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남방에 계속 호우가 내리고 이에 따른 물난리가 여기저기서 나고 있다. 처음에는 해외 화교 매체들에서 떠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중국 내 중소 미디어들에서 다루기 시작했고 급기야 관영 매체들에서도 엄중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니 지금 사태가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이다. 필자야 베이징에 있으니 홍수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저장성은 오늘 황색경보가 발령되었다. 총칭은 홍색 경보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669981516531681657&wfr=spider&for=pc
우선 현재 상태에 대해 중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확인해 보자.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22일에 중국 수리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今年长江中下游汛情形势不容乐观", 즉 "금년 장강(양쯔강) 중하류의 형세 낙관해서는 안된다"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낙관할 수 없다"가 아니고 "낙관해서는 안된다"라니... 그 내용도 수리부의 통계에 따르면 금년 16 개성의 198개 하천의 상황이 경계 이상의 수준이고 그중 8개 하천은 큰 홍수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비가 많이 와서란다....
https://finance.sina.cn/2020-06-22/detail-iircuyvi9793017.d.html?oid=5_sbjt&vt=4
이 발표의 불과 3시간 전에 중국 수리부가 발표한 내용이 있다. 6월 20일부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서남 지역, 화남 지역, 강남 지역, 강회 지역에 내리고 있어 위난성 누강(云南怒江),쓰촨 성 따두허(四川大渡河) 상류의 지류들, 궤이저우 우장(贵州乌江) 지류 메이쟝(梅江河), 저장성 첸탕강(浙江钱塘江) 지류인 양장(阳江) 등 14개 하천에서 비교적 큰 홍수가 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14개 비교적 큰 홍수에서 8개 큰 홍수로 바뀐 것이다. 어떻게 보아도 홍수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https://news.sina.cn/gn/2020-06-22/detail-iirczymk8270511.d.html?oid=3844454873911117&vt=4
그리고 오늘의 두 발표 이전에도 6월 11일에 수리부(水利部)에서 공식 발표회를 열었었다. 부부장 예젠춘(叶建春)은 우리나라는 이미 장마철에 들어섰으며 148개 하천에 경계 수준 이상의 홍수가 예상된다고 했다. 그래서 6개 팀을 광시, 광둥, 장시, 저장, 후난 등으로 보내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수재와 가뭄을 담당하는 텐이탕(田以堂) 사장은 금년 형세 낙관하기 어려우며 "대홍수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예젠춘은 여기서 특히 "후베이 지역에 홍수가 나서 사람들이 다시 한번 고생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예보센터의 류즈위(刘志雨) 소장은 경보 발령은 기본적으로 1주일 전에 가능하지만 홍수 경보의 경우 기존의 1일에서 3일로 늘어난 수준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홍수가 발생하기 1일~3일 전에 경보 발령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저장성에 오늘 경보가 울렸으니 6월 22일 정도에는 저장에 대홍수가 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https://baijiahao.baidu.com/s?id=1669282791043701356&wfr=spider&for=pc
수리부는 6월 20일에 공식 사이트에 20일부터 25일까지 다시 한번 큰 비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http://www.gov.cn/xinwen/2020-06/20/content_5520735.htm) 그리고 필자가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강수량 예상 지도를 찾을 수 있었다. 먼저 6월 21일 강수량 지도이다.
다음은 6월 22일 오늘 강수량 지도이다. 전국에 큰 비가 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홍수는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내일인 6월 23일에는 강수량이 대폭 줄어든다.
