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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Oct 07. 2019

미중 무역 협상 전망

13차 협상은 난망이다

지난번 중국의 준비 협상을 위해 랴오민(廖岷) 재무부 부부장이 미국에 왔을 때 예정되었던 미 농장 방문을 갑자기 취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후에 므누신 장관에 의해 농장 방문 취소는 미국 측 요청이었다고 해명을 했는데 이 장면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알고 있지 못해 놀라는 일까지 발생을 하였다.

랴오민(廖岷) 재무부 부부장

필자는 미중 무역 협상이 길보다 흉이 많다고 보는 중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하였다. 그러고 나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관찰을 계속했는데 당시 입수된 정보 이외의 수확은 없었다. 라이트하이저가 누구보다도 진상을 알고 있을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여 역시 '라이트하이저 규칙'을 지켜 나갔기에 미국 언론에서도 소득이 없었다. 중국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별 다른 소식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중국 사전 협상단이 농장 방문 취소한 배경을 설명하는 므누신 장관

이 정도 상황에서 필자가 나름대로 조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중국 측이 농장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미국 측 협상팀에서는 전혀 몰랐었다고 한다. 그래서 협상 일정 후에 중국 측이 몬타나와 네브래스카의 농장들을 방문할 것이라고 했을 때 므누신 장관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말고 돌아가고 다시 일정을 정해 방문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조차 '왜?"라며 의문을 표했다. 필자 또한 이 장면에서 똑같이 '왜?'라고 속으로 외쳤던 것이다.


므누신 장관이 말한 "불필요한 오해"라는 말은 상당히 애매한 표현이었다. 무엇이 불필요한 오해란 말인가? 므누신 장관은 자신은 이 계획을 몰랐다고 말했지만 미 언론들은 모두 알고 있었고 농장 방문 시 대규모 구매 발표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던 참이었다. 과연 므누신 장관은 몰랐을까?


여기에 중국 측의 반응도 이상했다. 농장 방문을 취소한 이유를 "미국의 내정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 것이다. 필자는 같은 시간에 중국의 CGTN이 "미국의 보복 관세 철회를 전제로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도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원문과 관계없는 맥락에서 돌연히 유튜브에 나타난 것이었다. "미국의 내정에"라고 했으므로 중국 측이 원한 일은 아니었으며 미국 쪽의 요구라는 의미는 확실히 들어있다. 그리고 "내정 간섭의 오해"라는 표현은 미국 내부의 불일치를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혼란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추측은 아마도 미 농업부가 사전에 미 협상팀, 다시 말해 라이트하이저나 므누신 장관과 조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종의 '괘씸죄'를 지었다는 것일 수 있다. 농업부도 사전에 미 협상팀에게 통지하거나 조율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추측이 맞는다면 소위 관료주의는 미 정부 내에서도 똑같이 횡행하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 그것도 글로벌 최대의 금융 회사의 최고위직을 지낸 므누신 장관이 이런 종류의 다툼을 하겠는가? 미중 무역 협상의 스케일과 그간의 협상 패턴을 볼 때 필자는 의문이다. 

Steve Daines 의원

하지만 1%의 다른 가능성도 있다. 중국 협상단이 방문하려고 한 지역은  몬타나와 네브래스카인데 이중 몬타나는 지난번 베이징을 방문하여 리잔수, 류허 등에게 홍콩 인권 및 민주화 법안을 설명하고 압력을 넣은 Steve Daines 의원의 지역구이다. 중국은 홍콩의 친중 정치인들을 통해 이 Steve Daines 의원에게 접근하여 홍콩 인권 및 민주화 법안에 대한 로비를 시도한 바 있다. 억측일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중국 협상단이 하필이면 왜 몬타나의 농장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중국이 당초 Steve Daines 의원에 접근한 이유가 몬타나 주의 농산물 구매를 미끼로 로비를 하려 했다고 생각하면 앞뒤가 맞는다. 필자는 중국이 어차피 대량의 미국 농산물을 구매해야 된다면 기왕이면 몬타나 주의 농산물을 구매하고 Steve Daines 의원과의 유대를 돈독히 하려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를 알게 된 지중파로 유명한 므누신 장관이 만류한 것은 아닐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 Steve Daines 의원을 만나면 미국 내정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살 것이라고 말이다. 실제 로비를 하거나 조건을 내밀 생각이 있었든 없었든 지적을 당한 중국 측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농장 방문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필자의 예상과는 달리 바로 이어서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가 대규모로 일어났고 이는 미중 무역 협상의 전망을 밝게 보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Larry Kudlow가 그렇다. 하긴 그는 언제나 낙관론을 피곤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fGXSBdSFJQ&list=WL&index=4


