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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18. 2019

중국의 디지털 화폐 전략

중국 인민은행의 무창춘

중국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계획임을 선포하였다.  Forbes는 중국이 이르면 금년 11월 11일 광곤제에서부터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의 무창춘(穆长春, 지불 결산시 사장/支付结算司副司长) 은 중국의 디지털 화폐가 거의 임박했음을 알렸다. 그는 8월 12일 헤이룽장 성에서 열린 포럼(8월 10일부터 열린 중국 금융 40인 포럼)에서 이렇게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에 대한 연구를 해 왔었다. 그는 중국의 디지털 화폐가 “two-tier” system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다루지 않고 정부가 지정하는 상업은행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공급하고 운영할 것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 티어로 구성되는 중국의 디지털 화폐

 https://www.reuters.com/article/us-china-cryptocurrency-cenbank/chinas-sovereign-digital-currency-is-almost-ready-pboc-official-idUSKCN1V20RD

이렇게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화폐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부른다. 이 이름은 아마도 잠정적으로 사용되는 이름일 터이다. 무창춘의 경우 DC/EP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의 약자라고 한다.


로이터는 또한 9월 6일 자 보도에서 중국 정부의 디지털 화폐는 페이스북의 리브라와 유사한 모습일 될 것이라고도 하였다. 그리고 현재 중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알리페이나 위쳇페이 상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디지털 화폐 개발 책임자인 무창춘이 개발 및 도입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한 점이다.

"우리의 재정주권 및 법적 화폐 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곤경에 앞서 계획을 해야 한다"

“It is to protect our monetary sovereignty and legal currency status. We need to plan ahead for a rainy day.”

다시 말해 중국의 디지털 화폐 도입은 21세기를 선도하고 어쩌고의 장밋빛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선행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는 시사이다.

https://www.reuters.com/article/us-china-cryptocurrency-cenbank/china-says-new-digital-currency-will-be-similar-to-facebooks-libra-idUSKCN1VR0NM


그렇다면 중국 인민은행이 예견하고 있는 곤경은 어떤 것일까? 자연스럽게 현재 유행하고 있는 기타 디지털 화폐가 원인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페이브북의 리브라가 가장 주요 원인을 것이다. 무창춘은 중국의 디지털 화폐가 익명으로 거래할 수 있는 기능과 자금 세탁 방지 기능 사이에서 균형을 취할 것이라고 했으며 페이스북의 리브라와 유사한 설계이지만 모방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리브라의 경우 은행 예금과 단기 국채, 그리고 일련의 관리자 네트워크에 의해 신뢰성이 담보된다. 그러나 무창운은 이론상 어떤 기업도 도산할 수 있으며 그것은 알리페이나 위챗 페이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경우 중앙은행이 담보함으로써 신뢰성이 확보되며 예를 들어 지진 지역과 같이 인터넷이 안 되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가 볼 때 중국의 디지털 화폐와 비트 코인, 리브라 등과의 차이는 중국이 이야기하는 디지털 화폐는 국가의 화폐 그 자체라는 점이다. 즉 지폐나 동전, 그리고 수표의 형태와 마찬가지인 하나의 형태로서 디지털을 이용한 화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브라 자체는 돈이 아니다. 리브라를 돈과 교환할 수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황금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환금성이 좋기 때문에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그 자체로 돈이다. 즉 위안화인 것이다. 그래서 M0(현금 통화에 은행 비치 현금과 중앙은행 당좌 예금을 합한 액수)에 속한다고 한다.

알리페이를 사용하여 상품 대금을 지불하면 내 은행 계좌에 있는 화폐가 알리 페이의 지갑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공급 업체의 계좌로 이체된다. 과거와 마찬 가지로 내 계좌의 현금이 이체되지만 그 방법이 모바일 인터넷의 기능을 이용했을 뿐이다. 중국의 CBDC는 그 자체가 돈이므로 내 CBDC가 줄어들고 상대 CBDC가 증가하면 이미 현금을 지불한 것이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 성립한다. 예컨대 CBDC를 스마트카드 같은 곳에 담아서 오프라인 형태를 가질 수 있으며 이를 지불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상품권처럼. 이럴 경우 지진이 난 인터넷이 안 되는 지역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조건이 성립한다.


