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중일 FTA가 필요하다
미국의 협상단이 상하이를 방문하여 중국 협상단과 함께 간단히 저녁을 하고 다음날 오전 미팅을 가진 후 협상은 끝났다. 아무리 기대감이 높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비행시간 보다도 짧은 미팅이었다. 그리고 공동 협의 결과 발표도 기본적으로 없었다. 이제 다음 협상은 지난번처럼 2주 후가 아닌 다음 달에나 DC에서 열릴 것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미중 무역 협상의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
이번 2 라운드 미중 무역 협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선 어디서부터 협상을 시작할지부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번 헤어졌던 그 자리부터'가 미국의 입장이라면 중국은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이 협상이 시작되는 시점에 여전히 중국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다. WTO에 중국의 개발도상국 자격을 90일 내에 판정하라고 한 것이 그 한 예이다. 하지만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중국은 큰 동요가 없는 것 같다.
이미 2 라운드 미중 무역 협상은 본질이 바뀌고 있는 기운이 느껴진다. 우선 Kudlow가 Sinclair Braodcasting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역과의 무역 협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소련과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이미 미중 무역 협상의 본질이 순수한 경제 문제가 아닌 체제 개혁의 이슈라는 의미이다. 미 측 협상단의 전문가인 Claire Reade가 미중 무역 협상이 정치적 색채가 짙어지면서 타결의 가능성이 적어지고 있다는 취지를 표했다. (South China Morning Post)
Claire Reade는 USSTR에서 8년간 대중 협상을 한 대중국 협상 전문가이다. 그녀는 일반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한쪽에서 안을 보내면 상대방이 빨간색으로 수정해 보내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지만 이번처럼(4월 30일 버전에 대한 중국의 반응에 대한 것이다) 합의했던 내용을 돌연 새빨간 문건으로 바뀌어 보내는 경우는 없었다. 무엇인가 '비정상'이다 라고 소회를 밝혔다.
Claire Reade는 이런 중국의 태도 변화에는 '무엇인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전 세계가 다 놀랐다. 그리고 모두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 한다. 단정하기 어려우나 필자의 현재 버전의 추론은 시진핑의 주 지지 세력인 태자당이 반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도 확신은 하지 못한다.
Claire Reade는 새로 협상에 참여한 종산(钟山)을 겨냥하여 류허는 상당히 해밝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이해를 가졌지만 새 협상 팀에는 보다 '국내 지향적이고 내부 정치적인 시각이 들어오면 매우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Claire Reade의 견해는 아직까지는 필자의 추론과 모순되는 면은 없어 보인다.
미중 무역 전쟁에 있어 중국 측의 전략 전술은 이렇게 변화가 있었지만 미국 측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협상에 이르러 대포들을 쏘아댔다.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홍콩에 대해 중국을 경고하며 WTO에는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문제 삼았다. 메시지는 사실 분명하다. 시간을 끌수록 중국에 불리하며 빨리 협상에 합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이제 미국의 대선도 점점 근접하고 있고 사실인지 판단 착오인지 아니면 오도된 통계인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중국은 앞으로 상당 기간 견딜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필자는 이 부분은 좀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7월 31일 보도에서 중국의 PMI 지수가 6월의 49.4에서 49.7로 소폭 상승하여 경기 침체 속도가 줄어들고 있을 수 있음을 말했다.
물론 아직 50 아래이고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Macquarie Group Ltd. 의 이코노미스트 Larry Hu 같은 사람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대만 매체들은 광둥 성의 PMI가 중국 정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며 충격적인 숫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시각은 다르다. 수출 서브 인덱스가 6월의 46.3에서 46.9로 향상되었고 수입 서브 인덱스도 46.8에서 47.4로 호전되고 있다. 제조도 51.3에서 52.1로 나아지고 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미중 무역 전쟁 중에도 중국 경제는 다시 활로를 찾고 있다고 보는 것일 수 있다.
필자는 이런 시각 차는 아마도 국영 기업의 실적을 우선하는 중국 당국의 시선이 일반 서민들의 생활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데에서 비롯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세계 라면 판매량은 1036억 개라고 한다. 이 중 중국이 402.5억 개를 차지한다. 중국의 인당 평균 라면 소비량은 28.75이고 세계 평균 13.6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13년 중국과 홍콩의 라면 소비량 합계는 462.2억 개였다. 그러고 나서는 라면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어 왔다. 2016년에는 중국 전체 소비량이 385.2억 개 수준까지 감소한다. 그래서 중국 최대 라면 판매 업체인 대만의 캉스푸는 3년 동안 지속적인 매출 감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주로 중국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식사 대용으로서의 라면이 다른 대체재로 치환되고 있음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2018년부터 라면의 소비가 늘기 시작하더니 금년에는 이미 2016년의 수준을 회복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 라면의 소비 성장이 바로 서민들의 가계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의심한다.
