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전쟁

서장

by 추설

서장


계단에서 발소리가 겹쳐 들렸을 때, 나는 그 소리가 우연일 수 없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위에서 내려오는 하나의 발걸음과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둘의 속도가 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었고, 그 균형이 회사 건물 안에서 만들어지기에는 지나치게 의도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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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방을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안에 들어 있던 문서들이 서로 스치며 내는 얇은 마찰음이 귀에 걸렸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온 선택이 왜 지금이었는지, 너무 늦게 이해했다. 이 건물에서 계단은 가장 안전한 동선이면서 동시에 가장 고립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비상계단은 평소 거의 쓰이지 않았다. 벽면에 설치된 카메라는 움직임을 기록할 뿐 개입하지 않았고, 층과 층 사이에 고여 있는 공기는 사무실과 전혀 다른 밀도를 띠고 있었다.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을 풀자 몸이 앞으로 쏠렸고, 시야가 낮아지면서 아래쪽에서 올라오던 움직임이 아주 잠깐 늦춰졌다. 사람은 넘어지는 대상을 본능적으로 피한다. 그 짧은 공백을 이용해 나는 두 계단을 한 번에 내려갔고, 어깨가 벽에 부딪히며 둔한 통증이 올라왔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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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이 안에 든 것이 목적이라는 걸, 나와 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

비상구까지는 몇 계단 남지 않았고, 문 손잡이를 잡아 몸으로 밀어붙이자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계단 전체에 퍼졌다. 문이 열리며 창고로 이어지는 복도의 공기가 밀려 들어왔고, 절반만 켜진 형광등 아래에서 적재함과 파렛트가 만들어낸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나는 그대로 바닥을 굴러 그 그림자 안으로 몸을 숨겼다. 숨을 죽인 채 가방을 끌어안고 있었고, 잠시 뒤 계단 쪽에서 들리던 발소리는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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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곧 끝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거리가 벌어졌다는 것, 그리고 그 거리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부라는 사실이 분명했다. 손이 떨렸고, 숨은 한참 뒤에야 제 속도를 찾았다. 가방을 열어 안쪽을 확인하자 문서 묶음은 구겨졌을 뿐 하나도 빠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다시 조심스럽게 닫았다. 아주 천천히,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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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그 문서들을 회사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대신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을 만한 곳에 옮겨 두었고, 그 위치를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짚었다. 숨기는 일은 버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결심을 요구했고, 그 결심이 어떤 결과를 부를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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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회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로비의 전광판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일정이 흘러갔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날씨 이야기와 전날 경기 결과가 아무렇지 않게 오갔다. 누군가는 커피를 쏟았고, 누군가는 지각을 변명했으며, 아무도 계단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도 키보드 소리와 전화벨은 늘 그렇듯 같은 박자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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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은 밝았고, 문서는 정리돼 있었으며,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에 맞는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도쿄 재개발 사업은 그날 처음으로 공식 안건에 올랐고, 그 이름은 아직 위험하지 않은 단어처럼 들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회의 테이블 한쪽에 앉아 있었고, 꽁꽁 숨겨둔 문서는 그 자리에 없었다. 다만 이미 회사 안 어딘가의 공기가 전날과 같지 않다는 사실만이, 나 혼자에게 조용히 남아 있었다.


writer: 추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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