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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 Nov 17. 2024

소설7

네가 늘 행복하기를

토요일 아침 일찍 경민오빠에게 전화

가 왔다

"소현아, 너 오늘 별다른 일 없다고

했지? 오빠 너네 집 앞인데 나올래?"


가끔 즉흥적으로 이러는 오빠가 난감

하다 그래도 또 싫지는 않다

캡모자를 눌러 쓰고 나갔다

차에 타자 마자 오빠가 안전벨트를 매

준다


"오늘은 오빠랑 놀러가자"

잠깐 얼굴 볼 심상으로 대충 모자나 하

눌러쓰고 나왔는데 난데없이 놀러

자는 오빠

이른 아침부터 가서인지 길한번 안밀리

고 경민오빠랑 간 제부도

오빠는 사진 찍는 거를 좋아했다 사진기

에 대해 잘 모르는 내게 늘 렌즈가 어떻

이건 어떤 제품이고를 이야기 했다


"소현아, 저기 등대에 서 볼래 오빠가

사진 이쁘게 찍어줄께"

청바지에 머리 질끈 묶고 캡모자 하나

고 나와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그나마 운동화라도 신고 나온게 어딘

가! 싶은 소현이다

자꾸 카메라를 들고 나를 찍어 준다는

빠를 피해 오랫만에 바라 본 바다


"소현아 이거, 이쁘지?"

하며 돌 하나를 어디서 주워 와  준다

하얗고 반질거리는 작은 돌이였는데

오빠 말처럼 이쁜 돌이였다

이런 곳에 있지 않을 거 같은 돌처럼..


바다를 벗삼아 오빠랑 회한접시 시켰다

나는 회보다 옆에 나오는 스키다시에 더

꽂혀서 먹었던 것 같다

구름 한점 없었던 파아란 하늘과 바다

안가를 오빠랑 거닐었다

특별한 말을 주고 받지 않아도 그냥 그

공간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던  기분이

들었다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오빠가

"소현아,피자 좋아해?"

"좋아는 하는데,, 아직 배가 불러서"

"안 먹어도 돼 포장해서 그럼 집에 가

동생들이랑 먹어"


제부도 쪽 언덕위에 있는 피자가게를

들려 가자는 오빠

잠시 가게 안에 들어가 창가쪽에 자리

를 잡고 앉았다

오빠가 카운터에서 피자를 주문하고

계산을 하는 듯 보였는데 피자 가게

인이랑 같이 오빠가 온다

"안녕 하세요 저 이야기 많이 들었습

다 저 경민이 친한 친구 동훈이라고

니다"

얼떨결에 인사를 나누고는 셋이 자리

앉았다

"경민이가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제가

고 싶어서 한번 놀러 오라고 했는데

오늘 왔네요"

오빠가 겸언쩍은지 여기서 제일 맛있

거나  가져다 달라고 하며 친구의 등

을 민다

"오빠가 잠깐  나오래서  머리도 대충

묶고 모자쓰고 나온거라!"

"머리 묶은 모습도 이쁜데 귀엽고"


소현인 궁금했다 아까 동훈씨가 했던

말이,,이녀석이 어찌나 소현씨 얘기를

친구들한테 하는지 궁금해서 뵙고 싶었

다는 말이

머리속에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오빠 친구한테 이쁘게 좋게 보여지고

싶었는데 오늘 이복장은 아니지 않았나

싶은 생각마져 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

"아까 많이 불편했어? 고등학교때부터

던 오빠 절친이야 제부도 온 김에

얼굴은 보고 가야 할 거 같아 들린거고

소현이가 부담 안 가지면 좋겠는데.."


오빠 친구네서 포장 해 온 피자

소정이가 맛있다고 어디 피자냐고

물었다

동생한테 솔직히 말했다가는 또 밤새

궁금해 해  취조 당할까 싶어 대충 둘러

댔다

그날 소현인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다 답

도 없는 고민을 밤새 했던 것 같다


토요일에 경민 오빠를 만나고 일요일엔

친구들이랑 모처럼 영화를 보기로 해서

영화를 보았다

친구들은 다 영화가 재미있다고 했지만

소현인 영화가 사실 잘 들어 오지 않았다

우린 좀 출출해서 시내 즉석 떡볶이 집에

들어갔다

다들 어린애처럼 떡볶이를 좋아하는 친

구들, 소현이도 일주일에 한번 꼴로 떡

볶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한 참 떡볶이를 먹고 있는데 옆테이블에

있던 남자 손님이 우리한테 다가 왔다

"저 실례하지만 소현씨 아니세요?"

"아,, 저 기억 안나세요? 저 종원이 친구

성진이,,"

"안녕하세요"

"종원이 온 거 아시죠?"

"...."

"아직,모르셨구나 종원이 귀국했어요"

"아,,,네"

몇마리 주고 받고 그남자는 같이 온 일행

이랑  나갔고

친구들도 나도 조금 벙쪄있었던 것 같다

"종원이 오빠 말하는 거야 웃긴다 너 좋

다고 사귀자고 할 땐 언제고 자기 힘들다

고 헤어지자 했다" 며 그 뒤로 일방적으

로 연락도 끊고

"소현,혹시 연락오면 마음 약해져서 만나

지 마라 경민이 오빠가 훨 낫지!"

