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불안한 일본
지난주 러시아의 TU-95MS 전폭기 2대가 최신 전투기 SU-35S와 함께 최소 3대가 KADIZ 4 차례 침범하였다. 드리고 이어서 23일 아침 다시 러시아 군용기가 두 차례나 독도 상공을 침범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특히 이번에는 수십 차례의 무선 통신 시도에도 불응하였고 결국 우리 공군이 수백 발의 경고 사격을 하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이 사건이 있기 약 두 시간쯤 전에 중국의 군용기도 이어도 북서쪽에서 우리 KADIZ를 침범하였다. 2시간가량 침범과 이탈을 반복하던 중국 군용기들은 북쪽으로 기수를 돌렸다고 한다. 그리고는 러시아 군용기와 합류하여 다시 남쪽으로 기수를 돌려 KADIZ를 재 침범하였고 이때 러시아 군용기 한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였다고 한다. 우리 전투기들이 차단 기동과 함께 경고 사격을 하였고 러시아 군용기는 독도 상공을 빠져나갔다가 다시 침범하였다. 러시아 군용기는 결국 우리 영공을 빠져나갔는데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의 대사관에게 엄중한 항의를 했으나 이들은 한국의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사실 인접국이 영공이나 영해를 침범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KADIZ의 침법은 꽤나 자주 있어온 일이다. 영공은 직접적인 주권 침범으로 영공 침범 그 자체 만으로 공격하여 격추시킬 사유가 되지만 KADIZ의 경우 우리나라가 군사 방위를 위해 결정하고 국제 사회에 통보한, 말하자면 일방적인 선언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선언한 JADIZ도 우리나라와 겹친다. 독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이어도에 대한 한국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은 JADIZ의 범위에 독도와 이어도를 넣고 있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어도 상공의 하늘과 바다를 자신의 방공식별 영역으로 선포하고 있다. 더구나 황해의 경우에는 황해의 대부분을 자신의 방공식별 영역으로 선포하고 있다.
의문은 이 시기에 왜 중국과 러시아가, 더구나 두 나라가 함께 우리나라의 KADIZ를 침범했으며 그 의도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이 두 나라가 비록 적성 국가들이기는 하지만 현재 시점에 우리 한국을 도발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을 도발할 이유가 없다면 누구를 도발한단 말인가? 그것은 당연히 일본, 그리고 일본과 군사적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하겠다는 미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다. 금년 미국인도 발표한 인도 태평양 방위 전략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애 대응하기 위하여 일본과 협력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일본은 백 대가 넘은 F35를 구매하는 등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일의 이러한 움직임에 당연히 중러는 대응할 필요를 느끼며 지난번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서 두 나라는 상호 방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 대응 태세의 하나일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이 단독으로 미국과 전쟁을 할 경우 미국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으나 중러가 동맹을 맺고 함께 대응할 경우에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지적된 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동 지역, 예컨대 이란과 미국이 전쟁을 하고 있는 전쟁 중 상황에서 중러가 동맹을 맺고 미국을 공격하는 것이다. 사실 상 미국은 지구 상 3 곳에서 동시 전쟁을 치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러로서는 가상 적국에 대한 통상적인 정찰 비행, 탐색 비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일-미 방어선의 북방 한계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독도 인접 지역과 이어도 인접 지역에 대한 탐색 비행, 그리고 도발 비행을 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의 대응을 관측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중점은 아마도 한국보다는 일본에 있을 것이다.
북한과 대치하면 수십 년을 준 전쟁 상태에 있었던 한국의 반응은 기민했다. 영화나 TV에서 보는 미지의 침입 비행체에 대한 신속하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미국의 백악관과 펜타곤은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하지만 그렇게 수행할 있는 국가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일단 어떤 침입도 탐색해 낼 수 있는 레이더 체계와 대응하는 방공 체계, 그리고 실제 러이사나 중국과 같은 군사 대국의 군용기에 위협사격과 같은 여차하면 그대로 전쟁 상태로 돌입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 있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한국의 대응은 단호하고 과감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상황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한 것이 일본이다. 미국이 주권을 행사할 수 없는 영공에서 중러의 도발은 일본의 관점에서는 명백하게 일본을 겨냥한 것이다. 일본의 방위청이 한국과 동일한 항공기 항적 데이터를 제시한 것을 볼 때 중러 군용기의 독도 상공 및 이어도 상동 침범을 한국과 동시에 인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가끔 러시아의 폭격기가 일본 영공을 이리저리 침범하고 탐색하는 사례를 본다. 그때마다 일본은 패닉 상태가 되곤 한다고 하는데 이번 상황에 대해 일본은 어떤 대응 매뉴얼이 있었을까? 앞으로도 중러는 미일 동맹군의 맹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독도 및 이어도 상공을 대일 침투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속도가 빠른 항공기의 경우 아차 하면 영공에 들어서거나 벗어나게 된다. 만일 일본이 그들 말대로 이어도나 독도 상공을 향해 전투기를 발진시켰다면 경우에 따라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자기 영공이라고 주장하는 곳에서 중러 한일 4개국 군용기가 조우하게 된다. 과연 한국 전투기는 일본 전투기가 중러 항공기와 한국 영공에서 작전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일본 전투기를 도와 중러 전투기와 교전할 것인가? 그렇다면 일한이 군사 동맹을 맺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일본군을 돕지 않는다면 한국군은 일본군 전투기를 공격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한국 전투기는 중러일 3개 강국의 전투기를 상대로 교전할 것인가?
