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중국은 돈으로 체계를 지켰다
미중 무역 1 단계가 합의가 드디어 이루어졌다. 다음은 미 USTR이 선포한 1 단계 미중 합의안의 내용이다.
중국 미 상품 구매 확대
중국은 미국 상품 및 서비스 구매 규모를 향후 2년에 걸쳐 최소 2000억 달러 늘린다. (중국은 미중 무역 전쟁 전인 2017년 기준 미국 상품을 1300억 달러, 서비스를 560억 달러 정도 구매한 바 있다)
상품 구분 1차 년도(2020년) 2차 년도(2021년) 소계
공산품 329억 달러 448억 달러 777억 달러
농산품 125억 달러 195억 달러 320억 달러
에너지 185억 달러 339억 달러 524억 달러
서비스 128억 달러 241억 달러 379억 달러
합계 767억 달러 1,233억 달러 2,000억 달러
이중 농산품에 대해서는 중국의 각종 규제 및 장벽에 대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미국은 이 무역 확대에 상응하는 HS CODE 조견표도 공포를 했다. 따라서 양국은 이 HS CODE에 따른 양국의 수출입 데이터를 상호 모니터링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에너지는 중국의 국가 전략과 맞물려 상당히 관심을 끌게 한다.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으로 에너지 수입원을 전환하면 사실 미중 무역 전쟁의 해결이 용이하였다. 그러나 타이완 합병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추진 중인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군사적 대치 내지는 분쟁을 고려해야 하고 에너지를 미국에 의존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이란 강경화와 함께 이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관세
미국은 9 월 1 일에 1,200 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상품에 부과된 관세율을 7.5 %로 절반으로 줄인다.
초기 2,500 억 달러 상당의 중국 상품에 대한 25 % 의 미국 관세는 변경되지 않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 장관은 2 단계 무역 협상의 일환으로 이를 롤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핸드폰, 노트북 컴퓨터, 장난감, 의류 등 약 1,600 억 달러 상당의 중국 상품에 대해서 12 월 15 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던 관세는 무기한 중단된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 관세를 포함한 12 월 15 일 중국의 보복 관세도 중단됐다.
이번 협약에 온라인 침해, Geographical Indications, 불법 복제품 및 위조품을 퇴치하기 위한 개선된 형사 및 민사 절차를 포함하여 특허, 상표, 저작권에 대한 강력한 중국의 법적 보호를 포함했다. 특히 영업 비밀 침해, 의약 분야 지재권, 그리고 분쟁의 조기 해결을 위한 조항이 들어 있다.
지난번 약속한 바와 같이 시장 접근, 라이선스 또는 행정 승인 조건으로 중국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는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측의 어떠한 압력도 제거한다.
중국의 산업 정책은 이미 미국의 국가보안법에 따라 제한되고 있다. 관련하여 외국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역외 투자를 중국 정부가 직접 지원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중국은 경쟁적 위안화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무역 우위를 위한 환율 조작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중국이 수년간 G20에 대한 약속을 해온 내용의 일부이다. 중국 재무부는 이번 협상의 일환으로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환율과 외환 수지에 관한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요일 미국 재무부는 밝혔다.
이 환율 합의는 약정 위반에 대한 이행 메커니즘이 적용되며, 미국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외환 협정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Mexico-Canada Agreement) 거래 계약의 조항을 기반으로 하며, 3 국은 국제 수지 및 외환 시장의 개입에 대한 월별 데이터를 분기 별 지불 잔고 및 기타 정보와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행 기제
일단 불만이 접수되면 10 근무일 이내에 해당 불만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사건을 배당받은 공무원은 21일(캘린더 상) 내에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이 기간 내에 해결이 되지 않으면 USTR 부대표와 중국 차관이 불만 접수일로부터 45일(캘린더 상) 내에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도 해결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은 이슈를 USTR 대표와 중국 부총리에게 제출하고 제출일로부터 30일(캘린더 상) 내에 회의를 소집한다. USTR 대표와 중국 부총리가 긴급회의를 요구하면 30일 이내에 회의를 마련해야 한다.
만일 차이 해결이 어려울 경우 관세 부가나 기타 페널티를 부가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라이트 하이저 USTR 대표는 기자들에게 미국은 "신의 성실의 원칙" 하의 협의 및 적절한 조치가 프로세스의 일부로서 취해진다면 어느 쪽에서도 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서비스 개방
중국의 금융 서비스 시장은 그동안 립 서비스는 많았지만 실제 개방이 되기 시작한 것은 이번 무역 전쟁 후부터이다. 규제 변화에 따른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큰 분야여서 관심이 집중되는 영역이다.
