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May 02. 2019

제10차 미중 무역 협상

내용은 동의 방법은 이견

4월 29일부터 미국의 라이트하이저 및 믜누신 장관이 북경을 방문하여 10차 미중 무역 협상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협상도 10여 차례에 이르자 우리 매체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관련 기사 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필자는 언제나 그때만 떠들어대는 우리 매체의 보도 태도에는 불만이다. 게다가 동일한 매체에서 일관되지 않고 모순된 의견을 보도할 때에는 최소한 자신들의 견해를 바꾸게 된 연유를 이야기해야 할 텐데 그런 일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필자의 경우 뉴스 매체도 국내 보수, 국내 진보, 미국 보수, 미국 진보, 중국 관영 매체, 반 중국 매체, 그리고 화교권인 대만 매체와 홍콩 매체 등을 두루 보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10차 무역 협상이 뉴스가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협상 내용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어 알만큼은 알게 된 것과 밖으로 나오는 소식이 별로 없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일단 미중 양국이 모두 협상이 진전을 보였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특히 미국 측에서 낙관론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일대일로 고봉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사실 상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발언을 하였기 때문에 협상 내용은 사실 상 마무리 국면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굳이 정리를 해 본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합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이 미국의 제품을 상당 규모 구매(에너지, 농산품 등)

- 위완화의 절하 통제

- 지적재산권의 보호 강화

- 강제적 기술 이전 및 기술 탈취, 영업 비밀 탈취 행위 금지

- 국영 기업 보조금 제한

- 외국 기업에 대한 자국 기업 동등 대우

- 교육, 금융업 등 시장 개방 확대


그리고 논의는 되었지만 실행되기는 어려운 사안으로는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파트너 없는 독자 기업 설립 허용 등이 있다. 이는 중국이 절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아마도 기술 탈취 등과 관련하여 미국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내 놓은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이 기술 탈취 관련하여 중국에 양보했다는 이야기는 바로 이 사항이 아닌가 짐작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행 방법이다. 현재 이행 방법, 일정과 방식을 둘러싸고 미중 간의 이견이 첨예한 모양이다. 우선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으니 즉각 관세를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보복 관세를 유지하고 중국이 약속을 이행해 나가는 것을 보아가며 풀어주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태도를 모욕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만일 이번에 무역 협상이 결렬되면 다시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은 나쁠 게 없다. "Bring it on!" 영화 제목이지만 트럼프의 태도는 이런 것 같다. 미국의 언론들도 어차피 미중 관계는 이제 경쟁 관계에 돌입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어제 중국의 은행보험감독위원회는 12개 사항을 발표하여 중국이 외국에 은행업과 보험업을 개방할 것임을 알렸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미국과의 협상이 완료되어야 확정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중국 측과 미국 측이 그간 협의해온 중국의 시장 개방의 가시적 성과이다.

(1)내외자 일치 원칙에 따라 중국 상업은행에 대한 중국은행 및 외국 은행의 지분 비율 제한을 취소한다.

(2)외국은행의 중국내 은행 설립시 100억 달러 이상 총자산 요구와 중국 내 지점 설립 시 200억 달러 이상 총 자산 요구를 취소한다.

(3)외국 금융 기관의 신탁회사에 10억 달러 총자산 투자 요구를 취소한다.

(4)해외 금융 기관의 중국 내 외국 보험회사에 대한 지분 참여를 허용한다.

(5)외국 보험 운영사의 중국 내 보험 운영 업무에 대해 30년 영업 연한, 총자산 2억 달러 이상의 요구를 취소한다.

(6)중외 합자 은행의 중국 측 지분 제안을 넓히고 중국 측이 유일 또는 주요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는 금융 기구 관련 요구를 취소한다.

(7)해외 금융 기관과 민영 자본이 경영권을 보유한 은행 또는 보험 회사가 협력하여 자본, 업무, 기술 등 각종 합작을 하는 것을 장려하고 지원한다.

(8)외국 보험 그룹이 보험 계통의 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허용한다.

(9)국내외 보험 그룹 회사들이 중국 자본의 보험 그룹 회사의 자격 요구를 참조하여 보험 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허용한다.

(10)내외자 일치 원칙에 입각하여 국내 자본과 외국 자본의 금융 기관이 소비자 금융회사 설립하여 진입하는 방면의 정책을 완화한다.

(11)외국 은행이 인민폐 업무 심사를 취소하고 외자 은행이 영업과 동시에 인민폐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12)외국 은행이 "수납 대행" 업무를 경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상의 12개 항은 외국계 은행 및 보험 회사들에게는 환희를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다. 시행이 된다면 말이다.


이 무역 전쟁은 처음부터 중국이 이길 수 없는 전쟁이었다. 무엇보다도 과거와 같이 미국 물건 좀 더 사주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문제였다. 단순한 무역전이 아니라 하이테크 전쟁으로 확대되고 화웨이, 첩보망 문제, 멍완저우의 문제 등 일파만파로 전개되는 이 양상은 전면적인 차이나 때리기임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솔직히 중국은 너무나 빨리 그리고 너무나 노골적으로 중국몽을 외쳤다. 그리고 일대일로 등을 추진하였다. 사실 필자는 중국의 지도층들이 중국이 아직 미국의 상대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노골적인 추진이 가능했다고 본다. 예전에 읽은 인류학자의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 학자는 전문적으로 욕을 연구하는 사람이었는데 전 세계 공통의 욕이 어머니와 관계하라는 말이라고 한다. 이는 가능성이 없는 말이기에 흔한 욕이 된다고 한다. 반면 네 아내와 관계하라는 말은 엄청난 모욕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아내와 관계하는 것은 정상이다.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하며 일어날 법한 것이어서 욕으로 사용될 경우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이 중국몽을 이야기하고 2025 중국 제조를 외치고 2050년에는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이야기를 떠를 때에는 아마도 미국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을 안 한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게는 이런 도전이 장난이 아니다. 농담처럼 진담인 듯 떠들던 중국몽과 일대일로, 중국 제조 25 등은 정면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좌초할 지경이다. 그만큼 중국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했고 준비되지 않은 사태이다.


그럼 어째서 중국은 이런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을까? 예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중국의 외교팀과 전략팀은 매우 우수하다. 문제는 정치다. 필자는 많은 중국의 인재들이 시진핑 우상화가 진행되는 정치 체계, 정부 분위기에서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의견을 내놓을 수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일당 전제 정치의 중국에서 권력의 집중될 때 나타나는 폐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은 또다시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미국으로부터 많은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여 비위를 맞추어주고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은 쌍무적 협정이 아닌 다자간 협정의 차원으로 주동적 발표를 하여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 아닌 중국 자신의 요구에 따른 자발적 의사 결정으로 포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식으로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워낙 파급 효과가 크다.

가능성은 적겠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국은 그 여파를 감당하기 어렵다. 5월 8일부터 료우허 부총리가 미국을 방문하여 마지막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일부 매체에서는 100명이 넘는 규모의 협상단이 파견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실리는 내주어야 하지만 최소한의 체면 만은 세워야 한다. 다음 주 5월 8일부터 시작되는 아마도 마지막인 11차 협상 결과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 무엇인가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다려 보자. 5월 10일 전에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니 말이다.

관련 동영상: https://youtu.be/AZM1Ubm_obY

매거진의 이전글 화웨이와 멍완저우 예상 결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