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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pr 24. 2020

평안 중국 건설협력 소조는 왜 생겼나?

平安中国建设协调小组

중국이 최근  뜬금없이 새로운 팀을 발족시켰다. 평안 중국 건설 협조 소조(平安中国建设协调小组)라는 것인데 이름부터가 모호하다. '평안한 중국을 건설하기 위해 협조하는 TF' 정도의 의미로 보이는데 그 멤버 구성이나 활동의 의도가 아직 분명하지 않아서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우선 팀 구성을 살펴보면 '평안'인지 '투쟁'인지는 모르겠으나 주로 사법 권력, 무력과 관계된 인물들이 구성원이다. 

조장: 궈셩콘(郭声琨)

반공실 주임: 탕이쥔(唐一军)

조원: 자오커즈(赵克志)、저우치앙(周强)、장쥔(张军)、천이신(陈一新)、천원칭(陈文清)、王宁(왕링)、王仁华(왕런화)


이 구성 멤버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엄청나다. 먼저 조장인 궈셩콘은 1954년생으로 장시 성 출신의 객가인이다. 줄곧 정치국에서 일을 하다가 광시 자치구 서기를 지냈고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자마자 공안부 부장이 된 사람으로서 시진핑 주석의 심복임이 틀림없다. 그 후 핵심 요직을 거치며 무장 경찰을 장악해 낸 인물이다. 무장 경찰은 원래 공산당 소속이었으나 이 궈셩콘의 임기 동안 공산당 및 정부 양쪽의 지휘를 받는 체계로 전환되었다. 그 목적은 장쩌민 파벌의 사유화된 무장 경찰 세력을 장악하는 데 있다고 보인다.


그다음 서열이 자오커즈(赵克志)이다.  1953년 생으로서 산동성 출신이다. 구이저우 성 서기를 지냈고 허베이 성 서길를 거쳐 현재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부서기, 국무위원, 공안부 부장, 당위 서기, 그리고 홍콩 마카오 공작 협조 소조 부조장을 맡고 있다. 귀주 성은 시진핑의 심복 중의 심복인 리잔수가 거친 곳으로 이 귀주 성 서기를 지낸 사람들은 모두 시진핑 주석의 친위대에 속한다.

다음 서열은 저우창(周强)이다. 1960년생이며 후베이 성 출신이다.  후난 성 서기를 역임하였고 현재 중국 최고 인민법원장이다. 인민법원장은 우리나라의 대법원장에 해당되는데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중국 정부 서열에서는 공안부장 보다 서열이 아래이다. 아무튼 법원의 최고 권력자임에는 틀림없다.

周强

다음 인물은 장쥔(张军)이다. 1956년생으로 산동성 출신이다. 우한대학에서 형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줄곧 중앙 기율위원회에 있었는데 기율 위원회는 바로 공산당 간부들의 비위 사실을 캐고 처벌하는 곳이다. 최고 인민법원 부원장을 거쳐 현재 최고 인민 검찰원장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검찰총장인 것이다. 


이어서 천이신(陈一新)은 1959년 생으로 저장 성 출신이다. 줄곧 저장 성에서 일하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우한 시 서기로 임명된 바 있다. 당시 천이신은 분명한 시진핑 사람이라는 설이 파다했었다. 소위 절강신군, 시진핑 주석의 저장성 서기 시절의 인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의 하나라는 것이다. 후베이 성 부서기를 겸하고 있는 그는 중국 공산당 정법 위운회 비서장도 맡고 있어서 이번 소조 참여는 바로 이 정법위 비서장의 자격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인물은 천원칭(陈文清)이다. 1960년 생으로 쓰촨 성 출신이다.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하였고 중앙 기율위원회에서 일했다. 푸젠 성 부서기 및 중국 공산당 기율위원회 부서기이다. 따라서 이번 소조 참여 자격도 이 기율 위원회 부서기 자격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 사람이 소조 반공실 부주임인 탕이쥔(唐一军)이다. 1961년 생이며 산동성 사람이다. 줄곧 닝보에서 일했으며 닝보시 서기를 거쳐 현재 랴오닝 성 성장이다. 중국의 시사평론 유튜버인 왕지엔의 견해로는 이 사람이 사법부장이 될 것을 시사한다고 한다. 랴오닝 성장이 이 소조에 참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나온 추측인데 기실 곧 임기가 다 하는 인물이 참여할 경우 차기 인물을 참여시키는 전통이 중국 공산당에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그리고는 왕링(王宁)이다 그는 왕루링(王鲁宁)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중국의 고위직 중에는 상당 수가 가명을 사용하는 전통이 있다. 당사자가 이름이 이미 널리 알려진 경우에는 그 가족들이 성명을 바꾸고 개인 정보를 바꾸어 생활하기도 한다. 그는 1955년생으로 산동성 사람이다. 그의 경력은 알려진 것이 많지 않으나 무장 경찰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무장 경찰 사령원으로서 전체 무장 경찰을 관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왕런화(王仁华)는 1962년생으로 마찬가지로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 사진 또한 공개된 것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그의 주 경력으로는 육군 장비 연구 구매부 주임, 주치엔 위성 발사 센터 정치부 주임이며 2016년 육군 정치 공작부 부주임을 거쳐 2017년 해군 동해 전대 기율 위원회 서기, 2018년 중앙군사위원회 정법 위원회 부서기 등으로 신속한 승진을 하였다. 그리고 2019년 말 중앙군사위원회 정법위원회 서기로서 군위에 들어온 인물이다. 다시 말해 군부의 숙정을 맡아온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thepaper.cn/newsDetail_forward_7083492

