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IZ는 부분이다
KADIZ는 부분이다
지난 23일 러시아와 중국의 군용기가 우리 대한민국의 영공 및 방공 식별 구역을 침범하였다. 우리 매체들은 이에 대해 많은 보도를 하였지만 속 시원하게 왜 이들이 우리 방공 식별 구역을 침범했는지 그 의도와 원인을 알려주는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필자는 나름 중러가 한국의 영공을 침범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미일 군사 동맹을 시험하려 했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추론에 불과한 이야기를 길게 할 생각은 없으나 23일 중러의 KADIZ 침범 다음 날 중국이 국방백서를 발표한 것이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조금 들여다보면 직접적인 연관 관계는 없다 해도 미중 및 그 우방들 간에 흐르는 맥락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중국은 국방백서에서 대만의 독립을 경고하고 외세의 개입을 경고함으로써 직접적으로는 대만, 간접적으로는 미국을 위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중국은 대만에 대해서 무력 통일이라는 수단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대만이 독립을 하는 것은 사지로 향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은 여기에 Antietam 이지스 함을 대만 해협을 항행하게 함으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대만 해협은 비록 공해이지만 중국 대륙과 대만 사이라는 민감한 지역으로서 미군이 군함을 보낸 적은 있지만 이지스함은 처음이다. 이제 Antietam호의 하루를 설명하겠다.
Antietam 호는 남중국해에서 순항 중이었으나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고속으로 북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사 군도를 지나가자 눈치챈 중국 군함이 접근해 왔다. 중국 측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Antietam 호는 대잠 초계기 P-8 포세이돈을 날렸다.
P-8을 날린다는 것은 중국의 군함 외에 잠수함의 존재 여부를 파악한다는 것이며 또한 상대방이 공격할지 모른다는 상황에 대응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예방책일 수도 있거니와 인민해방군에게 보여주는 시위일 수도 있다. 게다가 Antietam 호 함상의 대잠 초계 헬리콥터 MH 60도 날려 철저한 수색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대만의 4천 톤 성공(成功) 급 군함이 등장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대만의 성공함은 미국의 Antietam 호의 후방 10해리 지점에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오고 있었고 중국 측의 군함이 Antietam 호에 접근하자 가속하여 도착한 것이다. 여차하면 사태가 발생할 상황인 것이다. 이 장면은 어쩐지 중러 군용기가 우리 KADIZ에 들어왔을 때 대한민국의 전투기가 있는 장소에 일본 자위대의 전투기가 등장하는 장면과 겹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대만은 국가 안보를 절대 부분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미국의 군함이 대만 해협을 지나간다면 당연히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다. 대만으로서는 전력을 다하여 미국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미국에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Antietam 호는 대만 해협에 진입하고 대만 해협의 정중선의 동쪽을 따라 북상했다. 그리고 Antietam 호의 서쪽에는 인민해방군의 군함이, Antietam 호의 동쪽에는 대만의 성공급 군함이 대치하면서 같이 북상하게 된 것이다.
모두들 잘 알고 있듯이 이지스 함의 레이더와 미사일 공격 능력은 해상 전력 중의 으뜸이다. 이 이지스 함이 대만 해협을 지나가게 되면 중국 대륙 쪽은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대응 동정 또한 미국 측이 정찰하고 싶은 대상이기도 할 것이다. 중국 쪽에서는 무인 드론인 샹롱(祥龙)과 J-11, Su-34가 출동하였다.
이와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미 이지스 함에게는 손바닥을 들여다보듯이 잡혔을 것이다. 군사 경계의 난점이 대응 동작을 하면 그 움직임을 상대방이 알게 된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대응 기동을 안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 년에도 수 차례 대규모 군사 훈련을 미국과 함께 하니 북한에서 대응하여 전투기 기동을 몇 차례 하다가 힘에 부쳐 "이제 알겠으니 그만 하라"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아무튼 이들 중국의 항공기들은 밀집해서 미국의 이지스 함 Antietam 호를 감시했다고 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응 기동을 보고 싶었던 것은 대만 국방부도 마찬가지였었던 것 같다. 대만은 모든 레이더 기지를 가동하여 이들의 대응 기동을 모니터링했고 이러한 대치는 일측 즉발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계속되었다고 한다. 마치 러시아 정찰기가 KADIZ로 접근하면 우리가 전투기로 요격 태세를 갖추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리고 한 발 더 나가 대만은 E2T 조기 경보기를 해당 지점으로 급파했다.
이렇게 해서 대만 해협의 중간에는 미국의 이지스 함 Antietam 호를 중심으로 동쪽에는 대만의 성공급 군함, 서쪽에는 인민해방군 군함이 포진하고 하늘에는 미군의 대잠 초계기 T8, 대잠 초계 헬리콥터 MH 60, 인민해방군의 샹롱(祥龙)과 J-11, Su-34, 그리고 대만의 E-2T 조기 경보기가 날아다니는 형국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대만의 대잠 정찰기 P-3가 참여한 것이다.
이때 대륙의 기지에서 발진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J-11이 Antietam 호 상공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Su-34도 도착하였다. 그리고 속도가 느린 드론도 이윽고 도착했다.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군은 Antietam 호 상공에 9시간을 비행했으며 총 20 대차의 출격을 했다.