어릴때 잠깐 교재했던 종원이 오빠에겐

그냥 소꿉친구 느낌이였다 가슴이 설렌

다거나 그랬던 건 아니였다

사랑에 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소현이에게 종원이 오빠나 경민오빠

둘 다 편안 존재였던 것 같다

그런데 경민오빠에겐 왠지 작은 설레임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종원이 오빠 소식을 들으니 그 시절이.

생각났다


고등학교 1학년때의 소현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데 우편함

에 편지가 있었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온 한통의 편지~

처음에는 행운의 편지인줄 알았다 그때

당시 친구들에게서 이상한 편지오면 절

대 뜯어 보면 안된다고 들었던 게 기억이

났다

To소현

from종원

이라고 씌어 있어서 뜯어 보았다

"우연히 소현이를 알게 되었고 딱 내스타

일 인데 나랑 사귀자는 내용이였다"

학교도 다르고 나랑 겹치는 게 하나도 없

는 나보다 한살 많은 오빠

처음엔 이상한 사람이다 하고 읽고 버렸다

그런데 계속 편지가 왔다 자기 소개부터

작해서 자긴 이상하고 나쁜 사람이 아니

자기가 어디살고 어느학교 다니고 어떤

람이고에 대한 자세한 글과 나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서사였다

그리고 한번 만나보자는 내용 이였다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이라 여겨졌는데

차츰 그의 진실성이 느껴졌고 엄마한테

그오빠가 보내 온 편지를 다 보여 드렸던

것 같다 엄마가 읽어 보시고는 나쁜 아이

는 아닌거 같다고 너랑 친구하고 싶어 하

는 것 같다고 한번 만나봐도 될 거 같아

그리고 니생각을 똑부러지게 이야기 해

도 될 거 같은데 하셨다

친한 친구들도 옆에서

"한번 만나보고 잘 생겼으면 사귀고 못

생겼으면 사귀지 말라" 고 했다

"소현아, 근데 그오빠 어떤 부분은 짱

멋지다"

하며 부러워 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린 소현이는 남자

한테 관심도 없었다 그냥 마음속에 짝

사랑 하는 오빠,, 한명

마음에 살고 있었을 뿐,, 그래서 더 신

경 쓰였던 것 같다 홀로 짝사랑하는 기

분이 어떤 마음인지 아는 소현이였기에


소현인 종원이 오빠랑 만나기로 결심

하고 시내있는 롯데리아 앞에서 보기

로 했다

종원이 오빠가 편지로 먼저, 혼자 나오

불편하면 친한 친구도 데리고 오라고

했다 본인이 햄버거를 사겠다고 하며

그렇게 오빠의 10번째 편지를 받은 날

롯데리아에서 오빠를 처음으로 만났다


친한 친구,주영이를 데리고 나갔는데

오빠도 혼자가 아니였다

오빠의 친구였던 성진이 오빠랑 같이

있었다 본의 아니게 뭔가 미팅 같은 느

낌이 들었다

나도 부끄러움도 많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말 잘하는 주영이를 데리고 간 건

데 오빠는 너무 떨려서 친구를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편지에서는 거침 없는 성격으로 느껴

졌는데 그날 만난 오빠는 착하기도 하

고 순수하기도 하고 조금 부끄러움이

많은 소년 이였다

내눈도 못 마주치고 얼굴이 빨개져서

는 이런 오빠가 어떻게 용기있게 편지

를 보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한두시간 햄버거도 먹고 조금 놀다 우

린 학원 가야 해 일어섰다

그냥 편하게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번호

를 주고 받았다


학원가는 길에 주영이가

"소현아, 종원이 오빠 너 많이 좋아 하

는 거 같지 않아?"

했다

"아니, 난 잘 모르겠는데 오히려 오빠

친구가 너 자꾸 쳐다보고 말 시켰잖아"

"아까, 너랑 전화번호 교환 할때도 종원

오빠 귀 빨개져서는 떨더라 여자 친구

사귀는 거 첨인가 봐 모쏠끼리 잘 해

봐" 한다

주영인 남친이 있다 난 그냥 오늘 이

상황이 조금 뜻하지 않은 꿈 같은 그

런 느낌이였고  뜬 구름 같은 그런 느

낌이였다  남친을 사귀면 크게 달라질

지 모르겠다 싶은 일상들도 그닥 평범

하게 천천히 흘러 가고 있었다

종원이 오빠랑은 만나는 것 보다 오히

려 편지를 주고 받는 게 더 편했던 것

같다 학생이라는 제약 때문이였을까?

우린 그렇게 순수하게 지냈던 것 같다


종원이 오빠와의 기억은

오빠가 크리스마스 날에 학원앞에서

다렸던 게 생각난다

자기 키만한 하얀 곰인형을 안고,, 남

자친구한테 처음 받은 선물 이였다

저 인형을 사 주고 싶어서 알바를 했다고

해서 감동이였다

인형이 무겁다고 집까지 같이 인형을 안고

데려다 주었다

오빠와의 교재는 부모님들이 딱 좋아할 만

한 그런 교재였다

그리고 오빠가 고3,, 입시를 치르며 힘들어

했고 오빤 재수를 했다 그쯤  우린 조금씩

연락이 뜸해졌다


오빠에게서 온 편지에

"소현아, 너랑 지내며 많이 행복했고 즐거웠

어 고마워, 오빠 이제 너한테 연락 못 할거

같아 나 유학간다"

그게 끝이였다

20살의 소현이와 21살의 종원이의  봄은


그런데 오늘 성진이 오빠를 우연히 만났고  

오빠가 한국에 나와 있다고 했다

3년이나 지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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