류허 부총리

미중은 이번 주부터 무역 협상을 재개하는데 그동안 또 큰 변화가 있었다. 중국 측이 류허 부총리에게 시진핑 주석의 특사 자격을 다시 부여한 것이다. 류허 부총리는 작년 미중 무역 협상이 시작 되었을 때부터 시진핑 주석의 특사 자격을 부여했다가 5월 초 협상이 결렬되면서 '특사'라는 타이틀을 상실했다. 그리고 이번 협상부터는 협상 전체를 총괄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 무역 분야만 다루고 국가 안보 등 기타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팀이 구성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다시 류허 부총리에게 특사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이는 중국 쪽의 전략이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시진핑 주석의 특사이면서 협상은 일부만 담당한다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형식적일지라도 류허 부총리가 다시 총괄 지휘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은 다시 미국 시간으로 월화에는 차관급 예비 협상을 진행하고(지난번 차관급 협상이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그리고 그것은 농장 방문 취소가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이어서 목금에 본 협상이 진행된다.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을 왕복하며 협상이 있었지만 하루 정도의 협상 시간이었던 점에 비해 이번에는 사실상 일주일 내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실질적인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점증하고 있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체결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로 중국의 경제가 상당히 대미지를 입고 있다는 점을 든다. 작년인 2018년에 중국에서는 기업 도산율이 2017년도 대비 60%라는 엄청난 증가율을 보였고 금년에도 2018년 대비 20% 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이미 503만 여 개의 중소기업이 도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서 실업률도 증가, 도시 지역 실업률이 역대 최대치라고 할 수 있는  5.3%에 달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실업한 사람들을 '실업'이 아닌 '창업 중'이라는 부류로 분류한다고 한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변통이다. 하지만 타이완의 전문가들은 실제 실업률은 아마도 10%는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언제나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타이완의 이코노미스트 오가륭은 지난번 미중이 주고받은 보복 관세는 세상이 보는 바와는 달리 중국이 의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오가륭은 중국이 보복 관세를 취하면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재보복 조치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지금의 중국이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복 관세를 중국이 원하는 타이밍에 일어나도록 수를 쓴 것이라는 추정을 한다. 보복 관세를 당할 바에야 미국민들의 트럼프에 대한 여론이 최악이 될 타이밍, 즉 크리스마스 상품들을 구매하게 되는 시기에 맞추었다는 것이다.

타이완의 이코노미스트 오가륭

9월 30일 타이완의 이코노미스트 오가륭은 중국이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가한 것은 트럼프의 보복 관세를 유도해서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크리스마스 전에 물가 상승이라는 부담을, 그리고 미 기업들에게는 압력을 주어서 트럼프에게 타격을 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개진하였다. 어차피 트럼프가 보복 관세를 행할 것으로 보이는 이상, 오히려 타이밍을 지금으로 유도해야 트럼프에게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제 미중 관계가 무역 관계의 분리 작업 차원에서 금융 관계의 분리 단계로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 증거가 미국이 자국에 중국 기업들이 상장하여 자금을 얻는 일을 막으려는 움직임이다. 이는 미 의회가 미국에서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미 정부의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해서 미국의 투자자들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진행된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후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상장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지고 이미 상장해 있는 회사들도 미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서 온 생각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은 미 증권감독위원회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국가 안보와 관계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global-opinions/its-time-to-end-the-china-hustle-on-us-stock-exchanges/2018/08/30/50137c1a-ac8d-11e8-8a0c-70b618c98d3c_story.html


