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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Oct 06. 2019

국경절 시진핑 주석의 메시지

시진핑은 이번 국경절에서의 연설에서 향후 집권 후기의 비전이나 주체적인 전략은 발표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4중 전회를 무사히 치르고 나야 정책을 확정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모호하기는 해도 연설의 키워드는 한 번쯤 분석해 볼 수 있겠다.


 먼저 내정과 관련해서는 2개 견지를 주장했다.

공산당 영도 하의 사회주의를 견지한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도로를 간다

는 다소 진부하지만 사상 노선의 변경이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시주석의 사상이 바뀌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는 시사점이 있는 발언이 있었다. 


홍콩과 타이완을 겨냥해서는 

평화통일, 일국 양제

를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전 세계를 향해서

평화발전

이라고 선포하였는데 언뜻 하나마나한 말로 들린다. 시진핑은 또한 지금의 중국은 누구도 억제할 수 없다고 표명했으며 초심을 잊지 말고 2개의 백 년 투쟁 목표를 달성하여 "중국몽"을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국경절 거리에 걸린 플래카드에는 최근 지속적으로 강조해 오던 구호가 바뀌지 않고 걸렸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一、"四个意识":政治意识、大局意识、核心意识、看齐意识。

二、"四个全面":全面建成小康社会、全面深化改革、全面推进依法治国、全面从严治党

三、"四个自信":道路自信、理论自信、制度自信和文化自信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1. 4개 의식: 정치의식, 대국 의식, 핵심 의식, 동일 의식

2. 4개 전면: 소강 사회 전면 건설, 개혁 전면 심화, 법치 전면 추진, 당의 전면 관리

3. 4개 자신: 경로 자신, 이론 자신, 제고 자신, 문화 자신

이 하나하나를 논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필요도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중국과 공산당이 훌륭하니 믿고 따르라는 의미이다.

시진핑 주석은 자주 대중 앞에 나서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그의 연설 내용은 일견 상습적인 문구와 상투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중국 지도부의 의도적인 모호성 발언으로 보이는데 그 의미는 언제든 발언 내용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는 수법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관습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몇 마디 말에서 수많은 의미를 추측하고 해석해 내도록 했는데 필자도 그중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시진핑 주석은 자주 "초심을 잊지 않는다(不忘初心)"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중국의 네티즌들이 그 함의를 두고 많은 토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은 대체로 이 의미를 "마오쩌뚱의 혁명, 투쟁, 그리고 사상을 잊지 말라"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 같다. 만일 이 해석이 맞는다면 최근 소문이 들리는 민영 기업의 국영화, 계획 경제로의 회귀 또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으로 연결된다.

타이완 대학 명예 교수 밍쥐정

아예 중국 공산당의 메시지를 전문적으로 해독한다고 하여 "중국을 해독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필자가 그동안 수 차례 거론했던 타이완 대학의 밍쥐정 교수 등이다. 밍 교수는 원래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시작했던 공산당의 구호가 그 후 "인민 민주 독재"로 변경이 되었다. "민주"와 "독재"가 어떻게 병존하는지 필자는 잘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밍 교수의 해설은 원래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프롤레타리아를 대변하는 공산당의 일당 독재를 합리화하였으나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말이 국제 사회에 ㄷ그다지 받아들여지지 않자 "프롤레타리아"라는 말을 "인민 민주"라는 말로 대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즉 혁명적이고 전투적인 용어인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말을 순화시킨 것일 뿐 본질은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18대 삼중전회에서 "4대 견지"라는 것도 발표를 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공산당의 지도를 견지하여 당의 기본 노선을 관철한다.

2. 해방 사상을 견지한다.

3. 인민이 주체 지위임을 존중하는 인본 사상을 견지한다.

4. 개혁 개방과 안정의 정확한 처리를 견지한다.

밍 교수는 이 4대 견지라는 것은 한 마디로 공산당의 일당 독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이 발언한 내용은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 체계를 지속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단어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으로 보인다.


밍쥐정은 평화 통일 일국 양제라는 말도 이제 홍콩 사태를 본 타이완이나 국제 사회가 '일국양제'란 공산당 독재의 '일국 일제'일뿐이라고 단정한다. 그는 또 과거 중국이 제기했던 "대국굴기"라는 말은 사실은 따지고 보면 이제 우리가 강성해졌으니 굴기하겠다는, 다시 말해 필요하면 전쟁하겠다는 의미이라고 하며 이 "대국굴기"라는 말이 국제적으로 주의를 불러일으키자 "평화굴기"라는 말로 바꾸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평화"는 국제 사회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며 "굴기"라는 말은 중국인들 들으라고 한 말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무장경찰