중국 당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적 관측이 강경한 태도를 낳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상하이에서 만난 양국의 협상단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협상을 마무리하였다. 오후에 상해에 도착한 미국 협상단은 논의를 겸한 간단한 식사, 소위 working dinner를 한 후 그다음 날 오전에 4 시간 정도의 협의 후 마무리하였다. 원래 예정 시간보다 1 시간 정도 일찍 끝난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결코 협상이 순조롭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양측 모두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을 것을 추정되는데 중국은 이번 협상이 결렬돼도 상관없는 것일까? 결렬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일까? 그동안 협상에 대해 미국 측은 4월 30일 버전에서부터 재개를 주장하고 중국 측은 반대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번 협상에서는 바로 이 어디서부터 재개할 것인가 라는 문제부터 해결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협상이 종료되고 미국 협상 팀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그들이 미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중국은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농산물 구매를 하겠지만 '정직하고 건설적인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행되고 있는 협상의 범위를 고려할 때 실로 사소한 이슈라고 하겠다.
반면 돌아온 협상단의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중국의 대미 수출 품목 중 3천억 달러에 달하는 잔여 부분에 대하여 10%의 징벌적 관세가 9월 1일부터 발효된다고 트위트를 하였다. 이제는 일반 소비재 품목들이 징벌적 관세를 물게 된 것이다. 의류 회사 American Apparel & Footware의 부 CEO Rick Helfenbain 은 우린 망했다고 CNBC에 나와 한탄하였다.
트럼프의 이런 행동은 본인은 흔들리지 않고 원래의 계획대로 착착 밀어붙여 나갈 것임을 시사한다. 마치 독일 병정처럼, 아니면 로마의 사각형 군단처럼 말이다. 그리고 늘 이야기했던 것처럼 협상이 타결돼도 좋고 결렬되고 좋고를 또다시 외쳤다.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은 소련 해체 정책을 중국을 대상으로 시전 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은 자신들이 소련과 동일한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이 생각하는 미중 무역 협상 결렬 시 위기탈출 책략은 무엇인가? 이번 대선에서 어떻게든 민주당이 이기도록 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이 있다. 민주당의 대중 정책 역시 강경하기 이를 데 없으며 최근에는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와 대만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민주당이 중국에 유연한 정책을 쓸 가능성은 적다. 유일하게 중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던 민주당의 존 바이든 상원의원도 입장 선회한 지 오래다. 블룸버그에 나온 Paulson Institute의 부회장 Deborah Lehr는 중국이 만일 민주당 후보가 다음 미 대통령이 될 것을 겨냥하여 시간을 끈다면 그것은 소용없는 일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필자는 중국 전문가들이 미중 무역 협상 결렬 시 어떤 타개책을 가지고 있는가를 조사를 했으나 누구도 이렇다 할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 또는 중국 공산당이 경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실마리가 있다.
우선 내수와 무역 가운데 내수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는 것은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기존 경제와 성장 모델 중에서는 성장 모델 쪽에 노력을 하고 있다. 바로 이 성장 모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화웨이와 일대일로다. 화웨이는 5G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중국 기술로 펼쳐나간다는 점에서 그리고 5G 인프라가 다양하고 대규모의 새로운 비즈니스들을 창출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물러설 수 없어 보인다. 일대일로는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물류 보급선을 지킨다는 국가 전략적 의미도 있지만 고속철, 항구, 토목, 건설 등 기존 국영 기업들의 먹거리를 지속 공급한다는 점에서 또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5G나 일대일로는 문자 그대로 '미래 성장 모델'이지 당장 눈 앞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되지 못한다. 당장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되면 창고에 있는 물건을 내다 팔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 ASEAN 국가와도 여러 가지 협력을 해 욌다. 하지만 이들 ASEAN의 구매력은 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땅콩에 비스킷이다.
사실 중국이 미중 무역 협상 결렬 시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 수단은 한국과 일본으로 보인다. 미국과 바이 바이 한 중국에게 EU가 어느 정도는 협력을 하겠지만 그 범위나 조건이 결코 우호적일 리 없다. 하지만 가까운 한국과 일본은 직접적으로 중국의 물리력 범위 안에 있다. 그리고 한 중 일 세 나라는 경제 구조 상 상당히 밀접하게 상호 의존적이다. 그리고 미국과 EU에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중국에게 남은 것은 한국과 일본 정도 밖에는 없다.
그래서 중국은 한중일 FTA를 원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희망은 한일 관계가 악화될수록 현실적이 되어 간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한일 관계의 악화가 진해됨에 따라 중국이 한중일 FTA의 희망을 품게 되었다고 보도하였다. 중국은 조용히 숨 죽여 한일 관계의 악화, 그리고 상호 경제 의존 구조의 분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일 한일 관계의 악화가 결국 미중 무역 협상으로 코너에 몰린 중국에게 숨통을 열어주는 결과가 된다면 과연 그 결과는 누구에게 이롭고 누구에게 나쁜 것일까?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일까? 필자는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