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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10. 2019

2 라운드 미중 무역 협상 전망

좌로 가서는 안된다

지난 9월 4일 중국의 류허 부총리는 미국의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전화를 하여 10월 초 워싱톤을 방문하여 미중 무역 협상을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WSJ에 따르면 이 전화를 받은 미국의 실무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중국이 협상에 응할까 노심초사했던 모양이다.

https://www.wsj.com/articles/china-and-the-u-s-will-hold-trade-talks-in-washington-in-october-11567651064?mod=breakingnews


그러나 이어서 9월 6일 백악관 경제 자문 래리 커들로우가 중국과의 협상에 기대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언론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즉 미국 지도부의 미중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음을 나타낸 것이다. 사실 이러한 비관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표면 상으로는 미중 무역 협상에 응하며 여러 가지 개방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국과의 결전의 준비를 하며 좌경화하고 강경의 길로 가고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유튜브에서 이번 무역 협상이 또다시 소모적일 경우 중국은 사실 상 개방의 온건 노선을 갈 의사가 없으며 강경 기조를 선택한 것으로 판단해도 좋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https://youtu.be/AD3Siyhng4U


그리고 커들로우는 구 소련과의 냉전이 수십 년 동안 진행되었는데 중국과는 이제 18개월을 진행했을 뿐으로 앞으로 10년, 또는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발언하였다. 다시 말해 미중 무역 협상이 순조롭지 않은 수준을 떠나서 장기간에 걸친 냉전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https://www.reuters.com/article/us-usa-trade-china-meetings/us-china-trade-conflict-could-take-years-to-resolve-kudlow-idUSKCN1VR1S7


미중의 무역 협상이 재개된다고 하여 세계 각국의 증시는 상승 국면을 보였지만 이런 커들로우의 발언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족했다. 그리고 미중 간의 무역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이제 보복 관세가 발효되기 시작하면서 불경기에 대한 우려들이 여기저기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지도부의 입장은 중국의 영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며 미국의 경제 지표에는 아직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까지의 진행을 보면 아무래도 미중 간의 무역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보이기 어렵다는 인상을 받는다. 역시 하루 거른 9월 8일에 피터 나바로가 미중 무역 협상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미중 무역 협상은 기본적으로 지난번 파국 시점의 초안에서 시작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다음 두 가지 이슈에 집중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https://www.foxbusiness.com/politics/china-tariff-peter-navarro-trade

그 하나는 "significant structural issues"이며 다른 하나는 "market access"였다. 이 두 구절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나바로는 설명하지 않았다. 매체들은 이  "significant structural issues"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market access"는 중국이 국가 간의 정치적 관계를 기업 활동에 연계하는 것, 예를 들어 캐나다의 카놀라유 수입을 멍완저우 상황과 연계하여 수입 지연하는 것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시각은 다르다. 지금까지의 미중 무역 협상에서 나타난 미국의 추진 방식을 보면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austive)라는 프레임 내에서 모든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한 contingency plan을 만들어 놓고 있으며 단지 어느 방아쇠를 언제 당길 것인가 만을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결정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매체들이 들고 있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문제는 중요한 구조적 이슈임에 틀림없지만 외부에서 강제하거나 모니터링하기 어려우며 그야말로 중국의 통치 체계를 변경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요구되었던 다른 이슈들에 비해 지금 이 이슈가 앞서서 중점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market access"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시장 접근을 위한 요구 사항의 스케일에 비해 실효성이 의심되는 모호한 요구이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다음 날인 9월 9일 지금껏 마음씨 좋은 아저씨 역할을 하는 듯이 보였던 므뉘신 재무장관이 언론들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이번 무역 협상의 중점 논의 사항으로 "환율"을 들었다. 이미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후이므로 "환율" 문제는 중국에게 환율을 이전의 7 미만 시점으로 되돌리라는 요구 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시 보복이 있을 것이다.

https://www.scmp.com/news/china/article/3026442/steven-mnuchin-says-currency-will-be-focus-next-round-china-talks

므뉘신은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행장이 이번 협상에 와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는데 말이 희망이지 꼭 와야 한다는 요구이다. 그리고 인민은행장이 협상에 온다면 중국 위안화의 환율뿐만 아니라 홍콩의 금융 체계에 대한 이슈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지난번 미 상원 의원들의 중국 방문 시 설명했던 홍콩의 자유 금융 시스템에 대한 공격 수단을 시사하고 홍콩에서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market access"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데 '시장 접근'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차별'이라는 가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기업이 중국의 국영 기업이나 민영 기업과 차별받지 않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이슈일 것이다. 문제는 왜 지금이냐 라는 것이다. 과연 이 이슈가 다른 이슈들을 보다 우선할 순위를 가지고 있는가? 필자가 보기에 만일 단순히 공정 경쟁 환경 문제라면 중국 정부에서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법으로 아무리 잘 만들어도 현실적으로는 미국 기업을 배재할 수 있는 수단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의 '환율'과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질 이슈라면 지금 국진민퇴, 심지어 "계획 경제로의 회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중국 지도부에게 "민간 주도 시장 경제"라는 방향을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경고하는 것은 아닐까? 당신들이 "사회주의로 회귀"한다면 향후 "수십 년에 걸친 냉전"을 맞이해야 될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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