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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신혼부부들을 위한 짧은 이야기

신혼부부와 아이에 대한 고민

by 쮸빗

이 글을 찾은 당신은 신혼부부다. 혹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일 것이다.

나 역시 그중 하나임을 밝히고, 내가 전문가의 시선이 아닌 이 글을 읽는 당신과 같은 관점에서 글을 썼다는 것으로 내 소개를 대신하겠다.

결혼을 약속하거나 혹은 하고 나서 우리는 의도치 않게 주변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중에는 우리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일 경우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여기 써 내려간 이야기는 그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에 대한 내 생각이다.


"그래, 아이는 언제 낳을 생각이니?"

"더 늦기 전에 아이 하나 정돈 낳아두자."


듣자마자 우리의 감각을 한껏 예민하게 만드는 한마디. 흔히 양가 어른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럴 적마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충 말을 흐리거나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 이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려 한다. 물론 다 계획이 있기에 어려움 없이 대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질문을 불편하게 듣는다는 건 이미 여기저기서 유명한 사실이다.

양가 어른들 뿐만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 아이도 낳고 어느 정도 결혼 생활을 오래 했다 하는 일명 결혼선배들에겐 이런 말도 들을 수 있다.


"애를 낳으면 이혼할 위기가 생겼을 때 아이를 보고 버틸 수 있어."

"이 정도 함께 살았으면 그냥 형제나 다름없지 이제 설렘은 없어 애보고 그냥 버티며 사는 거야."


그 선배는 우스개 소리로 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누군가? 이제 막 결혼생활을 시작하여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매일매일이 감정이 널뛰기하는 존재이지 않은가? 지금껏 달콤한 연애를 이어오다 결혼이라는 현실을 겪고 갑작스레 부부라는 어른의 세계에 던져진 우리는 괜스레 마음 한편에서 기분 나쁜 불안함을 느낀다.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어쩌지? 정말 애를 보면서 버텨야 하나? 그런 숨 막히는 삶은 싫은데... 그런데 애까지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지? 그러면서 괜히 고민에 고민이 이어져 이 결혼이 맞는 것인지까지 고민하기에 이르게 된다. 이런 고민이 해답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절대 쉽게 끝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출산에 관한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편하게 묻고 답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분명 누군가에겐 무척이나 예민하고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출산은 부부 두 사람의 인생은 물론 주변인 그리고 새로이 태어날 아이에게 까지 큰 영향을 끼칠 엄청난 대사건이란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와 내 반려자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했을까? 하는 생각을 무조건 해야만 한다. 혼자 해답을 찾지도 못하는 끝없는 고민보다는 앞으로 일생을 함께할 반려자와 진지하게 고민을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이 무조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반려자와 이 민감한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주변인들과 나누기에도 민감한 소재인 만큼 당사자인 우리 부부 사이에서도 이는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

아무리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는 못하기에 처음은 조심스럽고 가볍게 대화의 몰고를 트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간혹 사이가 나빠지기 싫다고 이러한 대화를 피하거나 꺼내더라도 어영부영 지나가는 일이 생길 수 있는데, 부부관계에서 자녀계획은 피할 수 없는 일인 만큼 여유를 가지고 확실하게 둘의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한다면 큰 문제 하나는 해결한 셈이지만 만약 의견이 다르더라도 너무 상심하거나 소통의 장을 닫지 말고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교류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나와 반려자 둘 중 누구의 의견이 맞고 틀리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부로 살아갈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야기를 나눌 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과연 이 생각이 나의 진심일까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내 생각을 말하는 건데 당연히 진심이지 이게 무슨 소리냐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반려자에게 나의 의견을 말하기 전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보자.


'정말 이게 내 솔직한 마음일까?'


우리가 자녀를 낳겠다. 혹은 낳지 않겠다.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이 결정이 진짜 나의 생각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사례를 접했는가? 이는 스스로 칭찬해 마땅한 기특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내가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 타인의 경험을 보고 설득당해 타인과 나를 동일시하여 내린 결론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를 쉽게 말하기 위해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자. 글의 시작 부분에서 결혼선배에게 들을 수 있는 말을 소개했었다.


"애를 낳으면 이혼할 위기가 생겼을 때 아이를 보고 버틸 수 있어."

"이 정도 함께 살았으면 그냥 형제나 다름없지 애보고 그냥 사는 거야."


이 선배들의 말을 들은 우리는 괜한 걱정에 앞서 결혼이 옳은 선택인지까지 고민하는 상황까지 갔었고, 어찌어찌 그러한 고민은 털어냈지만 아직 막연한 걱정이 마음에 자리 잡은 상태였기에 이혼이라는 최악을 상황을 막고자 아이를 가져야겠단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이러한 결론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배의 이 말 때문에 아이를 가지겠다 결정짓는 것은 틀린 행동이다. 더 나아가 이는 태어날 아이에게는 물론 우리의 앞에 있는 반려자에게도 실례되는 생각이다. 당신과 반려자는 부부이기 이전에 남이었다. 완전히 남이었던 존재를 만나 부부라는 가족이 되겠다 결심한대에는 서로가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였기에 내린 결정이 아닌가. 서로가 아닌 타인의 말에 휘둘려 그것이 자신의 생각인양 결정지어 가장 신뢰하는 반려자를 오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저 부모님이 손주를 보고 싶으셔서, 남들이 낳으니까 당연히 나도 그래야지. 지인이 그러는데 지금은 아이 낳아 기르기 너무 안 좋은 환경이라더라 나도 그 이야기에 동의한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성인 될 시기가 되면 엄청 고생한다더라 등등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에 노출되고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이는 잘못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끝없이 질문하고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틀렸을 수도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반려자와 소통해야 한다. 그 과정은 냉혹하고 지극히 슬프고 우울할 것이며, 서로를 의심하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내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 과정이 마냥 편하지는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깊어질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것이기에 타인들은 조언을 해주는 조언자일 뿐 우리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 없다. 덧붙여 물론 이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결국 이 글의 핵심은 부부간에 소통을 끝없이 하자는 이야기다. 솔직히 유일한 해답이기도 하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 더 나아가 부부 관계, 양가 가족들과의 관계 등등 부부가 된 우리에겐 앞으로도 계속 갈등의 위험이 찾아올 것이다. 이를 해결할 사람은 남도 아니고 우리들이다. 그렇기에 소통이 유일한 해답이라 말하는 것이다. 싸워도 좋다. 몇 날 며칠 대화도 하지 않고 냉랭하게 지내도 좋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의 노고를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하자. 그것이 우리가 부부가 되어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서로 부부가 된 유일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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