오가륭은 금융전은 무역전과는 달리 미 증시에 끼치는 영향이 있어 트럼프에게 불리한 면이 있지만 트럼프로서는 필히 감행해야 할 공격이라고 한다. 그는 중국에 투자되는 미국의 자본을 막고 양국의 금융이 상호 분리되게 함으로써 미국의 피해를 줄이고 중국의 대미지를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홍콩주식거래소가 런던 주식거래소를 인수하려 한 의도가 이러한 미국의 공격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라고 본다. 하지만 런던 주식거래소는 거절했다. 오가륭은 중국이 계획 경제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보며 이는 정권 보위 차원의 전략일 것으로 생각한다. 타이완 사람인 그는 같은 타이완의 궈타이밍 회장에 대한 중국의 공격을 보며 궈타이밍 같은 사람이 공격당할 수 있다면 다른 모든 타이완 기업들도 중국 정부의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걱정한다.


오가륭이 소리 내어 말하고 있지는 않으나 필자가 생각할 때에는 '중국이 어차피 보복 관세를 맞을 바에는'이라는 말에 이미 중국 정부가 협상 결렬까지도 생각하는 강경 태도로 나올 것이라는 전제가 오가륭의 머리에는 이미 형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트럼프가 이미 상장되어 있는 중국 기업까지도 상장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을 볼 때 미 증시의 대 중국 기업 규제를 강화할 경우 사실 상 이후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상장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물론 다른 국가 증시에서 상장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소기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무역 수지가 경상 계정의 달러를 놓고 다툰다면 미국은 이제 자본 계정에 대해서도 문을 닫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중국이 협상 타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것이 낙관론의 근거이다.

양지에츠(杨洁篪) 위원

게다가 중국의 경우 달러의 유입처가 경상 계정, 자본 계정 외에 홍콩 계정이 있다. 그리고 홍콩 계정의 중요성은 경상 계정이나 자본 계정에 비할 데가 없다. 트럼프가 8월에 양지에츠 위원의 방미 후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에서 홍콩 진압을 바이든 비리 조사와 교환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 아예 공개적으로 중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근거하여 오가륭은 미국의 본 뜻은 중국에게 만일 홍콩을 무력 진압하려면 국경절 후부터 12월 중순 사이에 하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캐리 람 행정 장관

홍콩은 지금 임시정부 선언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다. 홍콩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일차적으로는 캐리 람 행정 장관, 그리고 캐리 람을 조정하고 있는 베이징의 수뇌들의 책임이 크다. 최초에 반송환 법 운동이 나올 때부터 하나 둘 악수를 연이어 놓아가 이제 되돌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반 마스크 법을 풍자하는 홍콩 사람들의 센스

홍콩의 지인과 연락을 해 보니 실제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장소는 국지적인 몇 군데인 모양이고 전체 홍콩은 아직은 치안이 잘 유지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수 일전 캐리 람이 발동한 "마스크 금지법"은 악수 중의 악수이다. 새 법을 만들기가 어려워진 캐리 람이 옛날 법 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 법은 1922년 영국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져서 1967에 마지막으로 적용되었다고 한다. 당시 좌파 폭동이 일어났고 폭탄 테러도 감행하여 경찰관 10명을 포함하여 51명이 사망하는 사태였다.

https://edition.cnn.com/2019/10/04/asia/hong-kong-face-mask-ban-meeting-intl-hnk/index.html


