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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an 20. 2020

미중 1단계 합의 이후 전망(농산물)

중국의 농업 문제

미중 무역 1 단계 협상이 체결되었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약속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데 중국에 그 정도의 농산물 수요가 존재하는가의 이슈 제기와 함께 만일 그렇지 않기에 상응하는 농산물 생산을 줄여야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이슈이다. 물론 소요되는 달러 외환 자원의 이슈도 있다. 이를 확인해 보려면 먼저 중국의 농산물, 특히 식량 생산 현황과 정책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식량 자급이라고 발표한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은 아니다. 10년도 전인 2009년 한국 농촌 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식량은 일단 자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1) 소비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식량 총수요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추정에 따르면, 2010년까지 중국 국민 1인당 식 량 소비량은 389kg이고, 식량 총수요량은 5억 2,500만 톤에 달한다. 2020년까지 1인당 식량 소비량은 395kg이 될 것이고, 총수요량은 5억 7,250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중, 식용 식량 소비는 감소하고 있으며, 추정에 따르면, 2010년까지 총 식용 소비량은 2억 5,850만 톤으로 식량 총수요량의 49%를 차지할 것이다. 사료용 식량의 경우, 2010년까지 총수요량은 1억 8,700만 톤으로 식량 총수요량의 36%를 차지할 것이며, 2020년까지 2억 3,550만 톤에 달할 것이고, 식량 총수요량의 41%를 차지할 것이다.  식물성 식용유의 소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0년 중국 국민 1인당 식물성 식용유 소비 량은 17.8kg이고, 소비 총수요량은 2,410만 톤이 될 것이다. 2020년 1인당 소비량은 20kg이 고, 소비 총수요량은 2,900만 톤이 될 것이다.


2) 경지면적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농업구조조정, 생태환경 보호를 위한 휴경,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과 비농업용 건설 등의 요인으로 인해 경지면적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07년 전국 경지면적은 1억 2,234만 ha로, 1996년에 비해 838만 ha가 감소하였으며, 연평균 74만 ha씩 감소하였다. 현 재 전국 1인당 평균 경지면적은 0.09ha로 세계 평균 수준의 40%에 불과하다. 토지의 사막화, 토양 퇴화, 토질 저하, 토양 오염 등의 문제도 심각한 상태이다. 


3) 수자원이 매우 부족하다.  현재 중국 1인당 수자원 점유량은 2,200㎥로 세계 평균 수준의 28%에도 미치지 못한다. 농 업 용수 부족량은 연간 200여 억 톤에 달하고, 수자원 분포도 매우 불균등하다. 특히 중국 북방 지역 수자원 부족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동북(東北) 및 황회해(黃淮海) 지역의 식 량 생산량은 전국의 53%를 차지하고, 상품 식량은 전국의 66%를 차지하지만, 흑룡강성 삼강 평야(三江平原)와 화북 평야(華北平原) 등 많은 지역에서 지하수를 과도하게 사용하여 관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삼강 평야의 경우 최근 10년간 지하수 수위가 2~3m 낮아졌고, 일부 지역은 3~5m까지 낮아졌으며, 화북 평야의 사정도 이와 마찬가지다. 


4) 식량수급의 지역적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   중국의 식량 생산의 중심이 북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2007년 13개 식량 주산지 성의 식량 생산량은 전국 총생산량의 75%를 차지하였다. 그중 허베이 성, 내몽고 자치구, 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 산동성, 허난 성 등 7개 북방지역 주산지의 식량 생산량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36.2%에서 2007년 43.5%까지 증가하였다. 반면 장쑤 성, 안휘성, 장시 성, 후베이 성, 호 남성, 쓰촨 성 등 6개 남방지역 주산지의 식량 생산량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36.0%에서 2007년 31.6%까지 감소하였다. 주 소비지의 식량 생산 부족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북경시, 천진시, 상해시, 저장성, 푸젠 성, 광둥 성, 해남성 등 7개 주 소비지의 식량 생산량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12.2%에서 2007년 6.3%까지 감소하였다.  


