다. 사용 후기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작성하겠다는 점을 말입니다. 제품에 자신이 있다면 문제 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협찬이라고 해서 업체가 무조건 갑이고 제가 을이 되는 관계는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파트너십에 가까운 관계를 선호합니다. 과거 네이버 블로그 시절에는 업체가 항상 주도권을 가지고 저는 따라가는 입장이었습니다.
관심사 제품 협찬은 대체로 가이드라인도 무난한 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심사 카테고리의 협찬 제안이 들어오면 오히려 기대감이 생깁니다. 이번에는 어떤 제품을 경험하게 될지에 대한 설렘이 있습니다.
위 글은 와콤코리아의 협찬으로 작성된 콘텐츠입니다. 하이유니 디지털 펜은 출시 전부터 알고 있었던 제품입니다. 아시다시피 제 취미가 그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구매까지 고민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협찬 제안을 받았을 때 솔직히 꽤 반가웠습니다. 이미 다른 펜을 먼저 구매한 상태였지만 그만큼 관심이 컸던 제품이라는 의미입니다. 가이드라인도 단순했습니다. 갤럭시노트 시리즈에서의 사용성과 펜의 디자인 필압 그립감을 중심으로 작성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정도는 제품의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요구였습니다. 그렇게 작성된 글이 바로 위의 콘텐츠입니다. 애초에 관심 있는 제품이다 보니 글도 자연스럽게 잘 써졌습니다. 마치 내돈내산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저는 광고라면 광고라고 솔직하게 밝히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 역시 같은 방향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원래 제품 리뷰는 본인이 직접 돈을 주고 구매해서 사용해 본 뒤 작성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같이 “내돈내산”이라는 표현을 제목에 끼워 넣고 있습니다. 마치 “이 글은 제가 직접 구매한 리뷰입니다. 믿고 보셔도 됩니다”라고 외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 아닙니까? 원래 기본값이어야 할 요소를 굳이 강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이 표현을 제목에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콘텐츠는 쌓였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티스토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여야 영향력이 생깁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처음 운영하던 시절에 제가 했던 실수가 바로 이것입니다. 글 하나로 방문자를 끌어오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글마다 주제가 따로 놀게 되고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묶기 어려워집니다. 지금은 글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장기적으로 하나의 시리즈로 연결될 수 있도록 흐름을 생각하며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친효컬럼”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어지는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굳이 내돈내산 시리즈를 따로 만들지 않더라도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인식이 쌓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람 티스토리는 믿고 볼 만하다.”
이런 인식은 단순히 한두 개의 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내용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꾸준히 쌓이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그 콘텐츠를 접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티스토리의 영향력도 함께 커지게 됩니다. 더 나아가 이 공간을 운영하는 에디터에 대한 신뢰도 역시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친절한효자손이라는 사람은 직접 구매하고 사용해 본 뒤 작성한 글이 많다는 인식이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굳이 내돈내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표현만 하지 않을 뿐 기본값은 이미 내돈내산이기 때문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