문제는 캐리 람이 이런 식으로 자기에게 편한 법을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법전에서 찾아서 사용한다는 것은 홍콩 시민들에게는 더 이상 법치가 공적 개관한 체계가 아니라 통치자의 입맛에 맞게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법들은 캐리 람이 사법부나 입법부의 견제 없이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홍콩 시민들이 주도한 뱅크런 운동은 사실 매우 미미한 참여에 그쳤다. 그러나 이제 아무도 뱅크런을 소리치지 않았지만 홍콩의 시민들은 은행에서 돈을 찾고 있다. 그리고 달러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홍콩 시내의 수많은 ATM의 돈이 동났고 중국계 은행의 ATM 들은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홍콩 정부는 부랴부랴 홍콩의 금융은 안정적이며 외환은 자유롭게 그리고 예금도 자유롭게 언제든지 원하는 액수만큼 달러로 환전할 수 있다고 공포했다. 그리고는 은행들이 신속히 ATM에 현찰을 채워 넣을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심상치 않다. Goldman Sachs는 6월부터 8월 사이에 500억 달러의 자금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홍콩에는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들이 2.8배 정도 되어 지속적인 자본 유출이 일어났는데 이제 더욱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망명한 궈원궤이(郭文贵)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를 자주 폭로하는 중국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한 사업가 궈원궤이(郭文贵)는 한 타이완 사업가라는 사람을 들어 말하기를 이 사람이 이번 국경절 즈음하여 베이징에서 장쩌민 전 주석과 주룽지 전 총리를 만났는데 작금의 미중 관계, 그리고 중국의 발전 상황에 대해 불만이 많았으며 타이완 기업은 신속히 중국을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한다.

주룽지 전 총리와 장쩌민 전 주석

또 하나 미중 간의 갈등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군사적인 대치이다. 이미 남중국해로 인한 갈등 외에 이란 사태에 대하여 미국이 병력을 파견함과 동시에 중국이 러시아, 이란 등과 함께 이란 앞 해상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미중 양국이 석유 자원과 그 보급로를 놓고 심각하게 충돌할 가능성을 높인다. 중국으로서는 절대 좌시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이러한 중국 경제의 악화, 홍콩 사태의 악화, 미중간 군사 긴장의 제고 등 요인들은 미중 간의 갈등 요인인 동시에 낙관론자들로 하여금 중국이 타협을 원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이전의 몇 편의 글에서 밝힌 바 있다.


우선 중국은 국외보다 국내 정치적 요인, 예를 들면 파벌 간의 갈등 같은 요인이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이번 국경절과 사중 전회가 무사히 종결되어야만 했고 그 이전에 미국과 불요불급한 갈등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국경절이 지나갔다. 타이완의 군사 전문가 우밍지에(吴明杰)는 이번 국경절에 투입된 직접 예산만 30~40억 달러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40억 달러라면 한화로 5조에 달하는 거액이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국가 경제가 고통받는 이 시기에 이렇게 만은 돈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시진핑 그룹으로서는 중국의 건재함, 공산당의 건재함, 그리고 시주석의 건재함을 천하 만방에 알릴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실제 베이징에서는 이 행사 시기에 시내는 계엄이 내려졌으며 공중화장실을 사용할 때에는 신분증 번호, 휴대폰 번호, 그리고 용변의 종류까지 등록해야 했고 기대 시간을 초과하면 사유를 보고했어야 했다고 한다. 그것은 시진핑 주석 및 그 그룹이 외부로부터의 적이 아닌 내부로부터의 적을 걱정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필자가 베이징의 한 우체국에 상품을 부치려 가보니 마스크팩은 액체가 함유되어 있어 보낼 수 없다고 한다. 17, 18일 경 되어야 비상조치가 풀릴 것 같으니 20일쯤 오라고 한다. 언뜻 국경절이 모두 끝났는데 무슨 소리인가 싶어 화를 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사중 전회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직도 사중 전회 일자와 장소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 사중 전회가 무사히 끝나고 시진핑 주석의 권력 강화가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다음 스텝으로 진행할 수 있으리라. 이날 필자가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사람, 쩡칭홍도 나타났다. 상해방의 실질적 리더인 그는 이날 다른 지도부 사람들과 함께 서 있었지만 가장 여유만만하게 보였다. 만일 쩡칭홍이 실제로도 여유만만이라면 시진핑 그룹이 원만하게 의도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위 사진의 중앙이 쩡칭홍이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 서 있는 인물은 상무위원을 지낸 공산당 원로 쏭핑(宋平)으로 금년에 100세이다. 그리고 그는 시진핑 주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진핑 그룹은 이번 사중 전회에서 시주석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결집해서 미국에 강경 대응하는 노선을 채택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이 가능한지의 시금석은 이번 사중 전회가 원만히 잘 열리고 또 마무리되느냐를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스크팩을 보내지 못하는 기간이 1월 17, 18일경까지라면 아마도 그때까지는 사중 전회가 중요한 일정은 마무리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미중 무역 협상 기간과 겹친다. 그리고 이제까지 사중 전회가 공개되고 있지 않는 점을 볼 때 전격적인 합의가 없는 한 이번 주 미중 무역 협상 기간 동안 커다란 의사결정이 있기는 어렵다. 시진핑 그룹은 아마도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다. 국경절을 치렀고 트럼프가 홍콩에 대해 여차하면 버리는 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파악했으니 무서운 것이 없다.


