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부를 수 있는 '절망'
오랜만에 친한 언니를 만났다.
며칠 후면 언니 생일이기도 하여
잠깐이라도 차 한잔 하자고 해서
만나게 되었다.
"언니,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어디 아팠어?"
덤덤하게
"친정엄마가 하늘나라 가셨어"
"언제? 아니 왜 연락을 안 했어?"
"나도 경황이 없었어 갑자기 돌아
가셔서.."
"어머니, 건강하셨잖아!"
"아버지가 갑자기 편찮으셔서 아
버지 입원하고 수술하셨거든..
그런데 다들, 아버지한테 신경 쓰
는 동안 엄마가 집에서 홀로 아버지
퇴원이 길어지니 기다리시다가..."
나이 들면 남는 건 부부밖에 없다고
서로 의지하고 사시다 남편이 갑자
기 큰 수술을 받게 되니 그때부터
어머니는 불안해하셨다고 한다.
"너네 아버지 없이 나 혼자 못 산다
나는..."
하시며 수술 이후 경과가 미연 해서
퇴원 날이 자꾸 연기되니 엄마가
슬퍼하셨다고 그러다 갑자기 홀로
주무시다 쓸쓸히 하늘나라 가셨다고
사망 원인 불명이라고 했다고...
언니말을 듣는데 갑자기 내가 눈물이
왈칵했다.
"인영아, 네가 왜 울어?"
"친정엄마잖아! 친정엄마가 너무 안
스럽게 그렇게 가시면 안 되는 거잖아"
나의 엄마도 아닌데 눈물이 계속 났다.
언니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건넨다.
"언니, 연락하지 그랬어"
"충청도 보은이라 멀기도 하고..."
"아무리 멀어도 난 친정 부모님 부고
소식엔 다 간단 말이야"
"알았어,, 미안!"
내가 언니를 위로해 줘야 하는데 주
책맞게 내가 오히려 펑펑 운다.
언니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고 한
다. 엄마를 보내 드리고 보름이나
지났는데도...
"언니, 월요일에 생일이라 직장 다니
니까 미리 선물 주고 싶어서 연락 한
건데..."
"그래도 늘 언니 생일 잊지 않고 챙겨
주는 너한테 내가 늘 고맙지!"
"별건 아니고 내 마음이니까..."
"한결같은 인영이 마음 알지! 우리가
하루 이틀 보냐"
"언니, 많이 힘들었겠다.."
"아버지가 병원에서 오래 계시니 아무
래도 불안하고 절망하셨던 엄마가 상
심이 너무 커서 그래서 심장 질환으로
그리 가셨던 것 같아"
"아버님은 그럼.."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계셨는데 일반
실로 옮기신지 얼마 안돼? 아직 아버
진 엄마 소식 몰라 그래서 걱정이야
알려드려야 하는 건지..."
"오빠들은 뭐라는데?"
"당분간 만이라도 비밀로 하자고
하네 "
어떤 책에서 읽은 것 같다.
이별 후유중은 남자 보다 여자가 더
크다고 특히 배우자와의 이별울 받
아 드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남자보
다 여자가 더 오래 걸려서 그런 질환
을 일컫어 상심증후군이라고 한다
고 했던 것 같다.
중학교 때 우리 집에 잉꼬새 두 마리를
키운 적이 있었다.
한 일 년 정도 키웠는데...
한 마리가 시름시름 밥도 안 먹고 하
더니 밤새 죽어 있었다.
죽은 새를 꺼내서 땅속에 묻어 주고
십자가도 꽂아 주었다.
다음날, 나머지 한 마리도 아무런 이
유없이 하늘나라 가고 말았다.
마치 그때 그 새가 생각났다.
동물도 이럴지인데... 평생 함께 살
아 온 배우자라면 사이가 좋았던 안
좋았던 한 사람이 먼저 떠나간단 상
심만으로도 정신적&신체적 스트레
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긴 하
다..
한순간의 절망이 가져다준 파장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이별이 되어
돌아왔다.
그래서 더 슬프게 느껴졌다.
우리는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들 이별을 할 것
이다.
이별을 잘할 수 있는 힘도 길러야
하는 거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에게 닥치면 나는 과연 이별을 잘
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는 이별이란 게 존재 하긴
할까?
비 오는 날, 친한 언니와의 반가움도
잠시 생각지도 않게 펑펑 운 날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