5) 품종별 수급 차이가 크다.  밀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급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우량품종의 보급률이 낮은 편이다. 쌀의 경우 식용 식량 소비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고 그 비중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남방지역의 논 면적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벼 재배 면적이 대폭 감소하고 있어 안정적 생산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이다. 옥수수의 경우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으며, 대두의 경우 생산의 기복이 심하고, 수입의존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6) 식량 재배의 수익성이 저하되었다  최근 화학비료, 농약, 농업용 경유 등 농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농가의 식량 생산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이로 인해 식량 재배의 수익성이 떨어짐에 따라 비농업 부문으로의 취업과 경제작물 재배면적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목한 이 5가지는 중국 농업의 가장 큰 문제임과 동시에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이슈들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 정부의 발표는 다르다. 중국 정부가 작년 10월에 발표한 식량 안전 화이트 북에 따르면 중국의 인구는 세계의 1/5이며 식량의 산출은 1/4이다. 과거 "배고픈" 상태에서 "배부른" 상태가 되었으며 이제 "잘 먹는"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고 한다. 인당 식량은 1996년의 414kg에서 470kg으로 14% 증가하였으며 과거 해방 당시 1949년의 209kg과 비교하면 126%가 늘은 기록이다.(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와는 수치 차이가 크다)

http://www.gov.cn/zhengce/2019-10/14/content_5439410.htm


중국 정부에 의하면 이러한 식량 생산의 비약적인 증가는 생산성의 향상과 경작 면적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2010년 1 헥타르 당 양식 생산은 5000 kg을 돌파한다. 그리고 2018년도에는 5621 kg에 도달하여 1996년의 4483 kg 대비 1138 kg 증가, 25%의 증가를 기록했다. 2017년 쌀, 밀 및 옥수수의 헥타르 당 생산량은 1996 년에 비해 11.3 %, 46.8 % 및 17.4 % 증가한 6916.9kg, 5481.2kg 및 6110.3kg으로 세계 평균보다 50.1 %, 55.2 % 및 6.2 % 증가했다. 

중국 단위 면적당 식량 생산량 추이

화이트 북은 또 결국 총생산이 새로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선언하였다. 2010 년 5 억 5 천만 톤을 넘고 2012 년 6 억 톤을 넘어 2015 년 6 억 6 천만 톤에 달했으며 4 년 연속 6 억 5 천만 톤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2018 년 생산량은 거의 6 억 6 천만 톤으로 1996 년 5 억 톤에서 30 % 이상 증가했으며 1978 년 3 억 톤에서 116 % 증가했고 1949 년 1 억 1 천만 톤의 거의 6 배에 달했다. 곡물 생산의 변동 범위는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안정적이며, 몇 년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 6 % 범위 내에 있다.

중국 식량 총생산

그래서 곡물의 경우 중국은 자급률이 95%를 넘어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2018년 곡물 생산량은 6.1억 톤으로  식량 총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했고 이는 1996년의 4.5억 톤 대비 1.6억 톤이나 증가한 실적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식량 문제는 기본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리고 농지의 문제이다. 중국은 난개발로 인한 농지 유실을 고려하여 여러 기본 정책을 수립하여 엄격하게 집행해 오고 있다. 먼저 농지 보호 레드라인이다. 각 지방 정부가 토지를 이용함에 있어 먼저 "총체 계획", 즉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중앙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마이너스-플러스 제도(增存挂钩)를 통해 통제하였는데 만일 필요에 따라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해야 할 경우 필히 그만큼의 농지를 개발하여 증가하도록 한 정책이다. 좋은 농지가 없어지고 척박한 땅이 대토 되는 경우를 엄격히 통제하고 토지 점령 및 보상 정책을 시행하게 하였다. 레드라인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전국 경작지 합계가 1억  2 천만 헥타르라는 최소 경작지 규모를 지키도록 함은 물론이다. 이 레드라인 정책은 실제로도 중국인들의 생활 속에 자주 인용되는 중요 정책이다. 


더불어 영구 기본 농지를 지정하여 보호하고 기본적으로 영구 기본 농지를 1 억 3 천 1 백만 헥타르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중국의 경작 가능한 면적은 1 억 3,88 백만 헥타르로 1996 년에 비해 480 만 헥타르가 증가했고 곡물 작물의 재배 면적은 1 억 1,700만 헥타르에 이르렀으며 1996 년부터 약 450 만 헥타르가 증가하여 식량 생산의 기반이 대폭 강화되었다. (그런데 농촌경제연구원의 10년 전 보고와 비교해 보면 면적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감소했다)


사실 중국의 농지 면적은 개혁 개방 이후 상당 기간 증가해 왔었다. 집체소유로 전환된 농지에서 사유화 경작이 가능해지자 농민들은 자신의 힘이 닫는 한 근처의 땅들에 계속 작물들을 심어 나가 소득의 증가를 도모한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농지의 지속적 확대는 산업 용지의 개발과 함께 수십 년간 중국의 수림을 대규모, 아니 엄청난 규모로 훼손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물론 중국인들도 고통받고 있는 황사나 미세 먼지 등은 바로 이러한 농지 개발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는 NASA의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밝혀진 사실인데 단지 중국 내에서는 지적하는 소리가 적고 중국 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농지 외에 산업화 과정에서 사라진 수많은 녹지와 수림이 포함된다.


