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선물
몇 달 되었다고 하셨다..
친정엄마가 요새 기분이 영 다운되어
보이시는 게 안쓰럽다.
나이가 먹는다는 건, 자식들 앞에서 표
현은 못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슬픈 거
였구나 싶은 게..
점점 내가 아닌 사람으로 변화되어 가는
걸 받아들이는 게 쉽지가 않구나
우리 엄마가..
미각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셨다.
우리 엄마는 음식을 무지 잘하신다.
옛날부터 엄마가 싸 준 도시락은 친구
들한테 인기가 많았고 엄마 반찬을
드셔 본 이들은 늘 칭찬 일색이셨다.
한정식 식당 못지않게 늘 매끼 정갈
하게 끼니를 챙겨주시던 엄마다..
그런 우리 엄만 음식에 대한 자부심
도 크고 또 음식 하시는 걸 좋아도 하
신다.
그런데 며칠 전 엄마가 기분이 다운
되어서는
"이제 음식 안 하련다.. 내음식이 예전만
못해 맛이 안나! 나이가 드니 미각이
예전만 못해 난리 부르스다"
사건은 이랬다
본가에 부모님과 결혼 안 한 노총각
남동생, 이렇게 사는데... 아침식사에
국이 짜다며 남동생이 한 수저 뜨자
마자 싱크대에 쏟아 버렸고
엄만 큰 충격을 받았단다
엄마 스스로도 언젠가부터 본인이
맛을 보는 게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긴
했는데 막상 눈앞에서 아들이 해 준
음식을 버리니 엄만 본인 스스로에게
충격이었던 듯하다.
"인규가 잘못했네! 장가를 안 가서
애가 철이 없어! 70대 노모가 해
주면 감사히 먹어야지..
짜면 물 부어 먹고 싱거우면 소금 더
뿌려 먹고 엄마에 대한 배려가 없어!
해 주지 마,,, 엄마!"
엄마 이야기를 듣고 나 역시 속상해 더
으름장을 놓았다.
"엄마는 그래도 낫지!
살아생전에 우리 시어머니는 음식에
자꾸 설탕을 넣으셔서 짜면 물이라도
부면 낫지. 달아도 너무 달아서 난감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도 나랑 애
아빤 어머님이 자식 위해 해 주신 거니
그 앞에선 표도 못 내고 먹었었어.
저게.. 간이 배밖으로 나왔네
남자도 장가 안 가면 철이 안 난다더니
우리 엄마, 아직 쌩쌩하구먼 기분 풀어"
코는 석자는 빠져 며칠 우울해하는
엄마를 보니 장녀로서 마음이 불편
했다.
내 나이도 50이 넘어 나 역시 그 마
음이 뭔지 알 것도 같기에..
우리는 그렇게 나이를 먹고 늙어 가
는 건가 보다
엄마가 해바라기 꽃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시들지 않는 해바라기 꽃을
기분 전환으로 선물해 드리고 싶어
궁리하다가 내가 직접 만들었다.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해바라기
꽃도 그리고 늘 해 주고 싶은 말도
넣어 드렸으니,, 이거 매일 보면서
힐링하셔요
낮엔 낮대로 보고 밤엔 조명처럼
써도 되고.."
"별 걸 다 만드네 우리 딸~"
저녁에 엄마가 카톡을 주셨다.
"딸, 고마워! 너무 이뻐서 오늘은
엄마가 행복한 잠을 잘 수 있을 거
같아"
"엄마가 행복하면 땡큐지! 엄마도
나도 나이 먹는 걸 어떻게 막겠어!
나이가 먹으니 신체 여기저기 고장
도 나고 변화되는 걸.. 그래도 슬퍼
하지 말고 우리 행복하게 살자요
엄마, 포장 박스도 내가 정성스레
만들었으니 버리지 마"
"자식들이 주는 건,, 먼지 하나도
버리기 싫다 얘!"
오전과는 달리 하이톤이 되신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자식새끼 입에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본인은 늘 안 먹어도 배부르시단 부모님
나도 부모가 되어 보니 알겠던데..
이쁜 건 다 우리 엄마 드리고 싶다.
좋은 건 다 우리 아빠 드리고 싶다.
오늘의 서프라이즈 선물로
우리 엄마, 해피~ 맑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