은행 서비스의 경우 그간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외국 은행 설립 시 자본금 및 자산 규모 하한을 두고 규제했는데 이번에 외국 은행의 해외 자산 규모도 포함시키도록 하였다. 보다 규모가 작은 은행들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가 흥미 있어하는 부분으로 미국의 금융 회사들이 중국의 채권에 대한 미국 체계 기반의 신용 평가 서비스(Credit Rating Services)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일견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이 조치로 인해 객관 타당한 채권 가치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향후 중국의 금융권에는 커다란 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은 중국 내의 투융자 시장에 있어 채권의 가치 평가는 순수한 시장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정책적 지지의 강도에 따라 평가치가 결정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고 등급 판정을 받은 채권이 파산하는 일이 일어나곤 했다. 이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중국 금융 시장의 움직임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전자 금융 시장 방면으로는 중국이 미국 회사들의 전자 결제 시장 진입을 허용한다. PayPal과 같이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물론이고 100% 외자 기업에 대해서도 허용한다. 또한 미국의 신용카드 회사들, Mastercard, Visa, 그리고 American Express 등의 진입을 허용한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의 UnionPay에 대해 미국 시장에서 차별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양국은 불량 채권 시장에서도 협력하기로 하였다. 간단히 말해 양국이 서로 상대국의 불량 채권에 진입하게 한 것이다.
보험 시장도 개방한다. 생명 보험, 연금, 건강 보험 등이 주 대상이며 중국은 미국 기업들에 취해온 각종 제한을 금년 4월 1일 이전까지 철폐한다. 미국도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중국의 인민보험 등 관련 기업들의 미국 내 요구들을 적극적으로 처리한다.
증권, 펀드, 선물 분야에 대해서도 중국은 금년 4월 1일 이전까지 개방한다. 그간 적용해 온 자산 규모 등의 자격 요건을 철폐하며 기존의 미중 합자 회사들의 경영권이 미국 쪽으로 변경되더라도 기존의 자격과 라이선스 등은 유지된다. 또한 미국 펀드 매니저들이 홍콩 H 주식에 투자 가능하도록 허용한다.
수년간 금융 서비스 부문을 보다 많이 외국 경쟁에 개방하겠다고 약속해온 중국은 이번 합의가 미국으로부터의 금융 서비스 수입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1 단계 합의 내용은 일단 미국의 승리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2백여 명의 하객을 불러 모으고 매체들을 모아서 떠들지는 않았으리라. 비록 전문가들이 중국이 합의를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지만 말이다. 트럼프로서는 민주당의 탄핵으로 이미지를 구긴 것을 만회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류허 부총리를 보냄으로써 이번 합의가 자신에게 유리한 일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이번 1 단계 합의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이번 1 단계가 시작이며 무역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합의안을 발표한 후에 중국 정부의 발표까지는 약 8 시간의 시간 차가 있었다. 그리고 중국어 내용은 미국 측과 정확히 1대 1로 대응되지는 않았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합의안 내용을 중국 정부의 입장을 살려 주는 표현을 상당히 집어넣은 것이다. 국내 여론에 직면해야 하는 중국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이번 합의를 과거 청일 전쟁 패전 후의 시모노세키 조약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 조약으로 청 나라는 일본에게 타이완과 랴오동을 할양한 바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시모노세키 조약은 바로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매국 조약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당시 리홍장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하지만 중국의 역사는 리홍장을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로 지칭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측에서는 이번 1 단계 합의안 서명을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류허 부총리가 서명을 하게 되었고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류허 부총리를 "류홍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중국 측의 이번 합의에 대한 시각을 말해 준다.
그러나 이번 1 단계 합의가 그런 정도로 불평등한 조약인가? 합의 내용은 원래부터 중국이 약속했던 사항들이며 지키기로 했던 일들이다.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한 이행 기제 등이 동원된 것인데 이를 중국이 불평할 수는 없다고 본다. 중국 대륙 출신의 언론인 왕지엔(王剑)은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중국의 민간 기업과 백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간 소문으로는 이번 1 단계 합의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던 "국유기업 보조금 폐지"가 사라진 것에 주목한다. 그간 수 차례 필자는 이 국유 기업 보조금 제도야 말로 중국 정부가 중국이라는 사회를 직접 움직이는 수단임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이번 1 단계 합의에 이 것이 포함된다고 해서 눈을 부릅뜨고 기다려왔던 것이다. 그러나 1 단계 합의의 어디에도 국유 기업 보조금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합의가 중국 쪽 시각에서는 "돈으로 체제를 지켰다"라는 말로 요약된다고 본다.
미중 무역 전쟁 향후 2 단계는 하이테크와 금융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며 3 단계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 말이 맞다면 지금까지의 1 단계 무역 전쟁은 현재의 중국에 대한 조치였고 2 단계 무역 전쟁은 중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겨냥한 것이 되는 모양이다.
SCMP는 중국이 이미 미국에 대응하여 하이테크 부품의 미국 수입을 25% 이내로 줄이는 정책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필자는 중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의 경제 제재에 준비해오고 있었음을 알린 바 있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소요 기술의 미국 의뢰도를 줄여 나가려 하고 있을 것이다.
2 단계에서 추진되는 내용은 추측에 불과한 것들이지만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의 경우 첨단 기술의 판매, 합작, 연구개발 등에 제한을 가한다는 내용이 되는 것으로 보이고 반대로 중국 기업이 미국의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하여 미국 기업에 투자, 인수, 합작 등을 하는 행위를 제한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 단계 합의 후 곧바로 2 단계 협상에 들어간다고 말했지만 CNBC 기자에게 대선이 끝난 11월 정도에 서명하는 것이 미국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하여 사실 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2 단계 합의의 의제나 방향에 대해 전혀 알려져 있는 것이 없다. 라이트하이저 룰에 따라 2 단계 협상도 블랙박스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