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신격호 샤롯데 문학상에 응모했다. 롯데그룹의 창립자인 신격호 명예 회장은 문학을 사랑했고 소설가를 꿈꿨으며 회사의 이름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여주인공인 샤로테의 애칭을 인용해 만들었다. 그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문학상인 것이다.
수필 부문이 있어 23년에 출간한 에세이 집인 <인생은 사랑 아니면 사람>으로 지원했다. 지원 방법은 책 두 권을 문학상 사무실로 우편 접수하는 것이다. 또한 ’제1회 신격호 샤롯데 문학상 응모작품‘이라고 우편 겉봉에 명기해야 했다. 아내의 스마트 스토어(Cozy Way) 포장 박스를 빌려 편의점 택배로 우편을 보냈다. 소설 초안이 끝나고 할 일이 몇 개 있었는데 공모전 지원도 그중 하나였다. 또 한 번의 도전이 왠지 뿌듯하다.
편의점 택배를 접수하는 데 까맣고 동그란 얼굴에 금태 안경을 쓴 알바 생이 ’저도 여기 지원했어요‘라고 했다. 어떤 분야에 지원했냐고 물으니 ’시를 쓰고 있어요‘라고 했다. 파이팅 하라고 했고, 그도 나를 응원해 줬다. 재야에 묵묵하고 성실히 살고 있는(그렇다고 믿고 싶은) 문학청년을 만나 반가웠다.
당선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 기대를 안 할 수는 없지만 기대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이런 도전 하나하나에 기대를 하면 금방 지치기 때문이다. 혹시 떨어지더라도 이걸 실패로 생각하면 안 된다. 던지는 낚싯대마다 물고기가 잡힐 수는 없다. 낚싯대를 던진 후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가끔 찌를 바꾸고, 미끼를 갈고, 낚싯대를 흔들기도 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낚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엉덩이를 붙이고 자리를 지켜야 한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새 5년 차지만 아직 한 번도 공모전에서 당선된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뭐든 간에, 한 번은 당선될 거라 믿는다. 그 언젠가 내 손에 쥐어질 물고기는 어떤 모양일까. 그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