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현욱(꽃풀소 돌보미, 동물해방물결 달뜨는보금자리 활동가)
오월드를 탈출한 늑구가 열흘 만에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사살되지 않았습니다. 제2의 뽀롱이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맹수를 살리기 위해 현장에서 애써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평생을 동물원 안에 감금되어 살았던 늑구는 바깥을 홀로 배회하면서 처음으로 스스로 먹을 것을 해결하고, 생존하고, 야생을 익혀갔습니다. 자유를 느꼈을까요, 불안과 두려움이 더 컸을까요? 모르긴 해도 시민들보다 더 큰 두려움과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겁니다.
인간이 늑대를 일대일로 정면에서 맞닥뜨리면 위험합니다. 그런 상황은 사전에 피해야죠. 그러나 다른 상황은 모두 혼자인 늑대에게 불리한 상황이라, 궁지에 몰리지 않는 이상 도망칠 것입니다.
다양한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들은 매우 많습니다. 저는 꽃풀소 돌보미로 활동하기 전, 캐나다에 오래 거주하였는데, 도시에서도 지역의 산에 흑곰과 코요테가 살았고, 마을에 종종 내려왔습니다. 또 시골에서는 동네에서 토끼와 사슴을 자주 만났고, 퓨마가 민가에 나타났을 땐 어린이의 바깥출입을 조심하라 전하기도 했지요. 포식자는 균형적인 생태계에 필수적입니다. 먹이 사슬이 안정을 찾고, 유해 종의 개체수가 조절되고, 산림 훼손이 줄어드는 등 수많은 이로움이 있습니다. 서식지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대면 시 주의 사항을 숙지한다면, 해외 사례가 존재하듯 리와일딩이 우리에게 지극히 이롭습니다.
우리나라의 시골에서도 고라니와 산양을 만날 수 있지만, 맹수로 알려진 동물은 현재 없습니다. 사실상 멸종했죠. 과거에는 이땅에 다양한 동물이 살았습니다. 급격하게 분리되고 타자화된 것은 우리의 민족성을 말살하고자 했던 일제의 식민 통치를 거치면서입니다. 호랑이를 비롯한 한반도의 맹수는 민족 수난의 시대 이후 자취를 감췄습니다.
외침이 많았기 때문인지, 우리 민족은 타자의 침입에 민감한 편입니다. 농촌에서 멧돼지와 고라니는 밭의 침입자로 간주되죠. 반면, 침략과 식민화를 일삼던 서양 국가가 인식하는 침입의 주체는 우리와 반대입니다. 과오를 반성하고 교육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서인지 자연을 점령한 인간이 침입한 것으로 많이 인식하죠.
많은 사람들은 늑구도, 뽀롱이도 만약 우리 마을에 나타난다면 반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과거 탈출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 미디어는 불안을 조장하고, 추적하여, 사살을 불사하고 포획하죠. 그런 전례 때문에 이번에 생포 여론이 강했습니다. 살아 돌아온 건 다행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탈출한 동물을 야생으로 보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탈출한 동물의 집은 어디입니까? 전보다 더 공고해진 감금 시설입니까, 아니면 자연입니까?
동물해방물결은 최근, <DMZ 생추어리 국민운동> 포럼에서 리와일딩으로 나아가는 확장된 생추어리의 개념을 생명평화전환한마당을 통해 토론했습니다. 탈출하거나 구조된 동물은 충분히 우리가 회복하고 복원하고자 하는 야생 또는 그에 준하는 생추어리에서 거주할 기회를 맞아야 합니다. 그것이 또 다른 종인 우리 인간이 같은 동물로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도리이며, 자연에 대한 침입자인 우리가 과오를 되돌릴 최소한의 노력입니다. 그 정도의 성찰도 없다면, 우리는 우리를 침략하고 식민화했던 무리와 우리가 무엇이 다르다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지금도 자연을 식민화하고, 공장식 산업으로 동물을 대학살하고 있습니다.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새로운 기회를 맞은 탈출∙구조 동물에게 기존과 같은 삶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제 식민지를 겪었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오월드는 늑구 한 명을 살아 돌아온 스타로 만들어, 새로운 돈벌이를 해야겠습니까? 아니면 그를 위한 방생을 또는 생추어리의 마련을 위한 의지를 표명해야겠습니까? 오월드는 늑구의 상업적 이용을 중단해 주십시오! 동물이 동물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여 주십시오!
그것이 새로 인식하고 성장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동물권 의식과 생태계 회복의 당위성에 응답하는 적절한 조치이며,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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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늑구 #리와일딩 #DMZ생추어리
사진 출처 경향신문, 대전오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