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족
친정엄마는 사주에 일복을 타고 태어
난 것 같다고 늘 하소연하신다.
그런데 딸인 내가 지켜보기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나어렸을 적에 엄마가 삼촌 두 분, 막내
고모랑 함께 산 기억이 있다.
우리 아버지는 칠 남매 중에 넷째 셨는
데 밑으로 남동생 둘, 여종생 한 분이
우리 집에서 함께 한 4~5년 같이 사
셨던 것 같다.
삼촌들 작업복을 늘 빠시던 우리 엄마
가 선명하게 아직도 기억이 나니 말이
다, 작은 평수의 집에 우리 다섯 식구,
삼촌과 고모까지 여덟 식구가 옴닥옴
닥 모여 살았다.
아버지 위로 형도 있고 누님도 계셨는
데 왜 동생들이 다 우리 집에서 사셨
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 어린 마음에
우리 엄마도 너무 착하셨던 것 같다.
그 이후 다 짝 찾아서 결혼하며 하나
둘씩 독립하시고 그제야 좀 일에
서 해방 되시나 싶었지만 그 이후엔
또 막내 이모를 키우셨다.
외할머니가 나이 마흔이 넘어 막둥
이를 낳으시고 막내 이모가 초등학
교 4학년 때 돌아 가시는 바람에 큰
딸이셨던 엄마가 데리고 오셨다.
그때 내 나이 9살이었다.
잦은 왕래가 없었던지라 우리 집에
함께 살게 된 나보다 2살 많은 이모
는 내게도 큰 스트레스였다.
갑자기 동생이 생기면 큰아이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어른들이 생각
하는 것보다 더 크다던데...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엄마가 일복이 많게 태어난 것과는
별개로 어린 나는 무슨 죄란 말인가?
내 자리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뺏긴
느낌이었고 엄마는 늘 내게,
"이모는 엄마가 안 계셔서 안쓰러운
니 우리 착한 인영이가 양보도 하고
이모 좀 많이 챙겨줄래? 이모가 슬
퍼하지 않게.."
하셨다. 고작 내 나이 9살 때였다.
이모랑 조금이라도 다투면 이모 한
테 버릇없게 군다고 혼나고
동생이랑 다투면 언니가 동생이랑
똑같이 군다고 혼나고
어느 순간부터 나의 어린 시절은 맑
음이 아닌 흐림의 연속이었다.
우리 엄만 무슨 고아원 원장님도 아
닌데 삼촌 둘에 고모에 그이어 배다
른 이모까지 성인이 되는 20살까지
양육하고 졸업시켰다.
정작 본인도 이혼 가정에서 부모 사
랑 못 받고 할머니 손에 키워졌으면
서 본인을 불태워 가며 늘 어린 시동
생, 시누이, 동생까지 키워내는 보모
로 꽃다운 20~30대를 그리 보내셨
다.
중학교 때 참고 참았던 울분이 터져
던 것 같다. 엄마가 교회 간 사이에
이모랑 머리 끄덩이를 잡고 싸웠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없을 때 동생들 돌보고 뭔
가 엄마를 도와주는 리더의 몫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 자리마저 이모가 하고 있
단 생각에, 동생들이 내 말 보다 이
모 말을 더 잘 듣는다는 생각에,
욱해서 일으킨 쿠데타 같은 느낌
이었다.
내 것을 다 빼앗고도 미안해하는
기색 하나 없이 당당한 자태가 꼴
비기 싫었고 억울하단 생각이 울컥
올라왔다.
처음엔 말다툼으로 시작했는데 어
그 순간 몸싸움이 되었고 나는 지고
싶지 않아서 악착같이 이모의 머리를
손에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
엄마가 오셔서 내가 더 많이 혼났지만
억울함은 없었다,
이모의 손아귀에 쥐어진 머리카락
보다 내 손에 쥐어진 머리카락이 더
많은 것을 보고 희열이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면 이모랑 11년 동안 살
면서 좋았던 기억 보다 내 안의 상
처가 차곡차곡 쌓여 미움이 더 않았
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엄마
한테도 어느 순간부터 말 수가 줄어
들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조
금씩 이모랑 친해졌다.
"큰언니가 아니었으면 고아원에 갈
수도 있었는데,,, 언니의 도움으로
학교도 다니고 미용사 자격증까지
따서 독립할 수 있었어 언니는 내겐
늘 엄마였어"
이모는 늘 우리 곁에 살면서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항상 함께 한다.
어릴 땐 내 자리를 뺏은 이모가 미
웠는데 지금은 내 몫을 함께 나눔 해
주는 이모한테 늘 고맙다.
몇 년 전에 이모랑 술 한잔 하며 오
랫동안 묵혔던 감정 쓰레기들을
서로 허심 탄하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우린 그때 너무 어렸고 상대방을
생각하기엔 덜 성숙했던 것 같다.
지금은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이 배
려를 해서 탈이다.
이모가 한 번은
"언니도 너희들도 내겐 엄마이고
영원한 동생이라고 생각해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인영이 네가 제일 부러
웠고 또 네게 제일 미안했어 언니
네 집에 살면서..."
"나도 그땐 철이 너무 없어서 이모
를 많이 미워했던 것 같아 그런데
지금은 이모가 너무 좋아! 이모 우
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자!"
시간이 우리를 성장하게 했던 것 같
다.. 엄마는 가끔 다시 그 시절로 돼
돌아가고 싶지 않다신다.
늘 희생만 하며 살아오신 엄마,,..
그녀의 삶을 온전히 다 이해하진 못
하지만 우리 엄마는 존경스럽다.
그래서 나는 우리 엄마가 더 많이
노후가 행복하고 평안하길 바란다.
역시 엄마 팔자에는 일복이 있는지
요샌 또 남동생 가게 봐주신다.
진짜 속상하네 ㅠㅠ
"엄마도 이젠 좀 내려놓으시고 쉬
세요"
이모랑 화해했더니 요즘은 또 남
동생이 미워 질랑 말랑
또 욱 소녀 나오는 중이다
"아르바이트생 써라 엄마 일 시키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