그럼 사람들은 수리국의 경보 발령을 믿고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그게 그렇지가 않아 보인다. 이미 남방의 댐들이 수문을 열 때 하류에 알리지도 않고 수문을 갑자기 열어서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6월 18일의 신랑의 한 보도를 보면 이번 남방 홍수가 발생하였을 때 세 시간 만에 1층이 물에 잠기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http://finance.sina.com.cn/wm/2020-06-18/doc-iirczymk7758409.shtml
이 보도의 내용을 보면 6월 7일 광시의 한 마을에 홍수가 났을 때 당일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가 4백여 통이 왔다고 하며 6월 12일까지 1300명이 넘는 인력을 피난시켰다고 한다. 그러면 7일부터 12일까지 6일 동안이니까 하루에 2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피난시켰다는 뜻이거니와 다른 말로 하면 일부 사람들은 6일 동안 구조를 기다렸어야 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이렇게 정식으로 경보가 울리면 피해야 한다. 그런데 어디로 피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지 않아도 코로나 19로 인하여 어디를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6월 19일 바이두에 올라온 글을 보면 24개 성에 물이 들어올 모양이다. 이번 피해는 24 개성에 이른다고 하니 중국 전역에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이미 이재민이 775.9만 명이 발생을 하였다고 하고 가옥은 7천여 채, 63명이 사망 또는 실종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아마도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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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4개 성, 198개 하천이 범람하는데 어디로 피신을 하는가 이다. 필자가 이번 호우로 뉴스에 나오고 있는 홍수가 났거나 홍수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들을 지도 상에 나타내 보니 다음과 같았다.
동북부의 홍수는 발해만으로 흘러들어 간다. 그리고 서남부의 광둥, 광시의 홍수도 심하지만 남중국해 쪽으로 빠져나가서 피해가 국지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 외 윈난, 쓰촨을 통해 삼협댐으로 흐르는 장강이 홍수를 일으키고 있다. 거기에 궤이저우 등을 지나는 지역에 사방 1000km 정도에 걸쳐 홍수가 난 상태다. 이 강 줄기는 장강으로 가서 삼협 댐을 통과해 내려오는 물과 만나는데 거기에는 다시 동정호가 물난리가 난 상태다.
이 두 물줄기가 만나면 이제 사달이 난다. 이 거대한 물줄기는 동정호를 지나 악양에서 크게 굽이치며 그다음 대도시를 덮치게 되는데 그 도시가 다름 아닌 우한이다! 그리고 나면 장사, 항저우, 난징, 자싱, 상하이 들을 덮치게 된다. 이 지역의 인구가 5억에 달한다고 하는데 어디로 어떻게 피신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코로나 19는 어떡하나? 피난민들, 이재민들은 좁은 공간에 밀착되어 생활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코로나 19가 창궐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뭐라고? "낙관해서는 안된다"라고? 자기가 할 일은 다 했으니 이제 너희들이 할 바를 하라는 것인가? 필자는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치솟는다. 그리고 며칠 전에 본 중국의 한 유튜버가 한 말이 떠오른다.
"삼협 댐은 무너진다. 도망쳐라. 높은 지대로 지금 당장 떠나라." 그는 원래 중국 공산당 선전부 소속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 미디어들의 패턴을 안다는 것이다. 삼협 댐 붕괴에 대한 우려나 의혹은 많았지만 중국 정부는 일절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서 일부 중소 미디어들에 홍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삼협 댐의 안위를 걱정하는 기사들이 실리기 시작하였고 중국 SNS에 이런 우려들의 메시지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중국 정부가 제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현상은 문제가 기정 사실화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중국 공산당이 이제 "경고할 것은 경고했고, 조치할 것은 조치했으니 피해를 입는다면 본인 잘 못" 모드로 들어간 증거라는 것이다.
그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필자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서두에 거론한 "낙관해서는 안된다"라는 말은 중앙 정부 입장에서 이미 자신들의 손을 떠났다는 표현임에는 틀림없다. 오늘이 폭우가 가장 많이 오는 날이다. 장강은 길고 길어서 물마루가 삼협 댐에서 상하이에 도착하려면 한 달이 걸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 삼협 댐이 붕괴하면 일반 홍수 때 보다 물길의 속도가 열 배 이상 빠를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부디 천하 창생이 무사하기를, 그리고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기를 빈다. 하나 더, 홍수가 난 후 창궐할 전염병과 기아. 중국 정부와 중국 인민들이 부디 잘 헤쳐 나가기를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