산업화는 많은 중국인들에게 소득 증대의 기회를 주었지만 농민들은 여기에서 제외되었다. 도시 지역에서 거주할 수 없는 농민들에게 있어서 이는 소득 격차의 증가와 함께 빈곤의 대물림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가져다주었다. 텃밭을 늘리는 정도로는 해결할 수가 없었던 상대적으로 소외된 농민들은 대규로 도시로 유입되어 소위 '농민공'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수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서방 학자들이 추정했던 것의 수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역사 2600년간 부과했던 농민에 대한 세금, 즉 농업세를 2006년에 완전히 면제했지만 이 정도 조치로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향하는 농민들의 발길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러자 농지의 감소가 시작이 되고 농지의 전용이 본격화되었던 것이다.



어찌 되었던 이렇게 중국 정부의 발표 만을 보고 있으면 중국은 이미 식량 자급자족의 상태여서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농산물을 수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중국 정부는 일련의 정책(《中华人民共和国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三个五年规划纲要》《国家粮食安全中长期规划纲要(2008-2020年)》《全国新增1000亿斤粮食生产能力规划(2009-2020年)》《中国食物与营养发展纲要(2014-2020年)》《全国农业可持续发展规划(2015-2030年)》《全国国土规划纲要(2016-2030年)》《国家乡村振兴战略规划(2018-2022年)》《粮食行业“十三五”发展规划纲要》등)을 통해서 식량 생산량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아시아투데이의 보도를 보면 1990년대 초반 자급률 90% 이상이었던 콩의 자급률은  최근엔 10%까지 떨어져 미국과 브라질에서의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첨단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도는 훌륭하나 중국의 농업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 요원하다.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90226010013181

사실 콩, 대두의 경우는 특수한 경우이다. 90년 말에 글로벌 식량 기업, 미국의 몬산토는 유전자 조작으로 유명한데 이 회사는 90년에 중국에 대두를 수출하려 애쓴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대두는 중국의 대두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몬산토는 인력을 중국으로 파견하여 조사를 보냈는데 이 미국 대기업의 방문을 수용했던 헤이룽장 성의 관료는 극진히 대접하였다. 그리고 몬산토 직원들이 대두 종자를 얻을 수 없느냐는 요청에 수 kg의 종자를 포장해서 선물하였다. 문익점에게 목화씨를 다발로 싸 준 격이다. 

몬산토는 자신들의 품종보다 훨씬 우수했던 헤이룽장의 대두 유전자를 분석하여 자신들의 종자와 유전자 공학을 통해 두 품종의 장점을 가진 종자를 개발한다. 그러고 나서 관련 지재권을 확보하고 난 후 몬산토는 중국의 농부와 농업 기업들을 지재권 침해로 제소하여 당시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 지재권 침해를 인정한다. 그 후 중국의 대두 경작은 주로 몬산토의 종자를 수입해서 써야 했고 미국에서 대규모 기계화 농업, 그리고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경작하는 미국 대두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 이 사건 이후 중국산 대두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에도 달하지 못한다. 


결국 중국은 유전자 조작 기업-지재권-미 정부 보조금-미국의 패권에 의해 매년 대량의 미국 대두를 수입하는 처지에 빠지게 되었고 중국의 수요 증가에 따라 미국의 대두 경작 면적은 넓어져만 갔다. 2018년 수입 규모는 전 세계 대두 생산량의 60%인 8800만 톤에 달했다. 이번 미중 무역 전쟁에서 트럼프는 그 많은 농산물 중에 왜 굳이 대두를 팔려하였는가에 대한 심증이 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몬산토라는 다국적 기업이 얼마나 무서운 지도 알 수 있다.


