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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Nov 23. 2019

홍콩 인권 및 민주화 법이 미중 무역전에 줄 영향

미 하원 의장인 낸시 펠로시는 20대 때 중국 천안문 사태 발발 시 베이징으로 날아가 시위에 참여하고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를 비판하여 체포되었던 인물이다. 당연히 중국 정부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그리고 이번 홍콩 인원 및 민주화 법의 입법에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공화, 민주 양당의 하원 의원들은 이 법안을 모두 기립하여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감이 이미 상당히 커져있다는 것과 함께 각 의원들의 다음 선거에 대한 고려와 여기에 낸시 펠로시의 리더십도 한몫했다.


하원이 법안을 올리려 하자 상원에서는 이 법안을 좀 손 보아야 한다는 의원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상원에는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있다. 이 사람은 중국에 관한 일이라면 가장 먼저 선봉에 서는 싸움꾼이다. 그는 즉시 의원들의 의견 조율에 들어갔고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조율된 법안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는 수정안을 하원으로 보냈다.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홍콩 인권 및 민주화 법에 서명하고 있다

여기서 낸시 펠로시의 정치적 감각이 빛난다. 그는 하원 의원들을 설득하여 더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상원 수정아)에 동의하자고 한다. 이에 따라 하원은 상원의 수정안에 동의함으로써 이 법안은 정식으로 미 상하 양원을 통과하게 되었다. 하원에서는 19일에 만장일치로, 그리고 20일 상원에서 총 472표 중 찬성 471 표로 통과되었다. 


이제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로 넘어갔다. 이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본 법안에 찬성하여 서명하는 것이다. 그러면 서명하는 순간 즉각 발효된다. 다른 하나는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법안은 다시 상하 양원으로 돌아가서 논의되며 필요하면 수정을 한다. 그리고 상하 의원 2/3 이상이 찬성하면 발효된다. 마지막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poket vito, 즉 법안 묵살을 하는 것이다. poket vito는 회기가 10일 미만으로 남았을 때 대통령이 시간을 끌어 미 의회의 회기를 넘기는 것인데 그러면 다음 회기에서 처음부터 다시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회기가 11월 29일에 종료되므로 실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하 양원의 절대다수 의원들이 찬성하는 이 법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반대할 가능성은 적다. 그리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즉각 다시 통과시켜 백악관으로 보낼 것이라고 이미 의지를 밝힌 상태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10일 후에 발효된다. 물론 다른 사람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므로 필요하다면 poket vito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본 법안이 사실 상 통과되자 홍콩의 시위 군중들은 당연히 기뻐했다. 드디어 미국이 반응을 보인 것이다. 용기백배한 홍콩 시민들은 앞으로 더욱 반중 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의 대응은 열화와 같은 말, 말, 말이었다. 


외교부: 결과는 자신이 책임져라(后果自负)

정협: 미혹에 집착하여 깨닫지 못한다(執迷不悟)

홍콩 정부: 극도로 유감이다

주홍콩 외교부: 일 나고 나서 경고 안 했다 하지 마라(勿谓言之不预)

국무원 홍콩 마카오 사무소: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홍콩 중국 연락사무소: 불장난하면 그 결과는 자신이 당한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이 홍콩 인권 및 민주화법이 명백한 내정 간섭이라며 격분했다. 이에 대해 Marco Rubio 상원 의원은 본 법이 중국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법이 아니며 미국 정부에 대해서 규정하는 법인데 어째서 중국 내정을 간섭하는 것인가 반문했다. 타이완의 중국 공산당 전문가 밍쥐정(明居正) 명예 교수는 중국 외교부의 내정 간섭 주장에 대하여 "미국의 입법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그야말로 미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꼴"이러고 조소했다.


그리고 인민일보는 트위터를 이용하여 상당히 자극적인 그림과 함께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법안은 그저 휴지 한 조각이라는 마치 북한의 발언을 연상하게 하는 말을 실었다. 하지만 하루 후에는 좌측의 그림은 삭제되고 우측의 텍스트만 트위터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중국 내에는 이미 미국에 대한 격분하는 내용으로 각종 매체와 미디어를 도배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 표현의 수준이 높지 않으며 지금까지 보지 못한 비난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점증해오던 비난과 비판의 연장선 상에 있는 느낌이다. 어쩐지 수위 조절에 나선 느낌이다.


