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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세경 Jun 14. 2021

올라가는 집값 속에, 한 번뿐인 대박이라도

나는 어떤 개미일까


개미투자자란 개인 투자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보통 주식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말인데 코로나 이후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상대적인 개념으로는 기관 투자자, 외국인 투자자 등이 있다. 기관이란 증권사나 은행, 보험, 연기금 등 법인 형태의 투자 주체를 이야기하며, 외국인이란 외국의 은행이나 보험, 투자신탁 등의 외국계 기관을 말한다. 물론 외국인 개인 투자자도 있지만 보통 우리가 이야기하는 외국인 투자자는 외국계 기관 투자자를 의미한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가 있었다면 그건 바로 '동학개미운동'이다. 1894년에 있었던 동학'농민'운동에 '개미'라는 단어가 붙어 생긴 신조어다. 코로나 19로 주식 시장이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엄청나게 나타난 현상을 뜻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20년 3월 1,439포인트까지 하락하였다가 21년 2월 3,266포인트로 2배 이상 상승했다. 2007년 최초로 코스피 2,000을 돌파한 이후 10년이 넘도록 2,000선을 머물던 지수였다. 그런데 1년 만에 2배 이상 상승하며 3,000포인트를 달성한 것이다.


코로나 19로 미국의 연방준비이사회와 같은 세계 각국의 기관들은 금리를 낮췄다. 금리를 낮추면 시장에 돈이 많아지는데 그렇게 되면 기업은 투자, 개인은 소비를 늘린다. 코로나 19로 경제가 붕괴될 것을 우려한 각국의 기관이 금리를 조절하여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시장에 돈이 많아지면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데,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도 외국의 투자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 세계적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우리나라 유가 증권 시장에 들어와 지수를 두배 이상 상승시킨 것이다. 개미들이 동학개미운동을 하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금리가 워낙 낮아 예금이나 적금과 같은 은행 상품으로는 자산을 늘릴 수가 없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지금의 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다. 돈을 묶어두면 자산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개미들은 그런 자금을 옮겨와 주식 시장에 투자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재테크는 주식보다는 부동산이었다. 주식으로는 돈을 버는 사람보다 손해를 보는 사람이 많았고, 가족이 주식에 실패했거나 그런 지인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주식을 더러 위험한 도박처럼 생각했다. 주식을 하느니 적금을 붓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년 이후로 주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작년에 우리나라 1등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식 가격은 가장 낮은 지점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현대자동차나 SK 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기업들은 대개 50% 이상 상승했다.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사람들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주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주식도 하나의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기업의 가치를 믿고 시장과 돈의 흐름을 알 수 있다면, 조금만 욕심을 덜 부린다면, 우리가 금기시하던 그런 도박 같은 투자가 아니라 하나의 괜찮은 투자 방법으로 보게 된 것이다.


나는 이런 현상을 좋게 보고 있다. 왜냐하면 요새는 저축만으로는 돈을 불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70년대, 80년대에는 우리나라가 경기 부흥기에 있었기 때문에 은행 금리가 10%를 넘었다. 때문에 절약하고 아껴 쓰면, 매달 꾸준히 저축을 하면, 그 자체로 재테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모으기만 하면 오히려 자산이 줄어드는 수준이다. 따라서 자산을 늘리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주식이고, 주식은 계좌만 만들면 소액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개인이 접근하고 시도하기에 괜찮은 재테크라는 것이다. 작년에 있었던 동학개미운동은 주식 투자가 금융업 종사자나 전업 투자자와 같이 특정한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걸 알려줬다. 그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느낀다. 바로 집 값 때문이다. 금리는 제로에 가까운데 아파트 가격은 매일매일 최고가를 넘는다.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은 먹고, 입고, 자는 것이다. 근데 지금은 누구도 '주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다.


집값 앞에 우리는 평등해졌다.