이렇게 쟁쟁한 인물들이 모인 '평안 중국 건설협력 소조'라는 것은 왜 생겼으며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해 주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가지는 우선 분명하다. 지금까지 없었던 조직이 갑자기 만들어지면서 그 멤버 또한 고위급이므로 무엇인가 대단히 중요하고 또 이제까지 없었던 상황에 대처하는 일로서 전담 대응 부서가 분명하지 않은 사항이기가 쉽다는 것. 일단 중국의 미디어에서 이 소조의 설립과 첫 번째 회의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타이틀은 다음과 같다. 


소조 설립이 진실로 정치 잭임과 역사적 사명감을 강화하는 데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한다

充分认识成立平安中国建设协调小组的重要意义切实增强政治责任感和历史使命感

정치 책임은 자주 거론되는 말이지만 이 소조 구설 정도의 일에 '역사적 책임감'을 거론한 것은 눈에 띈다.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구성원들이 모두 누군가를 잡아가서 조사하고 판결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마도 방점은 '역사적 사명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이다음 문장이 시진핑 주석의 정신을 잘 이해하고 사상과 행동을 당 최고 정책결정가 일치시켜야 한다고 했으니 종합하면 "과거의 인연에 연연하지 말고  시진핑 주석의 지시를 집행하라"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구체적인 설명이 나온다. 그 첫째는 다음과 같다.

사회의 주요 모순의 역사적 변화의 장기 대책에 순응

顺应社会主要矛盾历史性变化的长远之策

주요 모순의 역사적 변화라고 하면 마오쩌둥의 '모순론'을 떠올리게 된다. 생소한 독자들을 위하여 마오쩌둥이 1937에 발표한 모순론의 일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유물 변증법의 우주관은 사물의 내부로부터, 한 사물이 그 사물과의 관계에서 사물의 발전을 연구하는 것, 즉 사물의 발전을 사물 내부의 필연적인 자신의 운동으로 간주하는 것을 주장한다. 사물의 발전의 근본 원인은 사물의 외부가 아닌 사물의 내부에 있으며, 사물 내부의 모순성에 있다."

필자의 과민한 생각일 수 있겠으나 변증법의 시각이 정, 반을 서로 독립된 객체로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그것을 내부의 모순으로 본다면 이 발언의 요지는 "적은 내부에 있다"라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하는 모순이라는 것들은 바로 반대파를 지칭하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경우는 이전부터 해오던 일이므로 이 소조와의 직접적 연결성은 짓기 어렵다. 뒤에 코로나 19 사태가 거론되는 것으로 추측하면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민심이 떠나고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볼 때 불온한 움직임이 많은 것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더 크겠다.

두 번째로 들고 있는 것은 다음이다.

"중국식 통치" 정치 및 제도 우위의 전략을 선명하게 선양

彰显“中国之治”政治优势和制度优势的战略之举

중국 정치 및 제도 우위를 평안한 중국 건설에 효능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식이 아닌 통치"를 거론하는 조류를 꺾으라는 말로 해석된다. 아마도 '민주화 요구'같은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이다.