경제적인 압박은 중국 공산당에게는 큰 효과가 없다. 이미 국진민퇴, 혼가이 등이 진행 중이고 여차하면 계획 경제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계속 떠돌고 있다. 


낙관론자들이 거론하는 국가 경제 다음의 카드가 홍콩인데 홍콩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이제는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죠슈아 웡을 데려와 증언을 듣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끝나자 실리가 중요해진 것일까? 홍콩 사람들은 이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원래 하원에서 일주 내에 통과하고 연이어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던 이 법안은 멈추어 있다. 다음은 현재 이 법안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하원도 통과하지 않았으며 사실 상 계류 중이다. 결국 미국 의회도 입으로는 홍콩 민주화를 외치고 있지만 국내 정치용인 것이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정치인들은 모두 그쪽에 몰려가 이해타산을 계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홍콩 관련 법이 통과한다 하더라도 과연 실효성이 있겠는지 잘 모르겠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홍콩을 무역 협상의 바둑돌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이 세 번째 계정을 봉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 굳지 홍콩 인권법을 지지할지 의문이다. 입으로는 지지하고 사실 상 중국이 홍콩을 무력 진압하도록 묵인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그러니 중국이 이번 협상에서 수그리고 나갈 가능성이 더 적은 것이다.


중국이 홍콩을 무력 진압하든 미국이 홍콩을 제재하든 홍콩의 앞날은 비관적이다. 필자가 홍콩에 있는 지인에게 연락을 해보니 이들도 앞날이 너무 불투명하여 고민 중이었다. 그래도 홍콩 전역이 전쟁터인 것은 아니고 몇 개의 장소가 시위하는 곳으로 정해져 있어 다른 지점들은 안정에 별 위협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미 홍콩은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는 듯하고 금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신뢰성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홍콩의 금융 인프라는 무너져 내릴 수 있다. 특히 페그제가 유지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홍콩의 금융이 무너지면 중국의 외자 창구 역할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고 경상 계정, 자본 계정에 이어 홍콩 계정이 닫힌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과거 죽의 장막 시절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이미 홍콩은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는 듯

