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을 넘어 바이브 워킹

[외전 2]

by Collie Kim

사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바이브 코딩'은, 이름처럼 그렇게 그루브 넘치고 바이브(Vibe)가 있는 작업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모니터 앞에 정적으로 앉아 텍스트를 치고, 치열하게 프롬프트를 다듬고 깎아내는 고도의 노동에 가까웠으니까.


그런데 요즘, 나는 진짜 '바이브'를 타기 시작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대신, 말(Voice)로 모든 문서와 디자인 작업의 토대를 잡는 과정. 요즘엔 이것을 '바이브 워킹(Vibe Walking)'이라고 부르는 거 같다.


최근 내가 이 바이브 워킹을 적극적으로 써먹고 있는 3가지 분야는 이렇다.


1. 타이핑 대신 말로 채우는 문서 작업 제안서나 기획서를 쓸 때, 일관된 디자인이나 표의 틀을 잡는 건 이제 내가 끙끙댈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AI의 숙련도가 나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AI가 완벽한 문서의 뼈대와 틀을 만들어주면, 나는 그 안에 들어갈 핵심 텍스트와 논리를 음성으로 뱉어내며 채운다. 말로 툭툭 던진 생각들이 AI를 거쳐 정제된 문서로 조립되는 이 과정은, 이전 문서를 바탕으로 다음 문서를 만들어낼 때 그야말로 압도적인 속도를 자랑한다.


2. 포토샵 대신 구글 AI 스튜디오와 입코딩 가독성이 높아야 하는 인포그래픽이나 디자인 작업이 필요할 때, 나는 더 이상 포토샵이나 미리캔버스부터 켜지 않는다. 대신 구글 AI 스튜디오를 켜고 말로 지시를 내린다. 기존의 이미지 생성 AI(미드저니 등)에게 텍스트가 들어간 이미지를 맡기면 글자가 뭉개지고 깨지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구글 AI 스튜디오를 통해 HTML과 CSS 코드로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짜 달라고 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깔끔한 인포그래픽이 코드로 뚝딱 튀어나오고, 만약 오타가 있거나 글자 위치가 마음에 안 들면 내가 그 코드의 텍스트 위치만 찾아서 직접 수정하면 끝이다. 말로 뼈대를 잡고, 손으로 디테일만 교정하면 AI로 생성한 티가 안나는 가독성 좋은 디자인이 완성된다..


3. 미니맥스(Minimax)로 완성한 내 목소리의 영어 피칭 가장 신기하면서도 요긴하게 쓰고 있는 건 미니맥스를 활용한 AI 보이스 클로닝(음성 복제)이다. 내가 1분 정도만 영어로 말을 해두면, 이후에는 텍스트만 쳐도 AI가 내 목소리로 유창하게 영어를 읽어준다. 여기서 핵심은 그냥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읽어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파 특유의 살짝 어설픈 내 영어 스타일과 억양을 감쪽같이 복제한 상태에서, 중간에 버벅거림 없이 유창하게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듣기에 전혀 이질감이 없는 진짜 '내 목소리'인지라, 최근 구글 인증을 받을 때 제출하는 영상에도 이 바이브 워킹을 활용해 거뜬히 통과했다.


결국 마지막 터치는 인간의 몫이다 바이브 워킹을 하며 깨달은 건 명확하다. AI는 일의 중간 단계에 껴있는 귀찮고 지루한 노가다를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쳐내 준다. 말로 지시할 수 있는 영역도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언제나 끝을 맺는 건, 글자를 직접 수정하고 문서의 마감을 잡는 '인간의 디테일한 터치'가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바이브 워킹을 하다 보니 문득 실용적인 의문이 하나 들었다. 방구석이나 조용한 곳에서 혼자 일하는 1인 창업가니까 망정이지, 만약 수십 명이 모여 있는 회사나 코워킹 스페이스였다면 어땠을까? 모두가 자기 모니터에 대고 마이크를 켠 채 허공에 떠들고 있는 사무실이라니. 상상만 해도 기괴하고 시끄럽다.


어쩌면 말로 코딩하고 디자인하는 이 바이브 워킹은, 골방에서 홀로 핏빛 차력쇼를 벌이는 1인 창업가들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이자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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