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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22. 2019

미중 무역 협상의 뒷 이야기

북경의 한국인이 맞았다

얼마 전 중국 국가통계국 국장이었던 리더쉐이(李德水)가 책을 한 권 출간하였다. 이름하여  "중국 특색 사회주의 홍관 조공 체계의 건설 및 개선(建设和完善中国特色社会主义宏观调控体系)"이라는 책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리더쉐이가 지난 5월 1일 어째서 중국이 미국과 협의하던 협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쉐이는 이 책 안에서 미국은 중국과 단순한 무역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삼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에게 첨단 기술과 국영 기업을 제한하고 금융에 대해서는 무조건의 개방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중국의 경제 주권을 침범하는 행위인 동시에 중국을 미국의 식민지화하려는 의도라고 맹 비난하였다. 그는 또 세계의 초 강대국인 두 나라가 전쟁을 할 가능성은 없으며 미국은 이데올로지라는 수단을 통해서 중국을 침략하려 한다고 경계했다. 말하자면 미국이 중국의 사상을 오염시켜 사회주의인 중국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견해는 중국 안의 좌파들이 미국과 미중 무역 협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잘 알게 해 준다.

미국의 Michael Pillsbury 가 쓴 "100년간의 마라톤"이라는 책은 이 책과 정 반대 지점에서 대조를 이룬다. Michael Pillsbury는 Hudson Institute의 중국 전략가이다. 그는 저명한 중국 전략가이며 중국의 고위층과 유대가 깊고 때로는 중국에게 이용당하여 선전 도구 노릇을 한다는 비판도 받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이익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인 것 같다.

Michael Pillsbury는 저서인 "100년의 마라톤"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과 대응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논의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미중 무역 협상의 내용에 대하여 철저하게 보안에 붙여 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한 주목적은 중국 측의 체면을 고려해서라는 것이다. 아마 미국에 대폭 양보 하는 것이 중국 내에 알려지면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문화 상 지도부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는 미중 간의 무역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가 지난 4월에 중국 내의 강경파들이 모종의 수단으로 협상 초안의 내용을 입수하게 되었고 이 내용에 반발하여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시진핑 주석 및 협상 팀에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대체로 타이완의 한 TV 프로그램인 "年代往前看"에서 상하이 출신의 영국 국적 이코노미스트 왕하오(汪浩)가 밝힌 내용과 부합한다. 왕하오는 중국이 4월 말에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러 협상안을 협의했으며 가장 먼저 상해방의 한정(韩正)이 반대하였고 뒤이어 리잔수, 왕후닝 등이 반대했다고 한다. 찬성한 쪽은 리커창, 왕양 자오러지 등이다. 상무위 이외의 인물로는 찬성 측에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지목되었다.

 

이에 관해서는 중소 매체들의 취재와 보도들이 있다. 먼저 타이완의 중소 매체인 世界日报의 보도이다. 이 보도는 중국 중난하이 내부 소스를 인용하여 왕후닝, 장쩌민 등 강경파가 이러면 당이 망한다며 강력 반대했다고 한다. 그에 반해 리커창, 왕양, 류허 등은 미국과 더 충돌하면 극도로 위험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양측 의견 팽팽하게 맞서자 시진핑이 결단하지 못하여 결론이 안 났다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장쩌민이 거론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장쩌민의 건강 상태와 연령을 고려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 지도자가 이런 장소 또는 이런 일에 직접 개입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화교 매체인 新唐人의 보도가 있다.  이 보도에서는 회의가 반대파가 요구한 것인지 시진핑이 소집한 것인지는 확인이 안 된다며 회의 내용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는데 기초하여 Pillsbury가 또다시 이용당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Pillsbury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 보인다. 이 新唐人이라는 매체는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는 파룬궁 계열의 매체이며 Pillsbury에 대한 사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미국의 화교 매체인 아폴로 뉴스넷의 평론인 중 하나인 王笃然도 평론을 했다. 그는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 G20에서 시진핑은 미국 측 요구 대폭 수용하며 관세 연기를 요구했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때 시진핑이 먼저 40분 넘게 혼자 발언했고 상해방인 양제츠(杨洁篪) 등이 참석하고 있었으므로 이 시점부터 상해방이 협의 내용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는 평론을 했다. 따라서 시진핑이 양보하고 협의 체결하려 한 것은 비밀도 아니었다는 것으로 강경파가 4월에서야 알게 되었다면 이제까지 발생한 많은 일들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이 우유부단하다는 취지로 설명을 하면서 Pillsbury는 중국 전문가이긴 하지만 친중파이고 그간 많은 경우 이용당해 왔다고 했다. 또 Pillsbury를 인터뷰한 매체인 홍콩 사우스 차이나 포스트(SCMP) 는 상해방의 리더인 쩡칭홍 계열의 江志成(장쩌민의 손자 江绵恒의 아들)이 운영하는 매체로서 기사를 내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필자가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서 미중 무역 협상에 관련된 글을 올렸는데 추정이라는 전제로 전한 내용들이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 따라서 함께 전달되었던 내용들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향후의 미중 무역 협상은 길보다는 흉이 많을 것이다. 왜 그런지는 다음 글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029736/us-seeking-colonise-chinas-economy-trade-deal-says-vet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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