그러므로 이 CBDC는 100% 중국 정부에 의해 장악되고 컨트롤되는 화폐이다. 암호화 기술 자체는 블록체인 같은 기술을 적용할 수는 있겠으나 화폐로서의 개념은 전혀 다르다. 비트 코인이 어느 국가, 정부, 기관에 종속되지 않는 화폐를 지향하는데 비해 CBDC는 100% 엄밀하게 중국 정부에 의해 장악되고 컨트롤되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전자 화폐를 대표하는 알리페이와 위젯 페이의 경우 거래 액수가 수 조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로는 수백 조 이상이 되는 금액이다. 초기부터 중기에 이르는 동안에는 이 막대한 금액을 금융 기관에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자를 받았던 모양이다. 더구나 일부 자금을 투자 하거나 활용할 경우 이에 따른 이익은 천문학적인 숫자 이리라. 2018년도 3사 분기 PG 서비스 총액은 43조 위안에 달했다. 1년이면 200조 위안이 넘으며 한화로 3경 5 천조라는 천문 숫자이다. 알리페이가 중국 PG 시장의 53%, 텐센트가 39.8%로 이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92.53%이다. 계산하기 편하게 1년을 350일로 계산하면 일 잔고가 100조이다. 1년 이자를 2% 잡으면 순수하게 이자 수입만 2조 이상이 생긴다. 실제는 은행들을 불러놓고 경매를 했던 모양으로 이자는 훨씬 더 높았으리라.


이 정도 규모의 돈의 흐름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방치할리가 없다. 사실은 작년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인터넷 금융 리스크 관리 실시 방안 통지를 통하여 이들 PG 업체들의 입지를 없애 버렸다. 중국 정부는 이들 대형 PG 업체들이 고객들의 돈을 인민은행이나 자격이 있는 상업 은행의 계좌에 넣어 두어야 하며 이 고객들의 돈은 절대 한 푼도 써서는 안 되고 게다가 이자도 주지 않는다고 정했다. 이에 따라서 사실 상 PG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심대한 타격이 되었다. 결국 1000 위안 이상의 액수를 이체할 때 수수료를 0.1% 받는 유료화를 단행하였다. 하지만 원래 향유해오던 엄청난 자금의 혜택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https://baike.baidu.com/item/%E5%9B%BD%E5%8A%A1%E9%99%A2%E5%8A%9E%E5%85%AC%E5%8E%85%E5%85%B3%E4%BA%8E%E5%8D%B0%E5%8F%91%E4%BA%92%E8%81%94%E7%BD%91%E9%87%91%E8%9E%8D%E9%A3%8E%E9%99%A9%E4%B8%93%E9%A1%B9%E6%95%B4%E6%B2%BB%E5%B7%A5%E4%BD%9C%E5%AE%9E%E6%96%BD%E6%96%B9%E6%A1%88%E7%9A%84%E9%80%9A%E7%9F%A5/20141674?fr=aladdin

알리페이의 경우 알리바바의 마윈이 나스닥에 상장하던 그 시기에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 협의하여 소프트뱅크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스닥 상장 시 무의결권 주의 형태로 상장하여 경영권을 방어하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마윈은 이 Payment Gateway 기능만 따로 떼어내서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는 사유화하였다. 알리바바의 상장과 함께 자신의 지분이 대폭 낮아지기 때문에 무의결권주를 상장하는 것에도 그치지 아니하고 자신의 이권을 확보한 것이다. 그 후 알리페이는 여러 방면으로 알토란 같은 사업들을 해 왔는데 그 기본이 사라진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마윈의 최근 은퇴나 경영권 포기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음모설이 있으나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텐센트의 위챗 페이의 경우 7억에 가까운 위챗 사용자를 기반으로 알리페이와 경쟁해 나갔다. 마윈과는 달리 텐센트의 창업주인 마화텅은 중국 공산당에 매우 친밀한 스탠스를 취했으며 공산당에 적극적으로 가입하고 활동하여 친공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최근의 소문으로는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 모두 사실 상 국가가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산당의 통제하는 사회에서 민간 기업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마윈과 마화텅