이 쉽지 않은 질문에 미국은 진작부터 미-일-한 군사 동맹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조치에 불만을 보인다.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서서 중국에 대응해야 된다는 것이 논리인 듯하다. 하지만 기존의 한미 방위 조약과 이번 미일한 군사 동맹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기존의 한미 방어 조약은 한국이 '공격을 당하면' 미국이 돕고 미국이 '공격을 당하면' 한국이 돕는다는 것이 기본 철학인데 비하여 이번 미일한 군사 동맹은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하면' 한국과 일본이 돕도,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을 하면' 한국과 일본이 돕고,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전쟁을 하면' 한국과 일본이 돕는 데다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한국과 일본이 돕는다는 철학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미국이 돕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공격을 당하면 미국을 돕는 조약은 무리도 원하는 바다. 물론 누가 미국을 선제공격하겠는가? 내용 상으로는 한국이 덕을 보는 조약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우리가 참전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하면 우리 국민들이 총 들고나가서 피 흘리며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역시 아닐 것이다.
미국은 다음 달 진행되는 한미 합동 훈련의 규모를 축소하자고 제의했다고 한다. 왜일까? 필자는 미국 입장에서 향후 중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합동 훈련이 더 의미가 있으며 일본과의 합동 훈련 규모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과의 합동 훈련의 중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그동안의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은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기 위한 의미보다는 중러를 겨냥한 면이 더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미국에게는 말이다.
일본은 한국이 군사 동맹을 거절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한국이 미-일-한 동맹에 참여해 주면 일본이 넘버 투가 되어 한국을 넘버 쓰리로 데리고 다니게 되고 과거사 문제 같은 한일 간의 불편한 일들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아 일본에게 매우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과의 동맹을 거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일본이 독도를 측량하러 오겠다며 도발한 일본 선박에 대해 격침시키라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노선을 계승한 사람이다.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일본은 하나의 커다란 의문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즉, "과연 한국은 우리의 우방일까?"라는 것이다. 지난번 일본 초계기에 우리 군함이 레이더를 향했을 때 일본은 왜 그리 과민한 반응을 보였을까? 우리가 일본을 공격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 국민들로서는 일본의 반응은 황당한 것이지만 만일 일본이 '한국은 어쩌면 우리의 적이 될지도 몰라'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화들짝 놀라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다. 그래서 칠자는 일본은 한국을 불안해한다 라고 생각한다.
넘쳐나는 반일 감정, 이어지는 역사 인식 문제, 끊임없는 일본에 대한 증오심의 표현, 그리고 한일 군사 동맹의 거절 등은 비록 그 원인이 상당히 일본 측에 있다 하더라도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은 여차하면 일본의 적이 될지 모른다"라고 하는 인식을 가지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본 정부의 여러 조치나 발언이 잘 이해된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믿을 수 없다", "반도체 재료를 수출하면 적성 국가에 제공할지 모른다", 이번 고노 외상의 발언 중에 있었던 "한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국제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 등은 모두 같은 맥락이 아닐까?
일본의 우려는 이번에 중러 군용기의 독도, 이어도 상공 침범으로 표면화된 것은 아닐까? 한일 간의 모순이라는 약점을 중국과 러시아가 탐색하러 온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며 일본 국민들은 무력감을 다시 한번 느끼는 것 같다. 일본으로서는 자기가 나서기 어렵다고 그렇다고 자국 영공의 일을 미군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필자는 아베 정권이 자초한 면이 크다고 본다. 또 그들이 극단적인 우익으로 돌아갈까 걱정스럽다. 그리고 그들이 무력을 가지게 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아베 정권과 일본 국민을 나누지 않고 '일본'이라는 말로 묶어 일본 국민들에게 대한 악감정을 키워나간다면 이 또한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지 않을까? 아베 정권에는 당당히 대응하고 일본 국민들과는 선린 외교를 다지는 방법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국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일본 국민들의 시각에 대한 이해도 조금은 더 진전되었으면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