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Apr 10. 2020

글로벌 공급망 어떻게 변할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공급망

미중 무역 전쟁으로 모두는 이제 중국을 기반으로 한 '세계의 공장' 이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가장 유망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 아시아였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인도가 가장 유망하리라는 전망들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중국에서부터 철수하는 일본 기업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 하였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의하면 일본의 東京商工リサーチ의 조사 결과 2,600개가 넘는 일본 기업들 중 37%가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 당면하여 공급처를 중국 외의 지역으로 분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의 Larry Kudlow는 FOC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철수하는 미 기업에 대하여 100% 비용 처리 허가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미 상당 수의 대형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는 움직입 속에서 이러한 조치는 탈중국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4-08/japan-to-fund-firms-to-shift-production-out-of-china?srnd=next-china

Larry Kudlow

문제는 탈중국 뿐 아니라 중국을 나와서 어디로 갈 것인가, 그리고 그저 공장의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좋은가 하는 것이다. 이제 코로나 사태를 겪고 나서 사람들은 단순히 중국에 있던 공장을 다른 선택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이제까지의 전 세계를 기반으로 가장 최적의 장소에 생산 거점을 두어온 방식은 자본주의와 자유 무역에 입각한 상호호혜의  글로벌리즘에 기반한 것이었지만 중국과 같은 국가 자본주의 체계에게 철저히 이용당한다는 인식이 일어나게 되었고 동시에 코로나 19와 같은 전세계적 위기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을 때 현행의 가늘고 긴 글로벌 공급망은 취약하다는 것을 깨달은 데 기인한 것이다. 더구나 점점 코로나 19 사태는 장기화 및 상시화 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다. 중국만 해도 지난 4월 8일 우한시의 봉쇄를 해제하면서 명목 상 전국이 정상화된 모습을 갖추려 했지만 각 개인별로 감염의 위험도를 녹색, 황색, 적색으로 평가하여 녹색인 사람들만 우한을 떠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REUTER의 보도에 의하면 우한 시는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감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베이징 정부는 학교의 개학을 연기하면서 그 예정 식조차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 19 사태는 단기간에 종식될 수 없으며 장기간 방역이 필요할 것이고 일상화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4월 8일에 열렸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도 두 가지 방침을 공표하였는데 그 하나는 장기회되고 일상화된 방역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과 이러한 일상화된 방역 체계를 전제로 모든 경제활동이 정상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생활 방역'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https://www.reuters.com/article/us-health-coronavirus-china/chinas-wuhan-to-keep-testing-residents-as-coronavirus-lockdown-eases-idUSKCN21S0FV


결국 세계는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코로나 19를 비롯한 예측 불가능한 전세계적 팬데믹을 항상 경계해야 하는 시대 말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미중 간의 갈등 심화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국가주의, 민족주의, 그리고 포푤리즘이 발호할 것이라는 예상이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국수주의, 배타주의, 그리고 국산품을 사랑하고 외제 제품을 배격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국가 경쟁력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과 기술은 각국 정부에 의하여 국가 전략 자산으로 취급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공급망은 이제 전 세계를 하나의 균질한 선택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정 가능한 위기와 에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지정학적인 환경에서의 불균일한 선택들로 보고 설계되어야 하게 되었다. 기존에는 원가를 낮춘다는 하나의 기준이 주도하는 공급망 설게였다면 이제는 안전성, 안정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결국 이전에는 "탈중국-단기적으로는 동남아 -장기적으로는 인도"라는 도식이 깨어진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고려 사항들을 일소하고 백지에서 처음부터 글로벌 공급망을 그려야 하는 것이다. Laurie Garrett은 이제 기업들은 just-in-time 모델이나 글로벌  분산 제조 방식을 그만 둘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 결과 글로벌 자본주의에 극적인 새로운 단계가 될 가능성이 큰데 그것은 공급망이 보다  가정에 가깝게 위치하고 중복을 허용하여 미래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했다. Dambisa Moyo는 더욱 극단적으로 국산의 중용성이 앞으로 더욱 크게 대두될 것으로 생각한다.

