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에 아내랑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는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마요르카였다. 인생에 한 번뿐인 소중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파리에서 하루는 보쥬 광장에 갔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광장이다. 사람들은 광장의 푸른 잔디에서 돗자리를 깔고 등과 어깨를 노출시킨 뒤 햇살을 즐겼다. 그때 공원 한쪽 구석에 있는 두 명의 남자에게 시선을 뺏겼다. 20대로 보이는 그들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축구공을 주고받으며 놀고 있었다. 축구가 취미인 나는 본능적으로 발걸음이 그곳으로 향했다. 나도 껴달라도 했고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나에게 패스를 했다.
축구를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축구를 하지만 아내는 내가 발로 공을 차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곳에서가 처음이었다. 잘하고 싶었는데 신발도 샌들이고 공을 찬 지도 이주가 넘어 발목이 굳어 있었다. 계속 공을 차던 그들에 비해 그다지 유연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내에게 잘 보이고 싶어 열심히 했고 그런 나를 아내는 영상으로 찍어주었다. 신혼여행 중 아주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이십 년 넘게 축구를 하다 보니 깨달은 게 있다. 운동이라는 것도 몸에 남아 그리움이 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축구를 한 동안 쉬면 발에 공이 맞는 감각이 자꾸 떠오른다. 실제로는 아닌데 머리로는 공과 몸이 놀고 있다. 공이 발에 퉁하고 튕기는 감각, 착하고 감기는 감각이 자꾸 생각난다. 몸이 축구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공만 있으면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다. 그게 파리에서든 팔다리가 긴 서양인과 함께든 마찬가지다. 축구는 나에게 그리움이고, 그리워할 게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