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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an 08. 2020

우크라이나 나비 효과, 중국의 심장

결국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는 군사 기술을 손에 넣었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을 했다. 구 소련 해체 당시 모든 시설과 자산은 해체 시점 소재지 국가에 귀속된다는 원칙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만들어졌던 구 소련의 군사 시설, 군사 자산 등은 모두 우크라이나 정무의 소유가 되었다. 이 당시 우크라이나에는 구 소련의 지원 하에 군사 기술 연구 개발이 상당한 규모로 진행되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자산들은 우크라이나의 전략 자산으로 변모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무기들은 여러 가지 다양하게 있지만 필자가 소개하려 하는 주 대상은 항공기 엔진이다. 우크라이나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기 Antonov-225 므리야("Mriya")가 있다. 우크라이나 말로 므리야는 "꿈"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Antonov-225 므리야

나무 위키에 따르면 원래 이 비행기의 주목적은 구 소련의 우주왕복선인 부란과 그 관련 장비/자재의 수송으로 총 2대가 주문되었으나 그중 한대만 완성이 되었다. 완성된 한대는 기반이었던 An-124와는 다르게 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화물용 뒷문이 없었고, 한 개의 수직 날개가 2개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제작 중이었던 나머지 한대는 뒷문을 포함하면서 한 개의 수직날개를 사용, 조금 더 효율적인 항공기를 구상하던 중이었지만 그 상태에서 구 소련이 몰락, 해체되고 우주왕복선 계획이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이 비행기의 수송 능력은 무려 최대 250톤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일반적으로는 80톤의 화물을 싫고 5천 km의 항공 거리를 가지는 모양이다. 이착륙에 필요한 활주로도 길어서 우리나라의 경우 인천 공항 제3 활주로가 유일하게 이 항공기가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 비행기를 제작한 안토노브 사는 구 소련 시절 일루신과 함께 주요 항공기 제작 회사였다. 하지만 구 소련의 해체 이후 러시아로부터의 항공기 구매는 대폭 줄어들었고 자국 시장의 수요는 없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서방의 상업용 항공기와 경쟁도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일부 지방이 러시아에의 합병을 결의하고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하여 합병한 사건은 결정적이었다. 이 사태로 인하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적대국이 되었으며 그나마 소량의 항공기를 구입해 주던 러시아와의 거래가 완전히 끊어짐으로써 우크라이나의 항공 산업은 괴멸에 이를 지경이 되었다.


이때 우크라이나에 손을 내밀며 협력을 희망해 온 것이 중국이다. 중국은 처음에는 안토노브 수송기에 대한 구매 의향을 보이며 접근하였는데 중국의 진정한 속내는 이 안토노브 수송기에 장착되는 제트 엔진에 대한 기술이었다.  

D-18T engine installed on an Antonov An-124

구 소련의 기계 제작국인 Ivchenko-Progress는 안토노브 수송기를 위한 강력한 제트 엔진  D-18T를 개발하였고 그 생산은 우크라이나의 Motor Sich사에서 하였다.  당시 소련 최초로 추력 20,000 kgf을 돌파한 최첨단 엔진이었던 것이다. 중국은 최우선적으로 이 D18T 엔진부터 협력을 시작했다.

Motor Sich사 로고

중국은 안토노브 항공사와의 협력을 추진하였으나 사실 상 엔진 기술을 가져가려고 하는 중국의 의도를 눈치챈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항공기를 구매하겠다면 감사하나 기술을 가져가려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중국은 그간 추력이 강한 엔진 기술을 손에 넣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왔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최신형 전투기를 수입을 해 왔지만 아주 소량만을 수입하고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복사하는 방식으로 자국의 전투기를 개발해 왔다. 여기에는 러시아가 자국의 군사 기술 보호를 위해 개발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취득하지 않은 것이 맹점으로 작용한 면이 있다. 기술 출원 시 제공하는 정보로 인해 기술 자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방이요 동맹국인 중국이 이런 방식으로 기술을 복제하기 시작하자 이제 러시아의 입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행태는 이제는 전 세계가 다 알게 되어 기술만 빼내갈 것이라는 우려를 우크라이나가 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이 보유하게 된 최초의 항공모함도 우크라이나에서 건조되던 것이다. 중국에게 있어서 우크라이나는 최신 첨단 군사 기술을 가져올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엿보이는 곳인 것이다. 중국은 먼저 우크라이나와 대형 수송기 영역의 협력을 제안했다. 이를 위하여 중국은 안토노브 수송기의 주문을 하려 했지만 여기에 중국 국내 생산의 조건을 붙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엔진의 제작을 중국 내에서 하기를 원했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단순 조립 생산이라면 중국에서 생산해도 좋았지만 기술 이전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 줄다리기는 시간이 가면서 중국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서방 세계는 우크라이나 항공기를 사주지 않고 러시아의 항공기 구매는 사라지면서 경영 악화가 가속되었던 것이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하나 둘 조건을 풀기 시작했고 중국은 그들이 원하는 강력한 추력의 제트 엔진 기술을 가진 Motor Sich사의 인수를 추진하였다. 일 단계로 중국에 합작 공장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추진된 인수는 드디어 최근에 이르러 과반의 지분을 중국 측이 가져가는 형태로 결정이 된 모양이다.


중국은 그간 젠 시리즈 전투기의 추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중국의 최초 항모 랴오닝 호에서 중국의 함재기는 엔진 추력이 부족하여 무기를 탑재하면 이륙할 수 없다는 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술을 복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러시아는 더 이상 엔진에 대한 기술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두 번째 항모인 산동함은 랴오닝 호보다 더 긴 활주로를 만들어야 했다. 중국이 개발해 온 수직 이륙 항공기도 엔진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중국은 강력한 중국 엔진을 "중국의 심장, 중국심(中国心)"이라고 부르며 갈망해 왔던 것이다.

High Resolution Pratt & Whitney F119 Engine
AI-9500F

우크라이나의 신형 엔진의 추력은 이제 중국의 갈증을 해결해 줄 전망이다. 중국에 이미 6개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고 하는 것을 보니 대량 생산에 들어갈 모양이다. AI-136T, AI450S, D-136, AI-9500F 등이며 이중 AI-9500F은 바로 중국 시장을 겨냥하여 개발된 것으로 구식 RD 93 엔진을 대신하여 중국의 최신 스텔스기 젠 31(歼-31)의 엔진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AI-9500F 엔진은 미국의 F119급의 4세대 엔진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식 RD 93의 추진력이 5098 kg인데 비해 AI-9500F 엔진은 9500 kg이다. 사용 시간도 2000시간 이상이다. 이렇게 해서 수년 후면 중국은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다량의 전투기들, 스텔스 기, 수직이착륙 기 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결코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歼-31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우크라이나 내의 러시아 인들이 러시아와의 합병을 주장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 갈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으로 확산되었고 흑해 항구가 전략적으로 필요했던 러시아는 무력으로 해당 지역을 합병하였다. 만일 당시 서방에서 이를 막았다면,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경제 발전을 도왔다면, 지금 중국이 우크라이나의 첨단 제트 엔진을 확보하게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시각을 돌려 당시 소련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했다면, 그전에 소련이 우크라이나를 합병하지 않았었다면 지금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한다. 모든 것은 우리 인간들의 욕망과 행동의 결과이며 기나긴 인과의 사슬의 결과 이리라. 마치 독림을 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인들의 불편한 마음이 결국 21세기에 중국이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군사 기술을 손에 넣는 나비 효과를 초래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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