여기에 대응하여 대만 공군이 출격하였다. 대만 공군은 어떤 전투기를 출격시켰는지 밝히지 않고 있는데 아마도 대만 국산 전투기의 성능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아무튼 대만은 남쪽의 타이난 부근의 비행장과 북부의 여러 곳에 비행장이 있는데 남부는 군산 전투기 위주이고 북부는 F-16 위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모든 전투기 유형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긴장된 순간에 Antietam 호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 대잠 초계기를 대만 해협 중앙선을 넘어 대륙 쪽으로 보낸 것이다! 인민해방군은 즉각 미군을 향해 경고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인민해방군이 사용한 주파수는 공개 주파수여서 대만의 아마추어 무선사들은 모두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미묘한 것은 대만 해협의 중간 부분이 국제법이나 관례 상으로는 공해에 해당되지만 전통적으로 한아의 중국을 표방해 온 중국은 대만 해협을 내해로 취급해 왔다. Antietam 호의 이 행동이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으리라.
결국 인민해방군은 미군의 대잠 초계기를 향해 위협사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의 대잠 초계기는 기수를 돌려 모함으로 되돌아 갔다. 대만 매체들의 말에 의하면 이 날 밤의 형국이 수십 년 전 중국의 금문도 포격 사태 이후 가장 긴장되었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Antietam 호가 대만 해협에 진입하면서부터 빠져나올 때까지 장장 9시간이었으며 세 나라 군대 간의 긴장도 그동안 지속되었다.
평상시 대만 해협을 통과하면 모항인 일본의 요코스카 항까지 직진하던 Antietam 호도 더 이상 필요 없는 자극을 주지 않으려 한 것인지 대만 북부 연안을 따라 돌았고 인민해방군의 항공기들은 계속 뒤를 따랐다. 이윽고 Antietam 호는 선수를 돌려 일본 쪽으로 향했는데 이 지역도 우리 이어도나 독도 상공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일본이 서로 선언한 방공 식별 구역이 겹치는 곳이다.
미국 군함이 모항인 일본 쪽으로 돌아오며 그 뒤를 중국의 인민해방군 전투기들이 쫓는 꼴이 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일본의 대잠 정찰기 P-30이 Antietam 호 상공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일본 해상 자위대의 군함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항공 자위대의 전투기들도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타이완 북부 해상에서는 4개국의 군함과 항공기가 혼재되는 양상이 벌어졌다. 이는 신 냉전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결국 수습의 키를 쥔 미국이 행동에 나섰다. Antietam 호가 전 속력으로 태평양 쪽으로 항진한 것이다. 그러자 나머지 3개국 군함과 항공기가 모두 뒤를 쫓았다. Antietam 호는 필리핀 해를 거쳐 또다시 원점이 남중국해로 들어갔다. 모든 항공기들은 이에 따라 본국으로 귀환을 하여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Antietam 호는 현재까지 남중국해에 머물고 있다.
Antietam호는 이지스 함으로써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기능도 보유하고 있어 중국이 최근 만든 인공섬들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다. 그리고 대만 매체에 의하면 미국이 불법 무기 시장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자랑해온 대잠 미사일을 하나 구매하여 이를 실제 시험에서 방어 미사일로 명중하는 것을 보여 준 일이 있다고 하는데 이 시범을 보인 군함이 바로 Antietam호라고 한다. 이때 사용된 미사일은 확실하지 않으나 아마도 SM-2 인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가 굳이 Antietam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가 너무 한국에 편향된 시각에서 지난번 KADIZ 침범 사태를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현재 재림한 미중 냉전 상태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움직임을 한중 관계나 한러 관계의 맥락에서 파악하려 하는 것은 난센스이지 않겠는가? 지금 그런 쌍방 관계로 이해할 수 있는 시국은 아닌 것 같다.
현재의 중미 주 갈등 지역은 전 세계이겠지만 그중에서도 당연히 아시아이다. 그리고 현재 중국을 봉쇄해 나가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미국의 봉쇄를 뚫고 보급로를 확보하려 하고 또 가능하다면 미국 및 미국의 맹방의 공급선은 끊으려 한다. 중국이 파키스탄과 협력하여 항구와 고속도로를 깔고 캄보디아에 30년간 토지를 임대하여 군사 기지를 건설하는 것도 말리카 해협의 통행권을 장악하는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할 것이다.
필자는 그런 맥락에서 중국은 러시아로의 보급선, 그리고 더 나아가 유럽으로 가는 북극 항로를 부차적으로 확보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막아서 있는 것이 일차적으로는 미일 동맹이다.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그들의 눈으로 볼 때 적인지 중립인지 알 수 없는 한국인 것이다. 시험해 보고 싶은 유혹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국들 사이에서 중립적인 위치를 유지하려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미일 동맹에 섣불리 참여하면 대만처럼 중국과의 일측 즉발의 상황에 뛰어들어가는 것이 될 수 있다. 바로 눈앞에 북한이 지켜보고 있는데 말이다. 지난 29일 대만 공군이 실탄 훈련을 했다고 한다. 대만은 이 행동을 통해 미국, 중국, 그리고 홍콩과 일본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것이라 본다. 이제 우리 한국인들이 보다 지정학적으로 시야를 넓히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온 것은 아닐까. 한미 관계, 한중 관계, 한일 관계 등의 쌍방향 화살표 관계가 아니라 폭넓게 아시아 각국의 상호 관계를 네트워크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