또 하나 밍 교수가 지적한 사항은 시진핑 주석이 이번 연설에서 "무장 경찰"과 "인민해방군"을 동격으로 놓았다는 점이다. 사실 많은 한국인들이 "무장 경찰"을 이름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전투 경찰"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2차 대전 당시의 나치 친위대 SS와 같은 성격으로 이해해야 한다. 시 주석은 무장 경찰이 "인민 군대"의 특성을 보유해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이것의 의미가 무장 경찰의 중요도가 부각된 것이라고 한다. 이미 중국 사회 내의 모순, 시위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홍콩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므로 여차하면 무장 경찰을 동원해야 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지금 홍콩 사태는 경찰 특의 발포로 고등학생이 중상을 입음으로써 더욱 격화되고 급기야 임시정부 수립 선언문까지 반포된 상황이다. 이제 시진핑 주석은 언제라도 무장 경찰을 동원해야 할 상황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인민해방군에 대해서는 홍콩 사태로 인하여 외국 무력이 홍콩에 들어오는 상황에 대비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역시 "초심을 잊지 않는다", "2개 백 년의 중국몽" 발언으로 맺었다. 이는 역시 사회주의 지향, 그리고 이제는 중국이 강성하여 더 이상 외국의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국경절 대규모 행사의 목적은 먼저 국내의 사기 진작을 위한 것이다. 아무리 언론과 보도를 통제한다고 해도 미중 무역 갈등의 소식과 그 영향은 중국 내에 널리 퍼져가고 있었고 미국과의 충돌은 꼭 전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해도 경제적인 압박이 가져다 올 각자의 생활에의 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소리 내어 이런 우려와 걱정을 말할 수 없다면 더욱더 소리 없는 근심은 켜져 가고 확산되고 있을 터이다. 그러니만큼 인민해방군과 중국의 국력을 보이고 실력과 위용을 보여 중국인들에게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일이 필요했을 것이다.

건국 70주년 국경절 천안문 위의 중국 지도부

두 번째로 천안문 위에서 각 파벌의 보스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건재함을 과시하고 내부 투쟁은 치열할지언정 공산당이 인민에게 보이는 모습은 한결같도록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필자는 이번 국경절에 과연 상해방의 실질적 리더인 정칭홍이 모습을 나타낼지 매우 궁금했었다. 상해방은 시진핑 그룹의 최대 적수인 반면 지난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후진타오, 원자바오 등의 공청단 파의 소리는 드높았던 반면 상해방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인들 중 일부는 상해방은 이미 소멸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20년에 걸쳐 전국 공산당 조직 하나하나에 침투되어 있는 상해방이 그리 간단히 소멸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은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국경절에 쩡칭홍은 물론 90세가 넘은 장쩌민 전 주석까지 천안문 위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정칭홍의 모습은 유유자적하고 여유만만했다. 바로 이런 모습을 보임으로써 파벌의 보스들은 자기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함은 물론 자신감을 잃지 말라, 보스는 건재하다 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반면 의외로 취약한 면도 나타났다. 바로 보안에 대한 과민한 반응이다. 시내 행사 구역에 계엄령이 내려진 것은 물론 해당 주민들은 행사 당일 집을 떠나 정부가 마련한 장소로 이동했어야 했다. 그리고 행사 전날 저녁부터 행상 당일까지 가스의 공급을 중지했다. 그리고 8층 이상의 빌딩 창문은 모두 봉했다. 심지어 이날 북경의 공중 화장실을 갈 때는 신분증 번호와 휴대폰 번호를 등록하고 볼일이 큰 것인지 작은 것인지 등록했어야 했으며 예정 시간보다 길어지면 문을 두들겼고 시간이 길어진 사유를 설명해야 했다. 도대체 누구를 경계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으며 외국 세력이 베이징에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내부로부터의 공격을 이리도 걱정한다는 뜻으로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1991년 4월 30일 타이완은 장제스(蒋介石) 총통에서 장징구어(蒋经国) 총통으로 게염 시대를 해재하고 내전 상태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중국 대륙은 아직도 내전 체계, 전시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아무도 중국을 무력으로 공격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것은 전시 체계가 가져다주는 이익을 향유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다른 해석이 없어 보인다. 공산당 일당 독재가 합리화되며 일당 독재 체계는 다시 공산당과 지도부들의 특권을 강화한다. 따라서 이런 권위주의적 전체주의적 체계를 풀어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필자는 이 장면에서 군부 독재를 물리친 우리나라의 민주투사들, 그들의 희생, 그리고 지금도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느끼면 일어서서 나서는 우리 국민들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자파이든 우파이든 관계없다. 민주와 자유를 지킬 수 있다면 그리고 서로의 이견을 민주적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우리의 강산은 삼천리 일지 모르나 결코 중국의 구만리 강산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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