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Sep 22. 2019

중국 협상팀이 되돌아온 이유

트럼프에게 물 먹었다

중국의 랴오민(廖岷) 재무부 부부장을 대표로 해서 30여 명의 중국 관리들이 미국 워싱톤을 방문한 것은 다음 달 있을 류허 부총리와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의 협상 전에 사전 정지 작업 및 조율을 하기 위해서였다. 므누신 장관이 이번 협상의 주 이슈는 환율이 될 것이라고 했으므로 이제까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재무부 부부장이 나선 것은 그다지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왕샤오원 상무부 부부장 등 다른 부처의 부부장급이 대동하는 것이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일인 정도 었다.

랴오민(廖岷) 재무부 부부장

사실 중국이 이번 협상을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애쓴 흔적은 이미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미국의 16종 상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선행적으로 철회했다. 심지어 이미 부과한 관세에 대해서는 환불해 준다고 까지 한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이 국경절을 잘 보내라는 선물이라며 3천억 달러 상당 중국 상품에 대한 징벌 관세 부과 시작 시점을 10월 1일에서 10월 15일로 늦추어 소위 상호 '선의의 제스처'를 보였다. 이를 보고 동향을 읽은 듯 다수의 중국 매체들이 양국이 서로 잘 협력하여 이견을 이겨나가야 된다며 봄바람 부는 듯 한 사설이 여기저기 실리기도 하였다. 예컨대 중국 청년보에서는 "같은 것을 추구하고 다른 것을 보류하는 것이 '아이스 브레이킹'하는 관건의 한 걸음(求同存异是中美磋商“破冰”的关键一步)"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http://baijiahao.baidu.com/s?id=1644554850246827413&wfr=spider&for=pc

그리고 인민일보는 서로 선의로 해석되는 행동을 하는 것은 환영할 가치가 있다(互释善意的举动值得欢迎)며 기뻐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http://world.people.com.cn/n1/2019/0913/c1002-31352399.html

그리고는 중국은 중국의 민영 기업들이 미국의 농산품을 대량 구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이 이미 농산물을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트위트를 하기에 이르렀다.


아무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에 30여 차례 이상의 통화를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던 차라 이제 드디어 미중 간에 타결점을 찾기 시작한 것인가 라며 관측통들이 이런저런 추측들을 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비관적인 입장이며 만일 이번 협상팀이 미국에 가서 또다시 소모적인 일이 발생한다면 이제는 중국 지도부가 강경한 입장임을 판정을 해도 좋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니 혹시(?)하며 귀를 쫑긋 세웠던 것인데 드디어 중국의 30여 명 협상단이 미국을 향해 떠났다는 기사가 중국 매체에 실렸다.

https://ustr.gov/about-us/policy-offices/press-office/press-releases/2019/september/statement-united-states-deputy


그러면서 중국 협상단을 겨냥한 듯한 보도가 언론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Hudosn Institute의 중국 전략가인 Michael Pillsbury가 미중 무역 협상이 단기간에 종료되지 않으면 징벌적 관세가 다시 50% 아니 100%로 증가하여 사실 상 미중 간의 경제적 협력이 소멸될 것이라고 한 것이다. 또 지난번 무역 협상 안이 타결되지 못한 것은 중국 쪽에 갑자기 알지 못할 '강경파'가 출현하여 반대했기 때문이라며 경계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관세뿐만 아니라 금융, 외환 등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고 하였다.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028164/donald-trumps-adviser-china-michael-pillsbury-says-president

하지만 협상 팀이 만나기 전에는 항상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엄포가 나오던 것이 이미 습관이 되어 필자나 다른 매체들이나 크게 주의하지 않았다. 이 또한 협상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로 생각했던 것 같다.


중국의 입장은 이미 사전에 어느 정도 흘러나와서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류허 부총리가 미중 간의 이견이 100%라면 중국은 40%는 수용이 가능하고 40%는 협상을 통해 상의할 수 있으며 20%는 중국 입장에서는 수용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 바 있다. 이는 소위 시진핑 그룹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인민대학의 진찬롱(金灿荣) 교수가 해온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중국이 받아들이지 못할 20%라는 것은 아마도 국영기업에 대한 미국의 요구와 법제화, 그리고 협의 이행 보증을 위한 기구 설립 및 감독권에 대한 이슈일 것이다.