각설 하고 2017년 시사 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저가 농산물의 국내 시장 공세로 오인하기 쉽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식량 수입국이다. 월드뱅크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경작 가능 면적은 105만 9,000㎢로 인구수로 나눴을 경우 0.08헥타르다. 이는 미국(0.48ha), 러시아(0.86ha) 등 주요 경쟁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평균(0.20ha)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라고 한다. 이는 중국 정부의 발표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하는 자료이다. 물론 중국 정부는 농업 생산성이 약진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시사 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까지 800여 톤의 곡물을 수출했던 중국은 90년대 후반부터 곡물 수입국으로 전환됐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약 1억 1,040만 톤의 밀·옥수수·대두 등의 곡물을 수입했다. 또한 수입이 지속적으로 늘어 2026년에는 1억 4,400여 톤의 곡물을 수입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전 세계 곡물 수입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중국의 육류 소비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2016년 기준, 중국은 쇠고기(53만 t)와 돼지고기(100만 t)를 비롯해 닭고기(6만 t) 등을 수입하고 있으며, 최근 증가하는 유제품 소비량을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 중국 내 자급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측되나 쇠고기와 유제품은 2026년까지 수입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가축들을 위한 사료가 대부분 대두와 옥수수를 가공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으로 지속적인 공급 부족을 겪고 있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 즉 식량은 자급이 될지 모르나 사료는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http://www.sisaweek.com/news/curationView.html?idxno=96859

그리고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이 식량 비축률이다. 관련 국제기구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연간 식량 수요의 17~18% 정도를 비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하는데 중국의 경우 식량 비축률이 이를 상당 수준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식량 생산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대량의 식량을 비축하고 있는 것은 역시 필자가 이제까지 시사해 온 '국가 전략'의 하나일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소비하는 식량은 이렇게 양적 측면에서만 숫자를 맞추면 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종류의 식량들이 시장의 기호 변화에 따라 다변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작물의 생산량이 크다고 해서 사람들의 수요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의 발표는 기본적으로 마크로 한 총량 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품종별 수입 수요가 있을 수 있다.


또 하나 중국의 농업에서 중요한 것이 중국 정부의 농산물 수매 제도이다. 2003년 중국에 대규모 흉작이 든 해가 있었다. 놀란 중국 정부는 2004년부터 농산물 수매 제도를 시작했다. 먼저 쌀부터 시작했다. 대규모 흉작의 원인이 농민들의 경작 기피(그리고 아마도 농민공 유출)로 인하여 경작이 줄어든데 있다고 보고 농민들이 안심하고 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수매 제도를 시작한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쌀 수매 제도 같은 것이다. 최저가 수매를 했는데 이 조치를 통해 농산물 가격의 최저선을 만들어 주려고 한 것이다. 2006년 밀, 2007년 옥수수와 대두에 대해 실시하기 시작했고 이를 위한 기관으로 중국축비량관리집단유한공사(中国储备粮管理集团有限公司/약칭 중축량中储粮)를 설립하였다. 중축량, 영문명 SINOGRAIN은 농민들로부터 수매하여 창고에 비축하였고 이를 위해 전국에 대규모의 창고들을 건설하였다. 그리고 시장 가격의 동향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비축 농산물을 푼다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 제도 이후 중국의 농산물 생산은 안정화되었다.

그런데 임시 대응 조치로서 시작되었던 이 수매 제도는 일단 실시되자 거두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십수 년간 지속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우리나라나 일본과 동일한 상황이 발생한다. 국내 농산물 가격이 국제 농산물 가격에 비해 대략 30~40% 정도 비싼 수준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결국 중국의 농산물은 이 가격 차이를 정부 보조금으로 채운 꼴이 되었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4천억~5천억 위안, 즉 한화로는 매년 67.5조~84.4조 원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여기에 중축량에 대한 보조금 1천억 위안 정도를 더 추가해야 된다는 이도 있어서 이 경우 최대 6천억 위안, 즉 한화 101조 원 정도가 매년 투입된다고 하겠다. 