그런데 주홍콩 외교부의  "일 나고 나서 경고 안 했다 하지 마라(勿谓言之不预)"라는 표현은 중국이 무력 동원 전에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외교 용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96세의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이 중국의 세계 경제 포럼에 참석하여 발언한 내용을 상기하게 만든다. 키신저는 과거 냉전 시대의 미쏘는 서로를 상대 진영을 대표하는 주체로서 동등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실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만일 상대가 동등하지 않은  격차가 있는 상대로 인식할 경우 무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무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이 느끼는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로 올라갔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미중 무역 전쟁에 직격탄을 쏟아부은 꼴이다. 어찌어찌 미중 무역 협상이 소위 단계별 협상의 형태를 가지게 되고 그중 그간 중국에서 수용했던 부분들을 모아 1 단계 합의를 이루려 했던 미중 양국은 이제 홍콩 인권 및 민주화법의 영향으로 협상 자체의 의미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시진핑 주석과 류허 부총리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 장관에게 추수감사절 전에 베이징에 와서 얼굴을 맞대고 협의를 하자, 맛있는 베이징 오리를 대접하겠다며 애쓰던 국면이었는데 말이다. 그간 미중은 1 단계 합의를 놓고 중국은 보복 관계의 철폐를, 미국은 농산물 구매 규모의 확정을 서로 요구하며 대치했다고 한다.  물론 이 외에 지재권과 화웨이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확실하게 농산물, 지재권 보호, 강제적 기술 이전에 대한 동의를 하지 않는 이상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교 매체인 아폴로 뉴스는 워싱톤 소식통을 인용하여 미국 정부 내에서는 이미 금년에 미중 무역 협상 1 단계 합의를 이룰 수는 없다는 관측이 돌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사실 상 내년이 온다 하더라도 홍콩 이슈가 돌출한 이 상황에서 미중이 과연 무역 협상을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 여부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이와 같은 외부의 여러 소문들은 사실이 아니며 미중 양국은 건설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공개할 수 있는 협상 내용 진행 내용은 없다고도 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안이 타결되기를 원하지만 필요하다면 무역 전쟁에서 반격할 수 있다고 했다.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038922/china-wants-us-trade-deal-will-fight-back-if-necessary-says?utm_medium=email&utm_source=mailchimp&utm_campaign=enlz-scmp_international&utm_content=20191122&MCUID=29d24e22fa&MCCampaignID=28d6c1fbc3&MCAccountID=3775521f5f542047246d9c827&tc=3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pocket vito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FOX & Friends라는 프로그램에서 전화 인터뷰를 한 내용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민주화에 대한 질문에 법안 서명 여부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그는 홍콩에 유혈 사태가 나지 않은 것은 오로지 그가 시진핑 주석을 무력 사태가 나면 무역 협상이 결렬될 것이라는 압박을 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고 그가 홍콩을 지지하지만 시진핑 주석도 지지한다고 알 수 없는 답변을 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할지는 이제 잘 알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일까?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Pocket Vito를 하면 어떻게 될까? 바로 12월에 미 의회의 회기가 있기 때문에 낸시 팰로시는 강력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재제출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상원의 공화당 대표 주자인 루비오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미디어에 밝힌 바 있다. 만일 트럼프가 법안 묵살을 한다면 전체 공화당 의원들의 얼굴에 찬 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것이며 루비오는 분노할 것이다. 그리고 만장일치는 아니라 하더라도 법안 재통과에 필요한 2/3을 얻는 데에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명분과 실리를 다 잃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토 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시진핑 주석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트럼프 본인이야 말로 가장 시진핑 주석의 편에 있는 사람이며 다른 하나는 빨리 자기가 원하는 무역 협상안을 체결하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결과는 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요구는 사실 상 중국 공산당 전제 정치의 근본을 흔들기 때문이다

Marco Rubio 공화당 상원 의원

중국은 96세 노령의 핸리 키신저 전 국무부 장관을 초청하여 행사를 가졌다. 노정객인 키신저 박사는 중국이 듣고 싶어 하는 여러 발언, 즉 미중이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그리고 중국이 미국을 공격할 의도로 무역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발언들을 했다. 하지만 필자의 주의를 끌은 발언도 하나 있었다. 그는 과거 미소가 전쟁으로 치닫지 않은 것은 서로 상대를 상대 진영을 대표하고 서로 경쟁할 만한 자격이 있는 존재로 인식한 원인이 크다고 전제하고 만일 상대를 경제적, 정치적 등 여러 방면에서 자신과 경쟁할 만한 수준의 존재로 인정하지 않으면 이는 무력을 행사하는 결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이다. 이는 분명히 미중 간에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시사한 말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 장관

이 상태에서 과연 미중 무역 협상은 체결될 수 있을까? 중국이 무역 협상 결렬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상정하고 결심했다는 증거는 이곳저곳에 보인다. 중국이 이번 1 단계 협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라는 범위로 좁혀서 생각해 보자. 미국은 농산물, 지재권 보호, 강제적 기술 이전 등에 대한 중국의 동의 없이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중국은 오라 하고 미국은 가지 않겠다는 자세는 현제 중국이 수세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미국의 이러한 요구들은 이제까지의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중국은 이미 수용한 조건들이다. 따라서 진정한 이슈는 "협상 내용의 이행 보증 기제"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바로 미중이 합동으로 기구를 만들어서 지방 정부들의 이행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재중 미국 기업들이 클레임을 걸 경우 조사권을 가지는 조건 말이다. 이는 중국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슈이다. 단지 미국 기업들의 클레임 만이 문제 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조사로 인하여 이제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많은 일들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행이 보증되지 않는 합의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제까지 나바로, 라이트하이저 등 미 강경파의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1 단계 합의도 이루어지기는 난망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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