집값이 너무 높다 보니 빚 없이 집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사회 초년생은 더 그렇다. 한 달에 100만 원의 적금을 부으면 1년에 1200만 원을 모을 수 있다. 금리가 없다고 치면 1년에 1200만 원이 모이고, 10년이면 1억 2천만 원이다. 그런데 21년 4월 서울 평균 아파트 값은 11억을 넘었다. 한 달에 100만 원씩 저축해도 어림 잡아 100년을 저축해야 집을 살 수 있다. 월급이 더 많아서 한 달에 200만 원을 저축해도 50년이 걸린다. 물론 정말 단순한 계산이지만 이 계산이 맞는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사회에 진출할 때부터 모두가 그런 수십 년의 무게감을 어깨에 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보다 월급이 100만 원이 많은 사람이든 200만 원이 많은 사람이든 마찬가지다. 집 값 앞에서 우리는 모두 무기력해졌다.


그런 생각을 하면 벽 앞에 선 기분이 든다. 매일 회사에 출퇴근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데 눈만 감았다 뜨면 집값이 올라간다. 하루하루 개미처럼 일해도 자꾸 비자발적 무주택자가 되어 가고 있다. 돈을 버는데도 자꾸 가난해지는 느낌.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할까, 뭐가 문제일까, 를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다. 그리고 어려워지는 환경에 대한 분노는 정부를 향한다. 나라 정책이 문제야, 정부가 잘못이지,라고 말이다. 정책을 입안했을 때의 의도가 선하든 아니든 그에 대한 결과는 국민이 떠안는다.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눈 앞에 닥친 현실을 보고 위정자들이 가진 신념이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라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 스스로가 변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이다.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산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 그런 집 하나는 서울에 있어야 한다, 라는 목표가 생겼다. 그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것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한다. 올라가는 집값을 보며, 내려가는 금리를 보며, 주식에서 수익을 얻은 사람들을 보며, 등한시하고 있던 재테크에 눈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돈은 노동의 결과다, 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일을 한다는 것, 하루하루 어떤 생산물을 만들며 살아가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꼭 돈과 연관 지어서는 곤란하다. 돈이 꼭 노동의 결과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돈은 돈을 통해 버는 게 빠르다. 빈익빈 부익부가 사라지지 않는 건 부자들은 애초에 가지고 있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보다 노동 생산성이 열 배, 백배가 좋아서 그런 게 아니다. 이자가 1%라고 해도 1,200억을 가진 사람은 이자만으로 1년에 12억, 한 달에 1억을 벌 수 있다. 그렇게 부자들은 자산을 통해 자산을 늘려간다. 부동산 임대 수입을 통해, 주식 가격의 상승과 배당금을 통해, 금융 자산의 이자 수입을 통해 자산을 늘려간다. 노동하지 않는 시간에도 그들의 통장은 늘어난다.


성실하게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은 동화 같은 이야기다. 개미처럼 일하면 배짱이 보다 따뜻한 겨울을 맞는다,라고 동화에서는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애초에 부자인 베짱이는 가난한 개미보다 훨씬 더 따뜻한 겨울을 맞는다. 개미가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될 가능성보다는 애초에 부자인 베짱이가 앞으로도 부자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 태어날 때부터 자기 명의의 집이 있는 사람과 식사 한 끼를 위해 정부 보조를 받는 집에서 태어난 사람이 단지 노동을 통해 그 격차를 매울 수 있을까. 물론 걔 중에는 어떤 분야의 1%가 되어서 부자가 되는 사람도 있다. 일류 기업의 임원이 되거나, 잘 나가는 가수나 영화배우가 되거나, 스포츠 스타가 되거나, 성공한 사업가가 되면 그럴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의 노동을 통해서도 부자가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은 평범하게 돈을 번다. 시간당 정해진 수당을 받고, 회사에서 주는 월급을 받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나보다 열심히 살아서 나보다 자산이 많은 사람도 많겠지만 그렇다고 서로가 가진 자산의 차이가 수배, 수십 배가 나는 건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다.


