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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지고픈 그대 아픔을 각오하라

난임병원 첫 방문 이야기

by 쮸빗

두 손을 야무지게 쥐고 팔을 굽히며 팔꿈치를 몸 쪽으로 힘껏 당긴다.


"아자! 아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힘찬 목소리.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흔히 이런 행동을 각오를 다진다고 말한다. 우린 무언가 새로운 일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곤 하는데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처럼 보일지 몰라도 각오 속엔 스스로 힘을 북돋아주기 위한 응원의 마음도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간절한 마음도 내포되어 있다.

스스로 두렵고 간절하기에 힘껏 내지르는 행위인 각오. 그렇기에 각오 속엔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이 묻어 나오곤 한다.

만약 운이 좋다면 아픔 없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이야기의 주제인 난임이라는 현실에서 아픔 없는 결과는 없다 봐도 무방 할 것이다.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힘들고 아플 수밖에 없는 게 난임의 세계이다. 싫든 좋든 당신 부부는 이 힘든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앞서 각오를 단단히 가져야 한다. 여기에 더해 가혹하게도 이야기의 끝이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 결정지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 힘든 길을 당신이 선택했다는 건 당신 부부가 그만큼 간절하고 숭고하기 때문이리라. 그러한 당신 부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두려움과 간절함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은 각오에 보내는 무한한 격려이다. 더 큰 선물을 보내지 못함에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각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지난 글에 이어서 난임병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이제부터의 이야기는 우리 부부가 방문한 병원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음을 미리 알린다.

덧붙여 누누이 말했지만 이 글은 부부가 충분한 이야기 후 난임병원 방문을 결정했다는 전제하에 쓰는 글이다. 일방적인 결정이나 난임의 원인이 상대에게만 존재한다 여기고 있는 부부라면 난임병원 보단 가정법원을 방문하길 추천한다.


부부간 충분한 대화 없이 절대 병원을 방문하지 말자.


본인이 편한 시간대에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여타 병원과 달리 난임병원은 여성의 몸상황에 따라 모든 예약이 진행된다. 우선 첫 방문 예약부터가 생리 후 2~3일 되는 날이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원하는 교수의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생리가 시작되면 곧장 병원에 연락해 예약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 규칙은 앞으로 당신이 병원 예약을 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 된다. 예약부터가 벌써 '나 까다롭소!'를 몸소 외치고 있다. 남편 측은 따로 규칙이 없냐 물어본다면 없다. 금지해야 할 몇 가지 행동들이 있지만 이는 강제가 아닐뿐더러 남성에겐 생리와 같은 호르몬 변화가 올만한 신체적 특징이 없으므로 여성과는 달리 방문일에 대한 제한사항이 없다. 어떻게 보면 질투스러운 일이 될 수 있겠지만 남자 측에서 여자를 더 챙기고 배려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하자. 병원을 방문하고 상담을 받게 되면 신상조사가 이루어진다. 난임병원 방문이 처음인지부터 시작해서 난임기간 등등 조사가 진행되고 나면 이제는 신체검사 차례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변검사, 혈액검사 등 가벼운 검사부터 살짝 긴장되는 자궁 초음파 검사까지 마치면 여성의 첫날 검사는 끝이다. 이 중 자궁 초음파 검사는 촬영기구의 특성상 개인에 따라 약간의 고통이 있을 수 있다. 당연히 긴장이 되겠지만 힘을 내고 이겨내 보자. 덧붙여 남성의 경우 만약 함께 방문하여 검사를 받게 된다면 정액을 채취하고 채취한 정액을 검사하게 된다. 여성과 달리 별도로 소변이나 혈액검사 없이 정액만을 검사하는 게 특징이다. 남성의 경우 앞서 말하였듯 방문일에 제한사항이 없기에 바쁜 일이 있어 함께 방문하지 못하게 돼 다른 날 별도로 검사를 진행해도 무관하지만 첫방문인만큼 함께 병원을 방문하고 검사를 진행해 병원 분위기도 함께 살펴보고 긴장감도 풀려고 노력해 보는 걸 추천한다. 이렇게 검사를 마치고 나면 담당 교수와 상담을 하게 된다.


여기서 잠깐 개인적인 불만을 털어놓겠다. 어떤 병원이 그렇지 않겠냐만 난임병원의 경우 설사 그 규모가 크다 하더라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학병원이나 기관급 병원들에 비하면 작을 수밖에 없다. 이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고 더 나아가 병원의 핵심인 교수진의 수 또한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진료를 받기 위한 대기시간이 길어짐으로 연결되는데 심하면 하루를 온종일 병원에 있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진료시간 보다 대기시간이 더욱 길기에 체감상 느껴지는 스트레스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렇게 붕 뜨는 시간이 많기에 개인적으로 시간을 낼 수 있는 환경이라면 몰라도 직장을 다니거나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면 시간분배에 있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남자의 경우 시간에 제약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여유 있는 시간대에 예약방문을 하면 된다지만 여자의 경우 생리 후 2~3일이라는 조건까지 겹쳐지기에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을뿐더러 검사 이후 통증이 있을 수 있기에 그 피로도는 더욱 크다. 아픈 몸을 끌고 잔뜩 지친 상태로 집까지 갈 생각을 해보라 얼마나 서글프고 기운 빠지는가. 만약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일하러 가야 하는 것이라면? 감히 상상하고 싶지 않은 불쾌함이 밀려올 것이다. 그렇기에 난임병원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여성이 시간을 낼 수 있는지와 함께 남성이 이를 최대한 보조하고 보살펴 줄 수 있는지를 사전에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준비과정 없이 '병원이 다 똑같지 그냥 방문해서 검사받고 하라는 대로 하면 되지 뭐가 어려워?' 하는 가벼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정말 큰일 난다.


오랜 대기 끝에 당신은 직접 선택하여 예약한 담당 교수와 처음 마주하게 된다. 당신이 어떠한 이유로 이 병원을 선택하였는지 글을 쓴 나는 알지 못한다. 단지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내 입장에서의 정보를 글로 써 내려갈 뿐이다.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온라인을 통해 검색하고 그 병원에서 어떠한 교수가 나와 맞을까 고민해서 예약을 했을 것이다. 만약 처음 마주한 교수가 마음에 안 든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자 다음 예약 때는 교수를 바꾸어 만나보면 된다. 괜히 남들이 추천하니까 나도 맡겨보자가 아니라 본인에게 맞는 교수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이롭다. 당신의 몸은 당신이 잘 알 테고 앞으로 여러 번 마주할 교수와의 궁합도 어느 정도 맞아야 앞으로 받게 될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첫날엔 보통 자세한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다. 자궁 초음파 결과가 나왔다면 아마 그에 대한 설명이 주가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부부의 나이나, 질병, 건강상태, 가족력등이 주가 될 것이다. 호르몬 수치등을 약물로 통해 조절해 자연임신을 시도해 볼 것인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을 시도해 볼 것인지 아직 결정 난 게 없지만 다양한 방법들에 대한 설명들을 듣게 될 것이고 이를 들은 당신 부부의 마음은 무겁기만 할 것이다. 그래도 함께 해보기로 한 것 서로를 챙겨주며 힘내길 바란다. 그렇게 당신의 난임병원 첫 방문날이 마무리되었다. 다음엔 첫 방문 이후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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