홍콩 전체 ATM 중 10%가 파괴, 현금이 동나는 현상 

주로 중국계 은행 ATM이 공격 대상


이렇게 경제, 금융, 하이테크 분야에서 미국의 강공을 받아 본의 아니게 문호를 닫아버리게 되면 경제 성장의 둔화 내지는 부진을 가져올 것이고 곧바로 군사력의 제한으로 연결된다. 원래 이란과 합동 훈련을 하기로 했던 중국은 현재로 보아서는 러시아, 중국, 이란의 3개국 합동 훈련은 불투명하다. 중국은 평지풍파를 일으킨 이란에게 상당한 불쾌감을 보였던 것 같다. 원규 가격이 대폭 상승하여 그러지 않아도 외환 부족 상태가 올까 초조하던 중국에게 충격을 가져다준 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 국영 석유 회사는 이란과의 합작 프로젝트에서 50억 불 규모의 지분을 투자 철회를 선언하였다.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031787/iran-says-chinese-state-oil-firm-withdraws-us5-billion-deal

이는 이란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인 동시에 줄어들고 있는 외환을 보호하려는 조치일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연이어 진행되어온 홍콩 사태로 홍콩의 외환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은 대략 4200~4300억 달러 수준의 외환 보유고가 있다고 전해지는데 금번 Goldman Sachs의 발표에 의하면 홍콩의 외화는 6월에서 8월 사이에 홍콩에서 40억 달러가 싱가포르로 유출되었다고 한다.

https://markets.businessinsider.com/news/stocks/goldman-sachs-sees-4-billion-flow-to-singapore-on-hong-kong-protests-2019-10-1028573359


경제력의 축소는 곧 군사력의 축소이다. 미국이 홍콩을 말로만 지지하듯이 중국과 러시아도 이란을 말로만 지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란이 중국에게 뺏길 수 없는 중요한 전략 자원이지만 중국에게는 사우디 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호르무즈 해협을 긴장 상태로 만들면 유가가 오르고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게다가 대량의 달러를 사용해서 수입해야 하는 중국은 곤경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지역에 미국이 군대를 파견하게 되면 여차할 경우 에너지 보급선이 미국에 의해 차단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여 큰 소리를 쳤으나 정말로 군대를 이란 쪽으로 보낼 생각은 없어 보인다.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030032/china-expected-send-anti-piracy-fleet-not-navy-joint-drill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협상이 시작되면 무엇인가 중국을 압박하는 발언을 하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조용하다. 그리고 오히려 낙관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중화권에서는 민주당의 탄핵 절차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트럼프가 미중 무역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 한다고 추론하기 시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644jXzPML8&list=WL&index=7


과연 그럴까?

필자가 보기에는 강경 노선을 채택하여 그룹의 권력 강화에 성공하였거나 성공 일보 직전 상태로 보이는 시진핑 그룹이 갑자기 노선을 바꿀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동안 유연한 태도를 취했던 것은 국내의 파벌 갈등 문제 해소를 위해 미국과 커다란 갈등까지는 가지 않으려 한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아니나 다를까 블룸버그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일부 의제를 제외하고 협상의 폭을 좁히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국영기업 보조금, 산업 정책 등이다. 그러나 바로 이 이슈들이 지난번 5월 초에 협상이 결렬된 원인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강력히 구조적 변화라면서 주장해 온 이슈들이기도 하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9-10-06/china-narrows-scope-for-trade-deal-with-u-s-ahead-of-talks


물론 금주 베이징에서 병행되는 사중 전회의 결과에 따라서 대미 협상 태도에 변화가 발생할 여지는 없는 것이 아니다. 시진핑 그룹의 의지가 꼭 관철되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반대파의 의지가 관철되는 일은 더 없을 것이다. 반발이 심하면 순연되거나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금주의 미중 협상이 진전을 이룰 가능성은 낮게 본다. 심하면 판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는 헌터 바이든의 의혹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모양이다. 헌터 바이든은 중국에 발해 투자라는 회사의 지분도 10%를 가지고 있는데 필자도 예전에 어떤 프로젝트에서 이 발해 투자에 대해 들은 바 있다. 누가 뭐래도 이 회사는 바이든 간의 관계가 큰 영향을 주고 있더 회사다. 트럼프가 이 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지만 헌터 바이든에 대한 조사의 진행 또한 미중 관계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가올 경제 침체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oUAJcXmWzHo&list=WL&inde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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