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향력, 궁금하지 않은가!
한 조직에서 근무하며 쓰는 시간은 주식 거래와 닮았다.
1. 주식을 산다. (시간을 쓴다.)
2. 회사가 잘 돼 가치가 올라간다. (일이 잘 돼 조직이 커진다.)
3.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더 많아졌다. (내가 낼 수 있는 임팩트가, 즉 나의 영향력이 커졌다.)
물론 이는 주식 호황기, 즉 조직 내에서 내가 성장해 나갈 때의 경우다. 그 반대의 경우는 아래와 같을 것이다.
1. 주식을 산다. (시간을 쓴다.)
2. 회사가 잘 안 돼 가치가 떨어진다. (일이 잘 안 돼 조직이 작아지거나 약해졌다.)
3.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었다. (내 임팩트가, 즉 나의 영향력이 줄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주식의 오르내림은 명확하게 알 수 있지만, 내가 쓴 시간의 가치는 그 오르내림이 명확하지 않다. 내가 구매한 주식이 지금 돈을 벌어줬는지 아닌지는 알기 쉽지만, 내가 과거에 쓴 시간이 지금 나의 임팩트를 키워 줬는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만약 내가 지금 만들어내는 임팩트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면, 과거에 내가 써 보낸 시간의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변동 폭에 따라, 반성하고 열심히 하든가 팀을 옮기든가 회사를 옮기든가 사업을 시작하든가 아니면 감사하고 계속 잘 살든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때 유용한 임팩트 계산법이 있다. 미국에서 다섯 팀과 두 회사를 거치면서 이직 결정에 머리 아플 때마다, 매년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회사에 남는 것 사이에서 고민할 때마다, 유용하게 사용했던 계산법이다.
'레벨 계수'는 0에서 1 사이의 숫자로서 레벨이나 조직 내 영향력이 높을수록 올라간다. 신입이면 0, 짬밥이 좀 쌓였다 싶으면 0.1, 사장이 되면 0.9, 뭐 이런 식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 계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의 목표/목적과 부합되는 일을 같이 하고 있는가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다. 즉 우리 편이 얼마나 되는가의 지표가 된다. 이런 계산이라면 지금의 나는 하루에 약 128시간 정도—[하루 8시간 + (우리 팀 30명 * 8시간 * 0.5)]—일하는 셈이 된다. 왠지 거저먹는 느낌이지만. 이것이 조직의 힘이다. 멋지지 않은가!
여기서 '조직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에 따라 숫자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우리 팀이 아니라 회사 전체가 해당된다고 하면 30이 아니라 3만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마크 저커버그라면, 하루에 22만 시간 정도—[하루 8시간 + (30,000명 * 8시간 * 0.9)]—쓴다는 말이다. (이러니 이 사나이를 따라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성취감 계수'는 성취감이 높을수록 (당연히) 올라간다. 사업가라면 고객의 행복감이 proxy가 될 수도 있겠고, 비영리단체에 일한다면 나로 인해 새 삶을 찾은 사람들의 숫자가 될 수도 있겠다. 가정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가족의 웃음소리 빈도 수로 정할 수도 있다. 하루에 들은 말 중에 칭찬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써도 된다. 즉, 내 마음대로 정하면 된다. ;)
'미래 가능성 계수'는 모든 숫자가 될 수 있다. 너무 잘 될 것 같으면 100쯤으로 설정해도 되고, 발전 가능성이 없으면 0이면 된다. 망할 것 같으면 -100이면 된다. 이것도 자기 마음대로 정하면 된다.
이 모든 공식을 써서 계산해보면 지금 나의 임팩트는 564,918이다!
이쯤 되면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숫자 자체에는 별 의미가 없다. 영향력을 계산한다니 솔직히 말도 안 된다. 그러므로, 이직을 고민할 때마다 이 공식을 적용해 결정했다는 말 역시 설정일 뿐입니다. 즉, 당신이 스크롤 내리느라 지금까지 쓴 시간의 가치가 지금 막 65,536 * log1이 되어버렸.
숫자와는 상관없는 공식이었다. 함수의 구조를 뜯어보며 몇 가지 잊고 있었던 포인트만 상기시켜 볼 뿐이다.
내 근무시간이 얼마나 긴가보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가 더 중요하다—그러니 주변에 잘해야 한다.
나의 임팩트에 가장 큰 중요한 요소는 '성취감'과 '미래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분발하지 않으면 임팩트가 더 줄어든다.
연봉은 내 임팩트와는 별 상관이 없다.
이상, 새해에는 어떻게 시간을 써야 할까를 생각해보다가 완전히 엉뚱하게 엇나가버린 단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