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법의 변화
얼마 전부터 책을 두 번씩 읽고 있다. 책을 하나 읽으면 마지막 페이지에서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와 같은 책을 한번 더 읽는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건 20대 초반부터인데 당시에는 1년에 100권이니 200권이니 하는 말들에 그게 진리인양 현혹됐다(그렇다고 100권을 읽은 것도 아니다). 그때 생긴 잘못된 믿음이 최근 까지도 강박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 책을 빠르게 읽는 것보다 적은 책을 깊게 읽는 게 났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바꾼 첫 번째 이유는 책을 빨리 읽으면 머리에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되는 문장도 그냥 눈으로만 읽고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에 만족하고 만다. 두 번째는 작가들이 이 책을 어떻게 썼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책을 한 권 읽었다는 만족보다는 작가가 어떻게 문장을 쓰고 어떻게 책을 구성했는지 깊이 있게 보는 데 재미가 생겼다.
책을 두 번 보니 확실히 더 책이 눈에 잘 들어온다. 한번 읽을 때는 낯설었던 작가의 문체나 그의 사상이 두 번 읽을 땐 머리에 더 잘 남는다. 책을 읽는 시간이 두 배가 되니 책의 내용이 머리를 맴돌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책의 저자)과 대화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세상에는 좋은 책이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은데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두권 볼 시간에 한 권을 두 번 보니 그게 아쉽다.
하지만 결국 인생은 선택이고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다. 더 많은 책을 못 봐서 아쉽지만 소수의 책과 친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낯선 사람 여럿을 사귀는 것보다 소중한 친구 몇 명과 잘 지내는 게 더 좋은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혹시 이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분이 있다면 한번 해보시길 바란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세 번이든 네 번이든 읽어도 좋다. 몇 번을 읽어도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책도 있다. 그러니 한번 해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