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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pr 28. 2020

"六稳", 6 개 안정에서 "六保", 6개 확보까지

六保

작년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참이던 시간 중국 정부는  "保六"를 외쳐 왔다. 미국의 압력이 어떻든지 간에 GDP 성장률 6%를 지켜내자는 구호였다. 그러나 중국 인민들 사이에서는 중국 GDP 성장의 가장 큰 공신은 국가통계국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무색해져 버린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의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망되는 지금 이 "保六"라는 말은 사라지고 새로이 "六保"라는 구호가 등장하였다.


2020년 4월 17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현재의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표시하고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였는데 이것이 소위 "六保", 즉 6가지를 확보한다는 정책이다. 이는 작년 말까지 계속 중요시했던 "六稳" 정책에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六稳"이라는 것은 6가지를 안정시킨다는 의미로 그동안 진행되었던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대책으로 강조되어 왔다. 이  "六稳"을 다시 한번 반복하면 다음과 같다.

稳就业: 취업 안정과

稳金融: 금융 안정화

稳外贸: 무역 안정화

稳外资: 외국인 투자 안정화

稳投资: 투자 안정화

稳预期工作: 선행 프로세스 안정화

새로  "六保"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은 코로나 19 상황으로 악화된 사회 경제적 난국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지만 중국 공산당이 이제까지 외쳐온  "六稳"을 달성할 수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공식적인 설명이 나타났다. 바로  "六稳"은 기본이며 "六保"는 마지노선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누가 보기에도 일단 눈앞의 선결 과제를 "六保"로 내세운 것임에는 틀림없다. "六保"를 성공해야 "六稳"이 달성되든지 말든지 할 것 같으니 말이다. 시진핑 주석이 4월 23일 산시(섬서) 성에 가서도  "六稳"과 "六保"를 언급하였는데 여기서 미묘한 온도 차이를 느끼는 것은 필자뿐일까?  시진핑 주석은 역시 "六稳"에 미련이 있거나 "六稳"을 요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반면 "六保"에서는 리커창 총리의 현실 인식이 느껴지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4월 25일 코로나 19가 중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전대미문이라고 하면서  "六保"을 이루어 내어 "六稳"을 구현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는데 이로서 "六保"를 통하여 "六稳"을 추구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현재 정책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하겠다. 

그럼 "六保"는 무엇일까? 六保는 다음과 같다.

保居民就业、保基本民生、保市场主体、保粮食能源安全、保产业链供应链稳定、保基层运转任务

그런데 이 6 가지를 해석할 때 주의를 요한다. 잘 새겨서 해석해야 그 숨은 의미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  "六保"를 잘 설명하고 있는 글을 하나 찾았다. 人民论坛网이 원전이다. 이글에서 절반 정도의 의미는 찾을 수 있었다.

http://news.sina.com.cn/c/2020-04-26/doc-iirczymi8468514.shtml

먼저 "保居民就业 / 주민의 취업을 확보한다"이다. 이 사항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중국 공산당은  "六稳"과 "六保"에서 모두 이 취업 문제를 가장 중요한 미션으로 꼽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계속 걱정하는 대규모 실업이 현실화되기라도 하면 중국 사회 전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산주의의 이념으로 볼 때에도 당연히 무산 계급의 생존 문제가 가장 우선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대학 졸업자, 농민공, 취약 계층 등 중점 대상의 취업에 노력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고용이 해결되어야 소비 촉진, 내수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시에 현재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최대의 문제가 실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실업에 대해서는 이미 앞서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취업이 해결되면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 미션인 민생의 전제 조건이 해결된다. 

