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밀란쿤데라를 읽고

'이념의 붕괴와 삶의 붕괴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by 정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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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루드비크의 농담은 그의 삶을 비극적으로 바꾸었다. 농담이 시대 이념과 사회적 압박에 의해 폭력적인 결과를 낳고 한 인간을 철저하게 파괴한다는 사실은 무척 참혹하다. 시대와 시대 이념은 때론 환상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고통과 폭력을 담고 있는 이념은 사람들에게 강한 영향을 주는데, 그 이념이 붕괴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면 그 이념에 의지했던 사람들은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한 후 루드비크는 자아 회복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또한 농담처럼 무력해지고, 현실의 변화 앞에서 한계에 부딪힌 허무감을 확인하게 한다. 이념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현실 감각이 시대를 바꿀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시스템과 개인의 간극, 결과의 불확실성, 개인의 소외와 파괴에서 오는 존재의 정당성이 위협받는 무력함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러한 허무감을 딛고 자신의 삶을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거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광화문에서 박정희를 찬양하고 미국기를 흔드는 사람들을 볼 때, 우리는 그들을 ‘정치적 보수층’이라고 분류한다. 하지만 시대와 개인의 관계라는 더 깊은 층위에서 본다면, 그들은 단지 정치적 선택을 한 사람들이 아닐 수 있다. 그것은 정체성과 존재의 문제에 가깝다. 그들이 살아온 시대는 근대화, 국가주의, 안보 논리가 삶을 설명해 주는 서사였다. 그것은 곧, 그들의 고통스럽고도 치열한 생존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프레임이었다. 그 프레임 없이, 그들은 자신이 견뎌낸 시간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정당화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시대의 독재와 억압, 폭력이라는 어두운 이면을 더 많이 인식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보면 답답함과 반감, 분노를 느낀다.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다면 폭력적인 역사는 잊혀도 되는가?"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시대 경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감정도 존재한다.


그들은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통을 견디고 삶을 재구성해왔다.


과거를 미화하거나 진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기억과 삶의 방식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 균형을 잡는 것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야 말로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하려고 하지만 어렵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시대의 단절을 절실하게 느낀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다른 기억과 감정에 갇혀있는 우리들.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