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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집사되다

by 문학소녀

큰아들이 키우던 냥이를 며칠 전

데리고 오더니 한마디 상의도 없이

"엄마가 당분간 구월이 좀 키워 줘"

한다.

며칠 봐 달리는 것도 아니고 저런

뻔돌이를 보았나!

기약도 없이 무조건 나보고 봐 달라

보챈다.


본인이 키울 능력이 안되면 처음부터

키우지를 말던지,,

난 참고로 고양이를 안 좋아한다

아무리 엄마라지만 25살 아들이 보채는

이 상황이 난,

기가차고 코가 차서 말문이 막히는 상황


6개월 전에 독립해서 살아 보겠다고

집에서 나간 아들~

친구랑 월세 반반 부담하고 같이 살기

로 했다는데.. 친구가 키우는 개가

본인이 키우는 고양이한테 텃세를 부려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며

나보고 당분간 맡아 달라고 한다.


일 년 치 보증금을 반반 묶어 내서

본인은 남은 기간까지 거기 살아야 하니

고양인 엄마가 봐 달라는 게 이유이다.

말 못 하는 짐승인데 안된다고도 못 하겠

고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떠안게 되었다.


이건 뭐!

장가간 아들이 며느리랑 사네~ 안 사네~

하다 애 데리고 와 나한테 떠넘기는 것

마냥 마음이 심란 ㅠㅠ


얘는 또 털까지 없는 냥이다 보니

더 측은심이 ㅠㅠ



강아지는 좋아하는데 사실 난, 고양이는

무서워한다.

그럼에도 아들이 키우던 고양이라

그런가 조금 덜 무서운 거 같긴 한데


아들덕에 강제 집사가 었다

며칠 고양이 키우기 공부도 하고


새 꼬까옷랑 방울도 주문하고

캣 타워도 주문했다.


한 며칠은 침대밑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더니 며칠 지나니 나만 따라다다.


어릴 때 우리 아이들 보행기 태워 주면

나만 졸졸 따라다니던 게 생각난다.


나이 50 넘어서 동물 뒤치다꺼리 하며

똥&오줌 치우려니 가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한데..


또 냥이 노는 모습 보니 혼자 집 지킬 때

보다 덜 외로운 것 같기도 하고


이래서... 나이 드신 어른들이 집에

누구라도 오면 그리 좋아하시나 보다!


토요일일인데도 남편은 출근하고

독립한 큰아들, 군대 간 작은 아들,

온기 없는 이 집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

나비처럼 찾아와 폴짝 거리는 모습에

슬그머니 미소 짓게 한다.

나도 나이 먹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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