중국의 CBDC는 이들 알리페이나 위챗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하기는 현금과 동일한 화폐이니 문제가 될 리 없다. 그리고 11월 11일의 광군제부터 적용하겠다는 것도 초를 다투며 특혜 상품을 구매하려는 대중들의 욕망에 편승하여 상대적으로 빠른 결제 스피드를 홍보하고 제공함으로써 일거에 중국의 대중들이 CBDC를 사용하게 만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필자에게는 이 모두가 중국 정부가 금융을 100%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리브라 등 기타 전자 화폐로 인한 자본 유출 방지가 가장 큰 목적일 것이다. 경기 하강, 정치 경색, 사회주의 회귀, 국진민퇴, 대량 화폐 증가, 위안화 절하,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전망이 어두운 이 시기에 중국의 자본은 대량으로 국경을 탈출하고 있다. 이미 비트 코인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중국 정부는 리브라 등의 새로운 디지털 화폐가 진입하기 전에 중국의 화폐를 디지털화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디지털 화폐는 최근 일각에서 돌고 있는 중국의 화폐 개혁에 대한 시사점이 있다. 화폐 개혁 소문의 배경은 정부가 돈이 모자라다는 점에 주로 기반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채권을 발행하고 또 이에 따른 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한계에 도착할 것이며 시중에 있는 불법 자금 등이 나오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꼭 불법 자금이 아니라 하더라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이 자금들이 특정 집단들에게로만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즉 사회 간접 자본 투자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이 정책들의 수혜자는 대부분 국영 기업이며 국영 기업의 수혜자들은 대부분 태자당들이다. 다수의 일반 국민들에게는 돈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면 금융 실명제와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게 되고 중국 정부는 돈의 흐름을 명확히 알게 된다. 따라서 굳이 화폐 개혁을 하지 않아도 디지털 화폐의 도입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계획 경제 시절의 중국 양권

마지막으로 다소 과도한 추측을 하나 제시해 본다면 시중의 소문 중의 하나인 계획 경제 회귀설에 대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시작되거나 그 수위가 높아져 간다던가 미중 간에 군사적 충돌이 생기는 경우 중국은 계획 경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번 자유 시장을 맛본 중국 사회가 마오쩌둥 시절의 계획 경제로 회귀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전체 사회의 저항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계획 경제적 요소를 도입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돼지고기 파동의 경우 과거의 양권(粮票)같은 것을 발행하여 돼지고기를 분배할 수 있다. 현재의 체계로는 양권을 발행해도 그 효과는 의문이지만 디지털 화폐 체계에서 전자 양권을 발행하면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필요한 물품에 제한적으로 계획 경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또 이것은 중국 공산당의 권력과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큰 수단이 될 것이다.

언제나 하는 이야기이지만 중국 공산당의 속내를 그 누가 알랴. 필자도 이런저런 상상력을 동원해 볼 뿐이다. 과연 금년에 중국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는지 기다려 보자. 블록체인 기술의 사용 여부도 정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기술적 요구를 충족하는 기술이면 무엇이던 상관없다는 모양이니 말이다. 참고로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화폐의 기술 내용의 중점을 아래에 보이니 독자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예상 처리 속도

순수한 블록체인 기술은 중국의 처리 요구 규모를 지원하기 어렵다. 중국 보도에 의하면 작년 광군절 처리 규모는 초당 92771건인데 비트 코인은 초당 7건, 이리디엄의 경우 초당 10~20건 정도라고 한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도 초당 1000건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14억 인구의 피크 타임 처리를 해야 하는 중국은 특정 기술을 지정하기보다는 성능 기준을 만족하는 기술이면 어느 것이든 채택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2 단계 구조(Two Tier)

앞서도 지적했지만 중국은 발행 기관인 인민은행이 직접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중간에 은행을 끼워서 서비스하게 하는 2 단계 구조를 채택한다. 한 시스템이 장애가 생겨도 전체에 영향이 없도록 하는 목적일 수 있다.

100% 담보금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서비스하는 상업 은행들은 상응하는 100%의 지불 준비금을 인민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개방형 기술 표준

중국은 디지털 화폐의 기술적 요구 사항 만을 정하고 그 구체적인 기술 방식과 구조, 구현 등은 서비스 기관에 맡긴다. 이렇게 해서 어떤 신 기술이나 신 개념도 도입될 수 있게 하고 실용적으로는 기존의 국가 은행들이  용이하게 디지털 화폐를 적은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인민은행을 이것을 LTE, 즉 Long Term Eveolution이라고 부른다. 

M0 편입

인민은행은 당연한 일이지만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M0로서 관리한다. 

중앙 관리

비트 코인과 같은 암화 화폐와는 달리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100% 철저한 중국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게 된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양보할리도 양보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새로운 디지털 화폐도 100% 중앙 관리 하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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