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주 전에 판화 작가인 이철수의 <내일이 와준다면 그건 축복이지!>라는 에세이를 선물 받았다. 페이지마다 판화 하나와 짧은 토막글이 적혀 있는 책이었다. 작가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 드러나 있었고 시간을 초월한 듯한 작가만의 오리지낼러티가 느껴졌다. 책의 제목인 <내일이 와준다면 그건 축복이지!>라는 문구가 적힌 판화도 책의 중간에서 페이지 하나를 장식했다. 내일이 와준다면 축복이라고 '축복 속에 잠 깨기도 하고, 잠들자'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번주에 친구의 부친상이 있었다. 아직 젊은 우리에겐 조금 이른 일이었다. 삼일 동안 장례식장에 다녀왔고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명확한 감각으로써, 하나의 문장으로써, 그걸 느낄 수는 없었다. 다만 어떤 시공간에 들어갔고 그 안의 공기와 사람들의 말소리, 표정, 그들의 이야기가 내 주변을 흘렀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뚜렷한 모습으로 이런 일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읽은 이 책의 제목이 머리에 남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 온다는 걸 축복하기 위해서는 고인과 고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슬픔, 그에 대한 애도가 먼저라고 말이다.
가시는 길에 명복만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