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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 Nov 20. 2024

소녀,첫 사랑에 대한 잔상

나의 글,나의 그림,,,

긴 터널의 끝에

가을이 와 있다


하늘을 우러러

살랑살랑

코스모스가 나를

이끄는 길


그 길 끝에

열일곱의 내가 서

있었다


열가락 손톱 위에

가지런히 물들이고

수줍게 흔들리는

코스모스가 되어


여린 소녀의 마음속

간질이는 창문 틈으로

작은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길고 아늑한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 하얀, 구름 깃털 하나

소녀의 세상 안으로

날아 들어오니


가을바람이 훅~ 지나간다


그 바람에

깃털이 사라질까

서둘러 쫓아가 본다


연분홍 코스모스

이 파리에

가만히 내려앉은

하나의 순결함


그 위로

오르락내리락

고추잠자리 날고 있다


열일곱의 품 속

아련한 첫사랑처럼

소녀의 곁을 맴도는 고추잠자리


엄지와 검지로

투명한 날개를 잡아

하늘 위에 얹여 놓았다


하늘과 바람

햇살 속에 소년이 노닌다


씻기지 않는 그리움처럼

내 손톱에 내려앉은

고운 마음이 자꾸만 자란다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는 고추잠자리를 보며

소녀는 서글픈 미소를 짓는다


아이야~

긴 터널 끝에 선

가을 같은 아이야~


더 시린 계절이 오기 전에

나를 보러 찾아와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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