"保基本民生 / 기본 민생을 확보한다"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취업이 되는 것 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거나 생필품이나 식자재의 조달이 안되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빈민화 하는 사태가 커져도 안된다. 그래서 이 민생에서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생필품 공급을 원활히 하며, 장바구니 경제를 안정시키고 가스, 전기, 기름 등의 수급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계층과 취약 계층을 지원하고 특히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 집단적으로 코로나 19에 타격을 받은 곳은 임시적인 생활 지원을 한다는 의미이다. 또 뒤집어 말하면 현재 중국의 물가가 오르고, 생필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며  장바구니 물가가 불안하고 가스, 전기, 기름 등의 수급이 불안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후자는 주로 국영 기업이 공급자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문제는 장바구니 물가와 수급을 해결하는 데 있겠다. 여기에는 각급 현장의 지방 정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고용해 주는 사람 또는 기업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세 번째로 기업을 확보해야 한다는 미션이 나온다.  "保市场主体 / 시장의 주체, 즉 기업을 확보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민생을 위해서는 고용이, 고용을 위해서는 기업 활동이 확보되어야 한다. 중국적 상황에서는 국영 기업은 어떻게든 국가가 해결해 주므로 이 정책의 초점이 되는 것은 경제 안정, 사회 안정, 그리고 민생 안전의 중축인 중소기업, 영세 기업, 소상공인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시급히 조업 재개, 생산 재개, 상업 재개, 시장 재개가 되어야 한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로는 고향으로 돌려보낸 농민공이 590만 명, 규모 이상 공업 기업 평균 가동률이 99%, 민영 기업 가동률이 91.39%, 중소기업 조업 재개율이 84%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조업 재개율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베이징 등 대도시의 모습은 이미 상당 정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려운 기업들은 주로 수출 기업과 영세 기업 및 소상공인이다. 이미 여러 지방에서 소상공인들이 월세를 감면하라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기업들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통화 완화와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것들은 국영기업 및 대기업들에게나 낙수효과가 있고 이들 중소기업, 영세 기업, 소상공인들에게는 혜택이 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는 세금 감면, 융자 비용을 낮추고 신용 대출을 늘리는 금융 정책이 위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융자 후의 전망이 나쁘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그러나 기업 활동에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 필요한 자원, 즉 인력이라든가 필수적인 자재 또는 부품 등의 공급이 원활히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네 번째인 "保产业链供应链稳定 / 공급망(Supply Chain)을 확보해야 한다"는 미션이 나온다. 국내 공급망은 조업 재개로 해결이 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해외로 연결되는 글로벌 공급망이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서구 전체의 반중 정서가 높아진 현 국면에서 공급망의 확보는 수입 원천의 확보가 가장 큰 우선 임무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에서 부품이 조달되지 않아서 난리이지만 정작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야 말로 핵심 부품이 공급되지 않아 정부 명령대로 문은 열었으나 생산을 못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즉, 영향은 중국 쪽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략 자원인 식량과 에너지가 등장한다. "保粮食能源安全 / 식량 및 에너지 안보"를 의미한다. 중국이 식량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최근에 여러 사람들에게서 거론되고 있는데 그 근거는 주로 중국이 식량 자급이 안된다는 점과 중국이 전략 물자로써 식량을 비축하고 있는 소위 "양창"에 대하여 그간 실사가 있었는데 책임자들이 양창의 식량을 빼돌리거나 양창에 의문의 화재가 일어나는 등 비축 식량이 사실은 비어있을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의구심들은 모두 합리적이다. 그러나 필자는 중국 공산당이 수십 년간 전략적으로 준비해온 식량 안보가 이렇게 일부 부패 관료로 인한 영향이 있다손 치더라도 큰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식량 및 에너지 안보가 큰 이슈로 등장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어찌 되었거나 식량과 에너지가 큰 해결 과제로 등장한 것은 식량과 에너지 문제가 대두되었거나 대두될 것이라는 반증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이슈가 등장한 이유이다. 사실 식량은 글로벌 시장에서 부족하면 중국처럼 식량을 수입하는 국가에서는 문제가 된다. 그러나 국제 식량 시장에는 식량을 제공받는데 큰 문제가 없다. 에너지 또한 석유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 석유 회사는 손실을 볼는지 모르지만 국가 입장에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필자가 생각할 때에는 만일 에너지나 식량의 수입을 걱정한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외환 부족" 상황이 예상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전면적인 "경제 제재"가 예상되는 경우이다.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5가지의 과제 해결을 누가 하는가? 중앙은 정책을 수립하고 돈을 내려줄 뿐이고 실제 일하는 것은 각급 지방 정부이다. 문제는 지방 정부의 재정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保基层运转任务 / 지방 말단 행정 조직이 돌아가게 한다"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최 말단 조직이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 또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아마도 방점이 후자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쪽에 있어 보인다. 역사적으로 돈을 위에서 내려 보내도 아래 말단까지 제대로 가지 않는 것이 중국 관료주의의 폐해이다. 그래서 중국 관영 매체의 해설을 보면 이 말 뒤에 "청렴한 정치 생태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중국적 말이 나온다. 일하는 방식이야 말로 “拦路虎('길을 막는 호랑이'로서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라던가 “四风问题(네 가지 방식 문제)”라던가 하는 것이다. “四风问题”라고 하는 것은 形式主义('형식주의', 우리나라의 전시 행정에 해당되는 말이다)、官僚主义(관료주의, 설명할 필요 없을 것이다)、享乐主义(향락주의), 그리고 奢靡之风(奢靡는 사치를 의미하는 말이다)를 일컫는 말이다. 결국 지금까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각급 정부 기관이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자금과 혜택을 지원할 텐데 지금까지와 같이 중간 과정의 부패 공직자들이 다 해 먹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警示钟(경종)”、“监督哨(감시의 호루라기)”、“探照灯(탐조등)”같은 단어가 뒤를 잇는다.  “警示钟”은 1903년 천티엔화(陈天华)가 쓴 글로 쉬운 말로 제국주의의 침략이 임박했음을 경고하고 인민들이 각성하여 제국주의 및 청나라와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한 책이다. “监督哨” 은 향진 수준의 말단 조직에서 부패를 고발하게 한 정책이다. 마을의 '양회'의 인물이나 친지 등은 해당되지 않으며 가난한 집 중에 도덕성이 있어 올곧은 사람을 선정한다. “探照灯”은 미디어의 기능이 '진실'이기보다는 '탐조등'의 역할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결국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공개하고 고발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放管服”라는 단어도 나온다. 2018년 리커창 총리가 설파한 것으로 관료의 옷을 벗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현실과 유리되어 관료 사회의 논리로만 일을 하고 자화자찬 내지는 자기만족을 하는 경향을 비판하고 어디까지나 현실 세계의 인민과 기업들을 위해 일을 하고 그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는 말단 조직의 간부들이 형님, 동생 하지 말 것이고 또 위에서는 이들을 “文山会海”(문서의 산과 바다처럼 많은 회의)에 처하게 하거나 이들을 문책의 “夹心饼干”(샌드위치)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중국 지도부가 현재 중국의 여러 문제점과 모순들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장황한 내용은 결국   "六保"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각급 인민정부, 특히 향진(乡镇)과 같은 최 말단의 지방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六保"의 마지막 "基层运转任务 / 말단 조직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는 항목의 의미이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하여 지방 정부에 대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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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六保" 정책에서 필자는 리커창 총리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지난 2020년 2월 23일 대동원 회의에서 보여 준 리커창 총리를 중심으로 한 문제 해결팀의 움직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监督哨”은 원래 빈곤 가구를 지원하는 정책에서 나온 것이라서 후춘화 부총리의 빈곤 퇴치도 관계있어 보인다. 과연 리커창 총리의 이번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어쩐지 리커창 총리가 거대한 관료조직 전체와 싸우는 백마를 탄 기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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