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 골목으로 들어가게 됐다

신오쿠보에서 김치찌개를 먹었을 뿐인데, 밤이 길어졌다 ep.2

by 추설

다음 날 퇴근하고, 어제 김치찌개를 먹었던 가게로 갔다.

퇴근길에 뭘 먹을지 잠깐 고민하긴 했지만, 선택지는 오래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발이 그 골목 쪽으로 향했다. 어제 먹었던 맛이 떠올랐다기보다는, 가게 안의 공기와 그날의 정적이 먼저 생각났다.

신오쿠보 역에 내리자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은 여전히 많았고, 식당 앞에는 줄이 이어져 있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있었고, 누군가는 줄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하며 서성이고 있었다. 잠깐 서서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어제처럼 큰길을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갔다. 길이 조금 익숙하게 느껴졌다.

골목 안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불빛은 낮았고, 가게 문을 여닫는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어제 들어갔던 김치찌개집 앞에서 잠시 멈췄다. 문을 열기 전에 유리창 너머를 한 번 더 들여다봤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 익숙한 배치. 그리고 안쪽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문을 열자 종이 울렸다.

어제와 비슷한 시간이라 그런지 가게 안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쳤다. 굳이 볼 필요는 없었지만, 손에 쥐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잠시 뒤 그녀가 다가왔다.

앞치마를 두른 모습도, 머리를 풀어 내린 채 움직이는 모습도 어제와 같았다. 짙은 쌍꺼풀이 또렷한 눈, 밝은 피부, 정돈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검은 생머리. 가까이 오자 어제보다 더 분명하게 보였다.

“김치찌개, 드릴까요?”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짧은 문장이었고, 말끝은 조금 조심스러웠다.

순간 대답이 늦어졌다. 김치찌개를 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른 메뉴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아… 네, 부탁드릴게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는 동안, 괜히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어제보다 한 발짝쯤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김치찌개가 나오기 전까지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어제와 비슷한 손님들, 비슷한 표정들. 여전히 내 또래는 나 혼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그 사실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공간에 내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치찌개가 나왔다. 김이 천천히 올라왔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고 고개를 숙였다. 맛은 어제와 같았다. 특별할 건 없었다. 그런데도 어제보다 천천히 먹게 됐다. 숟가락을 내려놓는 횟수도 늘었다. 괜히 시간을 늘리고 싶었다.

그녀는 가게 안을 오가며 일을 했다. 물을 채우고, 계산대 앞에 섰다가, 주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동작은 여전히 일정했고, 바쁜 와중에도 앞치마 끈을 한 번 고쳐 매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소한 동작이 이상하게 눈에 남았다.

말을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지금 이 거리감이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나쁘지 않았다.

계산대 앞에 섰을 때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잠깐 마주쳤다. 어제보다 길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금액을 말해주는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 짧은 인사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문을 닫고 나오며 괜스레 가로등을 올려다봤다.

그때 뒤에서 급하게 발소리가 들렸다.

“손님.”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숨을 고르며 서 있었다.

“목도리요. 두고 가셨어요.”

내 목도리였다. 손에 쥐어주며 잠깐 시선이 스쳤다.

“아… 감사합니다.”

“아뇨, 당연한 건데요.”

잠깐 망설이던 그녀가 말을 덧붙였다.

“자주… 들러 주세요.”

역시 조금 어눌한 일본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목도리는 이미 내 목에 걸려 있었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계속 귓가에 남아 있었다.


writer: 추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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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jpg 작가의 한일 국제 로맨스 소설 『세상에 없던 색』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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