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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11. 2019

 미중 기로에 섰다

All or Nothing?

중국이 미국의 16종 상품에 대해 관세를 철회한다.  이달 17일부터 1년간 시행하며 일부분 상품을 제외하고는 이미 부가한 관세도 환급해 주기로 하였다. 이것은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보여주는 선의의 제스처로 풀이된다. 

http://baijiahao.baidu.com/s?id=1644361833307222729&wfr=spider&for=pc

환구시보의 총편집인 후시징이 이에 앞선 트위트에서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 협상을 원활하게 하는 조치가 있을 것이고 이 조치로 양국의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한 직후이다.

그러나 협상을 하면서 양보하면 될 일을 지금부터 중국이 선행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언뜻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인가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중국이 미국의 상품을 더 구매함으로써 성의를 표시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하였다. 소스를 밝히지 않았지만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미중의 실무진들이 내달 류허 부총리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협의할 협상 안을 논의해 왔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 협상안은 지난 4월 말 5월 초 협상 파국 시점의 초안에 기초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026585/countdown-trade-war-talks-china-ready-sweeten-deal-buying

그리고 중국이 미국의 상품을 더 사주는 대가로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의 공급 금지를 풀어주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이 소스는 또한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보다 시장 접근을 제공하고, 지재권 보호를 보다 강화하며 과잉 공급 상태인 산업의 생산 규모를 절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의사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 보조금, 산업 정책, 그리고 국영 기업의 개혁(민영화를 의미) 등에 대해서는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앞서의 글에서 필자가 소개한 피터 나바로가 지적한 "significant structural issues" "market access"를 명확하게 해 준다.  필자가 생각했던 대로 미국의 요구는 크고 넓으며 본질적이다. 역시 미국 매체들이 생각했던 단순한 보조금 이슈라던가 시장 접근성 개선 같은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인민 대학의 진찬롱(金灿荣) 교수

일부 중화권 매체는 중국 정부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인민 대학의 진찬롱(金灿荣) 교수의 이전 발언 내용을 통해 미중 무역 담판의 내막을 토로하였는데 당시 중국은 이미 미국 요구의 80% 정도를 수용하였고 그 외로 미국의 상품 구매를 늘리고 시장 개방 확대를 약속했으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20%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계속해서 국유기업 경제 체계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며 국유 기업 경제 비중을 현행의 38%에서 20% 이하로 줄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중국 제조 2025를 포기하고 미국 정부가 각지의 지방 정부 장부를 검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주권 국가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진찬롱은 미국이 20%의 요구 사항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11월 APEC에서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협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100%의 양보를 바라는 것은 있을 없는 일이며 0에서 80% 사이에서 합의를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보는 비록 그 폭에 있어 커보이만 중국이 협의를 달성하더라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미국 정부의 시각에서는 믿을 수 없는 약속에 불과하다. 즉 본질적인 변화가 없는 단순히 일순 미국으로부터 구매 물량을 늘려준다는 식의 이전 패턴의 반복인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주장하는 '구조적 변화'라는 것은 말하자면 중국 정부가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중국의 경제 체계와 산업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미국의 요구대로 했다가는 권력 기반 자체가 붕괴할 시진핑 정권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역시 미중 무역 협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둔다. 진찬롱의 말을 들으면 미국의 요구가 과다하다는 인상이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까지 알려진 미국의 요구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만 표현이 '아' 다르고 '어' 다른 식으로 서로 같지 않은 느낌을 줄 뿐이다. 진실은 미중 양국이 함께 논의하고 만든 '협상안'을 봐야 판단할 수 있는 것이고 서로의 입장을 투영한 감정적 반응은 필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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