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래간만에, 엄마랑
산책도 하고 차도 마셨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슬픈
주제로 이야기를 꺼낸다.
"엄마도 가을 타!
나, 아직 그런 이야기 들을 준비가
안 되었는데..
아! 몰라, 몰라 안들을래"
귀를 두 손으로 막고 도리질을 한다.
친정엄마 나이 70대 초반,
아버지 나이 70대 중반,
아버지가 파킨슨 병을 앓고 계신다.
많이 심한 편은 아니시지만..
그래서 엄마가 더 그러시나!
"아빠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이제 영정사진도 미리 찍어 놓고
해야겠어"
차 마시다 말고 뜬금없이 엄마가
영정사진 이야기를 하신다.
"엄만, 가끔 나 만날 때마다 요새
이상한 이야기 하더라."
"인선이 인규는 어리고 네가 장녀
니까 너한테 말하기가 편해서.."
"엄마 동생들도 40대 중반인데
뭐가 어려? 난 슬픈 말 같은 거
듣고 싶지 않아. 나 말고 할 거면
게네들 붙잡고 해"
"너도 내 나이 돼 봐라 사람일이
언제 어찌 될 줄 알아? 미리미리
이쁘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찍어
놔야지! 아빠 혼자 찍으라고 하면
그러니 엄마도 가서 같이 찍어야지!"
"엄마, 그러다 100살까지 살면
어쩌려고?"
"이놈의 계집애가 벽에 똥 칠할 때
까지 살긴 싫다 내 새끼들 힘들게
하고.."
가을이 갈수록 짧아지는 것도 아쉬
운데 우리 엄마말은 더 짜증 나고
슬프다.
"다 죽는 거지만,, 왜 벌써부터 저러
시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