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께
아빠라고 불렀던 때가 그때였습니다
들판의 자운영을 입에 물고
당신의 지게를 올랐을 때
당신은 내가 짐이 아니라 힘이라 했습니다
당신의 젊음을 먹고 자라
초록 같은 아이를 낳았고
낙엽으로 시든 당신을
아들은 할아버지라 부릅니다
아빠는 내 손을 잡아주었듯
오늘은 내가 그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한평생 요리로 허물어진 어깨
당신이 고작 이 한 손에 들어왔습니다.
말라버린 그 어깨가
아직도 얼얼하게 손에 남아
종일 생각하고 더듬어도
당신 얼굴은 지워지기만 합니다
간장이 쓰라립니다
아빠라고 부르지 못해서
당신이 이제는 짐이 된다고 말할 때
정색하며 화내지 못해서
내가 그러했듯 당신도
모든 생을 통틀어
언제나 나의 힘입니다
사랑합니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