이런 상황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중국 정부는 작년 쌀의 수매가를 처음으로 이전보다 약간 낮춘 가격으로 매입했다. 1kg 당 1 마오, 즉 한화 1.7원 정도를 내렸다. 중국의 3월 기준 쌀값이 1kg에 1.22위안에서 최대 4 위안이므로 1 마오는 1% 미만의 수준이다. 금년에는 밀에 대해 3 마오의 가격 인하가 예시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재정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급격한 가격 인하는 가뜩이나 불만에 가득 차 있는 농민 계층의 대대적인 반발을 불러올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경작을 포기하는 농민들이 발생한다면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될 공산이 크고 이들은 다시 대규모의 농민공이 되어 도시로 밀려가서 전체 중국 사회의 혼란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과거 2003년에는 농민들이 사람에 따라 경작을 포기한 것이겠지만 이번에는 전면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수매 제도는 지속되어 왔고 그 결과는 중국 농산물의 전면적인 가격 상승, 이로 인한 전면적인 국제 경쟁력 상실, 그리고 전면적인 육류 등 축산물 가격의 상승, 결국에는 전면적인 가공 식품 및 음식 물가의 가격 상승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농민들을 경작에 붙잡아 두는 효과는 중국 정부에게 있어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된다.




중국의 농산물 현황을 살펴보았다. 기본적으로 대체적인 양적 자급자족에는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다양한 농산물에 대한 수요, 가축 사료에 대한 수요 등으로 중국은 역시 대규모의 농산물 수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게다가 농산물 수매 제도로 인한 중국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같은 수매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 정도에나 경쟁력이 있지 기타 국가와 비교할 때 절대 경쟁이 되지 못한다. 수매하여 비축하고 있는 농산물도 용량 한계가 있으므로 어느 순간부터는 시장에 풀어야만 했다. 그리고 2018년 이들 비축 농산물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자 여기저기 SINOGRAIN의 창고들에서 화재가 난 것은 우연일까?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긴다. 이 SINOGRAIN의 비축량은 어느 정도일까? 이는 국가 비밀에 속하는 사항으로 필자도 알지 못한다. 다만 엄청난 규모일 것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2006년도에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중국 정부는 비축량을 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2, 3개월 단위로 물량을 풀었는데 즉각 중국 내 자금으로 가장한 국제 투기 세력과 중국 국내의 투기 자본이 매입하였다. 그리고는 중국 정부와 투기 세력 간에 전쟁이 벌어졌다. 가장 심할 때에는 하루에 2 차례의 거래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비축량이 투기 세력이 추정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많았던 것이다. 아무리 매입해도 계속 비축량은 풀려 나왔고 결국 투기 세력은 큰 손실을 입고 물러났다. 이 사건은 중국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식량의 양이 천문학적인 숫자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 하나의 사례로 대두이다. 대두의 국제 가격은 2000년부터 2004년 사이 세 배에 가깝게 폭등한다. 이 뒤에는 국제적인 작전 세력이 있다는 말도 있다. 대두 가격이 올라가자 중국에서도 대두를 경작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관련 산업 시설도 증설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2005년 대두 가격은 2000년 가격 수준으로 대 폭락한다. 당연히 중국의 관련 산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때 국제 자본이 들어와 도산하거나 경영 부진으로 신음하는 대두유 가공 기업들을 헐값으로 인수한다. 이 시기에 중국의 대두 가공 기업의 절대 부분이 외국인 손에 들어간 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중국인들이 모든 가정에서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식용유는 대부분 외자 기업에서 생산한 것이다. 그리고는 2006년에서 2007년에 걸쳐 식용유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한다. 산업을 외국 자본에 뺏긴 결과이다.

중국은 금년도에 125억 달러, 내년도에 195억 달러의 농산물을 미국에서 수입해온다고 했다. 한화로 각기 14조 5천억, 22조 6천억 규모이다. 이에 비해 중국의 농산물 시장 규모는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3579.53억 위안이다. 한화로는 1920.9 조원 규모이다. 따라서 증가하는 미국 농산물 수입 규모는 0.75%, 1.17%이다. 무리는 있겠지만 식량 쪽으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대책으로 대량의 육 돈 및 돼지고기를 수입하며 대부분은 사료를 들여오는 것으로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와 같은 수매제도가 계속되는 한 미국의 농산물 압력은 지속될 것이며 물가 상승 압력도 계속될 것이다. 이 수매 제도가 풀리려면 중국 농업의 생산성 제고 외에는 어떠한 답도 없다. 그렇지 않면 농민들은 결국 경작을 포기하고 도시로 몰려갈 것이고 중국 정부가 새로 발표한 호구 제도는 이러한 움직임을 더 쉽게 할 것이다. 어쩌면 중국 정부는 어느 정도의 인구 이동을 원해서 이 제도를 시행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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