성실하게 살아도 가난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작가들,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들, 사회 복지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직업의 특성상 많은 돈을 벌기가 어렵다. 직업이 주는 가치와 그 안에서 느끼는 보람은 각자마다 다르겠지만 말 그대로 소득이 낮은 직업군은 분명히 존재한다. 새벽 4시 버스 첫차의 승객은 대부분이 청소 노동자들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날 정도로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그분들 중에서 부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있기는 할까. 그렇다면 그들이 게을러서 부자가 되지 못한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돈을 벌기 위한 지상의 가치는 노동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 돈은 돈을 이용해서 벌기 쉽다, 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자들처럼, 자본가들처럼,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돈을 벌 수 있는 자기만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비록 태어날 때부터 부자는 아니지만, 개미들인 우리도 직업과 별개로 스스로의 자산을 굴릴 수 있는 자기만의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업과 별개로, 일에 대한 성실성과 별개로, 우리가 자는 시간에도, 우리가 노는 시간에도, 돈이 돈을 벌 수 있는 각자만의 수단, 그런 방법이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FOMO란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이다. 심리학 용어로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자신이 해보지 못한 가치 있는 경험을 다른 사람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작년에 주가가 큰 상승을 이루며 유명해진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주식으로 돈을 쉽게 버는데 나는 그러지 못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다. 열심히 적금을 드는 사람에게 옆 사람은 며칠 만에 월급만큼의 돈을 벌었다느니, 연봉만큼의 돈을 벌었다느니, 하는 말이 들릴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우리는 이런 뒤쳐짐에 대한 공포를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옆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미 자본가들은 예전부터 자본주의의 방식을 통해 그들의 돈을 불려 왔다. 그들이 그렇게 그들의 통장을 키울 때 우리는 오르지 않는 월급만 바라보며 힘겨워했다. 월급을 받아도 카드 값을 내고 적금을 부으면 통장에는 남는 게 없다고, 그렇게 한숨을 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 비록 부자로 태어나지는 못했어도, 아직 모은 자산이 얼마 되지 않아도, 우리는 자본가의 태도로 살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난 이상 자본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자본의 주인이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돈이 최고의 가치인양 살라는 말이 아니다. 일 같은 건 전혀 하지 말고 투자만 열심히 해서 살아가라는 말이 아니다. 평범하게 태어난 이상 우리는 늘 경제적 부자유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거기서 오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돈을 통해 돈을 버는 자기만의 방법을 공부하자는 말이다. 내게 필요한 자산은 얼마인지, 내 돈을 내가 증식시키기 위해 나는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요새 20대, 30대가 주식과 코인에 열중하는 걸 안 좋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벌어야지, 그런데 눈을 돌린다고 말이다. 물론 그 안에는 투자가 아닌 투기로, 도박 같은 느낌으로 그런 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일상을 포기하고 밤잠을 설쳐가며 투자 자금의 수십 배를 배팅한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돈의 흐름에 대해 공부하고, 거기서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을 연구하고, 그런 노력을 통해 돈이 스스로 몸집을 키울 수 있게 만든다면, 그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기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자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돈에 대해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저 돌잔치 때 지폐를 집으면 부자가 될 거라고, 부자는 좋은 거라고 들으며 자랐다. 세뱃돈을 받는 날은 행복한 날이라고, 그 돈으로 과자도 사 먹고 장난감도 살 수 있으면 행복한 거라고 배웠다. 그리고 공부를 잘해야 부자가 된다고, 그게 바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돈은 어떤 속성이 있는지, 시장에서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세계 경제의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래서 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저 많으면 좋고, 적으면 창피한 것인지, 이런 것에 대해 가르쳐 준 사람은 없다. 그렇게 평생을 살다 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돈 앞에서는 자꾸 작아진다. 돈의 주인이 아닌 돈의 노예로, 그렇게 살고 있다.


작년의 동학 개미 운동이 비단 작년 만의 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본주의에서 우리 모두가 자본가로 살아갈 수 있는 더 큰 의미의 사회적 트렌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돈이 모든 사람에게 최고의 가치가 될 수는 없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부자유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돈에 대해 공부하는 것, 자신의 자산을 늘려나가기 위해 연구하는 것, 자본주의 시장에서 자본가가 되는 것, 돈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는 것, 살면서 한 번쯤 각자가 심도 있게 고민해볼 주제다. 하여 모두가 조금 더 쉽게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돈 앞에서 조금 더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일단 나의 목표는 마흔 살이 되기 전에 빚 없이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럴 거라고 확신한다. 파이팅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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