한 가지 특별한 것은 이제부터는 류허 부총리는 '무역에 관한 사항만' 담당하며 인터넷, 데이터, 보안 등 비 상업적 성격의 이슈들은 다른 팀이 조직되어 협상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이 두 번째 협상 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나오고 있지 않다. 아마도 국가 안보에 관련된 부서와 인물이 담당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만이 무성할 뿐이다.


그리고 중국 협상단은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는데 미국의 화교 매체인 월스트리트 TV는 중국이 제시한 내용에 대한 취재를 보도하였다. 중국 협상 팀은 지재권, 강제적 기술 이전, 기업 보조금 등 미국이 요구하는 핵심 구조적 변화 이슈에 대한 중국 측 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이를 내년 2020년 1월까지를 시한으로 새로 통과한 외상 관리법에 따라 실시 사항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하여 일단 부분 협의를 체결하고 이후 보충 협의를 체결하는 방식을 제안한 모양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 총리와의 정상 회담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자신은 "온전한 협의를 원하며 부분적 협의는 필요 없다"라고 선언을 한 것이다. 중국 협상 팀은 원래 협상 후 미국의 몬타나와 네브래스카 두 곳의 농장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대규모 농산품 구매를 발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당일 오전 10시에 해당 농장들은 중국 협상 팀의 방문을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 시간 후인 11시에 중국 협상팀이 농장 방문을 취소하고 일정을 변경, 조기에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통보받은 것이다. 이는 중국이 농산물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아마도 중국이 분노하거나 실망했으며 이에 따라 조기 귀국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퍼지면서 미국의 증시가 100 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일정 변경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 협상팀은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미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모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방문을 취소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매체들은 왜 협상 팀의 농장 방문이 미국의 내정 간섭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사건 직후에 중국 CCTV의 대외 버전인 CGTN에서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렸는데 콘텐츠 내용과는 상관없는 설명문이 올라왔다.

말인즉슨 중국의 농산물 구매는 미국이 3천억 달러 상당 상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취소한다는 전제로 추진된 것인데 미국이 이를 하지 않으니 우리도 농산물 구매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결국 미국의 태도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 것이다.


하지만 매체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협상 팀은 줄곧 미중 무역 협상과 농장 방문 취소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방문 취소는 미국 내정 간섭의 여지를 피하고 협상 내용의 누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류허 부총리는 잠정 내달 10일 11일 양일간 워싱턴을 방문하여 협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何韵诗,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유명 가수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미국 내정 간섭'이라는 얼핏 뚱딴지 같은 이유를 내세우는 것은 중국식 화법으로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미국의 중국 내정 간섭'인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홍콩 시위대의 비서장인 죠슈아 웡과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의 유명 가수가 미국 의회에 출두하여 홍콩 사태에 대해 증언 중이며 미국의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이는 미국의 내정 간섭인 것이다.


실제로 이번 주에 미 의회에서는 홍콩 인권 및 민주화 법이 표결에 붙여질 예정인데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화 민주 양당 모두 중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하게 되면 미 행정부, 다시 말해 트럼프 행정부는 매년 홍콩의 상황에 대한 평가를 해서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만일 인권이나 민주화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홍콩의 금융 및 무역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으며 홍콩 시민들을 박해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 중국 지도부의 본인 및 가족들의 자산을 제재할 수 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국제 금융 중심, 그리고 자유 무역항으로서의 홍콩의 위치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기왕에 직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제안을 거부해서 농산물 안사고 돌아간다고는 못하는 입장에서 이 홍콩 사태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정부를 비난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유들도 미중 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사우디 유전을 공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란은 중국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이다.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 국가이며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달러가 귀중한 중국으로서는 막대한 량의 석유를 위안화를 받고 판매하는 이란은 너무나 귀중한 존재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란을 공격하기 위하여 군대를 아랍에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는 이미 100여 대의 F22가 아랍 에미레이트로 향했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소문도 떠돈다. 그리고 중국이 아랍 해상에서 러시아와 이란과 함께 합동 해상 훈련을 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미중의 군사 충돌이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양국은 모두 내달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발표를 하였다. 미국 측은 USTR의 간결한 메시지를 통하여 그리고 중국은 신화사 통신을 통하여 같은 내용을 발표하였다. 두 나라는 무력 충돌하기에는 너무나 리스크가 큰 것이다. 과연 이 두 나라의 모순은 어떤 방법으로 해소될까? 필자는 일단 무역 협상은 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데 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중 무역 협상의 뒷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