중대 리스크를 예방하고 없애는 공격전 기본 계획 

打好防范化解重大风险攻坚战的根本之计

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전위, 시스템 대응, 사전/사중/사후 전 과정을 아우르는 예방, 원인부터 경과 및 변화 등 관건 프로세스를 해결하여 하이 리스크 예방 해결 수준을 향상한다는 것이다. 그 대상이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면 매우 감사한 일이나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 잡아가는 인물들 앞에서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반대파 또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모든 분야에서 잡아 내라는 말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것도 문제가 터지기 전에 사전에 해결하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그리고는 소조 활동의 지침이 열거된다.

방향 장악(把握方向)

내용은 아주 직선적이다. 압축하면 시진핑 주석의 지시를 잘 이해하고 집행한다는 것이다.

포괄 계획 (统筹谋划)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롭다. 국내 국외의 두 가지 대국적 견지의 높이에서 포괄적으로 기반하여 최고위 설계를 강화하고, 소조의 목표 및 임무, 총괄 계획, 중점 업무, 정책 실시 등을 연구하여 신속히 중앙에 건의하여 충분한 참모 지원의 작용을 발휘한다라는 것이다.

"站在统筹国内国际两个大局的高度,加强顶层设计、系统谋划,研究拟定平安中国建设的目标任务、总体思路、重点工作、政策措施,及时向党中央提出建议,充分发挥参谋助手作用。"

이 부분을 분석해 보면 우선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가 같이 거론되고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중 인사 및 단체가 우선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파룬궁 같은 조직이다. 그리고 문제를 보는 시각을 '시진핑 주석의 시각'으로 하라는 것이며 최고 눈높이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으로 분석하여 신속하게 보고하고 행동하라는 의미가 된다.  반면 국내는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일어난 사회 각지 각층의 각종 불만 토로자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조직 협조(组织协调)

단일 부서 및 지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뛰어난 문제를 포착하고 조정 및 의사소통을 강화하며 합의 및 공동 노력의 형성을 촉진하라고 한다. 당 중앙위원회의 요구 사항과 사람들의 기대에 초점을 맞추고, 과학적으로 평가 지표를 설정하고, 감독 및 검사를 강화하며, 평가 및 평가에서 "지도자"의 역할을 완전히 수행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특정 부서는 자기 관할 사항만 하려고 들 테니 이들을 지휘해서 빈틈이 없게 만들라는 의미이다.

감독 통제(督导考核)

하위 조직들에게 목표를 주고 감독하며 그 성과를 평가하도록 한다. "지휘봉" 역할을 하라고 지목하였다. 이러한 기능은 실제 현장에 가면 다른 부서와 기관들에 대한 명령과 통제가 가능한 권위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어쩐지 중국이 점점 북한처럼 변해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다. 


그리고 금년 과제들을 명시하였다.


전염병 관련 모순 및 분쟁에 대한 심층 조사 및 해결(深入开展涉疫矛盾纠纷排查化解)

범죄 일소 투쟁의 승리(打好扫黑除恶专项斗争决胜战)

도시 사회의 거버넌스 현대화 시범의 통제(抓好市域社会治理现代化试点)

공안 사건이 터져 나오는 것을 엄격히 방지(严防公共安全案事件反弹)

네트워크 보안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제어(有效防控网络安全风险)


이중 세 번째의 도시 사회 거버넌스 시범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거주 단지의 밀봉식 관리 등 강화된 통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네트워크 보안을 거론한 것은 이번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리원량 의사 사건 등도 있었고 많은 누리꾼들이 여러 가지 사회의 문제, 부조리, 불만 등을 토로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중국 정부는 이러한 인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공감해 주기보다는 억누르는 입장을 택한 것이다.


이 후반부에는 소조 내부의 방침에 대한 사항들이 나열되지만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 보여 생략한다. 중국이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의 큰 위기를 맞이하였고 그것은 어쩌면 보다 나은 사회로 이끌어 낼지도 모르겠다는 한 줄기 희망을 가지게 하였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권위주의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방법이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세계는 중국에 대하여 책임을 물으려 하고 있는데 말이다. 아무리 물방울 하나의 힘이 적다고 해도 수많은 물방울들을 압력솥 안에 몰아서 불을 때면 폭발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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