Laurie Garrett과 Dambisa Moyo

Todd N. Tucker는 심지어 동맹국들로부터의 충격에 대비해서라도 앞으로 몇 년 동안 정부가 공급망에 적절한 다양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민주당, 공화당, 학계 및 외교관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그는 이것이 아주 최근부터  시작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먼저 제기된 개념이 지역별로 독립되어 기능할 수 있으며 연계되어 글로벌로 동작하는 그런 공급망의 개념이다. 마치 당초 인터넷이  만들어진 목적이 핵공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통신 시스템이었듯이 하나로 집중된 센터를 가지는 시스템이 아니라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지는 하이드라와 같은 공급망 시스템 개념이 대두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게를 각 권역별로 나누고 권역별로 독립된 운영이 가능한 제조와 물류 센터를 운영하되 이들 간에 유기적인 협력과 유대가 가능한 시스템이어야 한다. 

Shannon K. O'Neil과 Dambisa Moyo

Shannon K. O'Neil은 팬데믹의 다른 한편으로는 더 많은 회사들이 그들의 공급이 어디서 왔는지 더 알려할 것이고 효율성 대신 중복을 도입할  것으로 보았다. 정부들도 더욱 개입을 할 것이고 그들이 전략 산업이라고 생각하는 산업들에 대한 국내 백업 플랜과 비축을 고려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녀는 이로 인하여 기업들의 수익성은 떨어지겠지만 공급의 안정성은 상승할 것으로 보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동일한 시각을 가진다면 모두의 수익성이 동반 하락할 것이고 결국은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역시 고객들이 부담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러면 현재의 공급망은 이런 니즈를 수용할 수 있는가? 먼저 제조 공장의 입지는 시장과의 거리,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경제적 거리, 등이 영향을 주겠지만 무엇보다도 생산 원가를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원가의 절감은 규모의 경제에 따라 대규모 제조 공장을 지향하게 된다. 타이완 FOXCONN이 수십만 명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고 이를 레버리지로 현지 중국 지방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아내는 방식은 이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안정과 융통성이 강화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제조 거점은 다소 원가 면에서 되더라도 정치사회적 안정성, 주요 시장 국가와의 전략적, 지정학적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결국 종합적 차원에서 구미 시장으로의  접근성이 보장되는 국가들 가운데 가장 안정성이 좋은 지역에 복수의 제조 거점을 분산 시킨다는 전략이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안정성과 융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도 출현할 것으로 보이는데 타 공장과의 협력이다. 과거의 하청 공장과 같은 수직적 관계의 협력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원하는 수평적 협력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전통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협력이 가능하지 않았지만 타이완을 비롯한 중화권 기업들은 이전에도 특별한 상황에서는 사용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평적 협력의 가능성은 이후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취약점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종 업계에서 한 기업은 아프리카에 공장이 있고 다른 기업이 인도에 공장이 있다면 서로의 제품을 생산해 주는 그런 협력이다. 그렇게 하면 투자없이 2, 3개 공장 체계를 만들 수 있다. 물론 FMS와 같이 전문적으로 다른 기업의 제품을 생산해 주는 그런 사업이 재조명될 것이다.


물류 시스템은 제조 거점에 비하여 투자와 운영 비용이 적다. 그래서 제조 거점이 수 개의 공장으로 나타난다면 물류 거점은 그 수배에서 수십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수 개의 중점적인 물류 거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제3자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통례였으니 향후에는 이 추세가 가속될 것이다. 따라서 창고업, 물류업, 배송업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사업이 될 것이다. 마치 택배 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런 복수의 제조 거점, 그리고 물류 센터, 탄력적인 아웃소싱 및 협업, 이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고도의 스킬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제반 요소를 대상으로 즉각적으로 상황 변화를 탐지, 판정, 섭외, 대안 생성, 의사결정, 실행, 통제, 의외 사항에 대한 즉시적 피드백 등이 향후 기업의 핵심적인 경쟁력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 제조가 무너지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