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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y 11. 2019

11차 미중 무역 협상은 끝인가 시작인가?

물론 시작이다

류허 부총리는 태연하고 웃는 모습으로 미국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그의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놓여있고 그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적거나 작거나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진핑 주석의 특사라는 자격도 이번에는 없다. 어떤 이들은 류허가 이번 무역 협상의 속죄양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더라고 말이다.


류허 부총리는 "중국은 이번에 성의를 가지고 왔다"라고 했는데 그야말로 성의만 가지고 온 모양이다. 당초 류허 부총리가 특별히 요구했던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의 일대일 회담은 라이트하이저 및 므누신 장관 두 사람을 동반한 만찬 겸 대화의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90분 정도의 식사 후 종료되었고 특별한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류허 부총리와 인사하는 므누신 재무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 {연합뉴스}

목요일 간단한 협상 후 미국 시간으로 다음날 금요일 0시 미국의 중국 제품 2000척 달러 상당에 대한 고관세 부가는 실현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금요일 마지막 날 협상에서 불과 90분 만에 협상은 종료되었고 아무런 결과도 없었다. 다만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양국의 입장 발표가 완전한 파국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 줄 뿐이었다. 하지만 일정을 정하지 않은, 그야말로 약속이다.


원래 대로라면 지난 10차 협상에서 대부분의 이슈가 합의를 보았고 이번 11차에서 류허 부총리의 주요 임무는 구체적인 협상 문안을 확정하고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 및 서명에 관한 일정, 장소, 그 외의 디테일을 조정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10차 협상 결과 거부 및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부가로 이번 일정이 흐트러진 것이다. 


또 이번 협상에 대해 중국 측이 제대로 준비 못한 원인 중의 하나가 미국 정부 내의 강경파와 온건파의 형세 급변이라고 한다. 중국 측은 그간 미 정부 내의 비둘기 파와의 채널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대미 전략을 수립해 왔는데 최근 미 정부 내에서 강경파가 감자기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가 혼선을 일으키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일이 발생하면 설왕설래 말이 많은 법이다. 10차에서 11차 협상 동안 일어난 일을 정리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파악된다.

10차 협상에서 대부분의 사항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다. 미국 측은 이행 단계로 넘어가기 위하여 중국 측이 합의 사항에 관련된 현행 법규 관련 정보와 향후 법률 입법, 개정, 발효 시기 등을 명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보고를 받은 시진핑 주석은 법률 입법이나 개정에 관련된 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강제적 기술 이전과 국영 기업 보조금 부분에 한정된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미국 측의 반응을 걱정하는 협상단에게 시진핑 주석은 "모든 가능한 결과에 대해 내가 책임을 진다"라는 강경 입장 표명하였고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 금요일 저녁 외교 전문을 통해 이런 입장을 미국에 전달

중국의 태도 변화를 통보 받은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고관세 방침을 트위트 한다.

미국의 강경 대응에 놀란 중국 정부는 가까스로 11차 협상단 방미 방침과 류허 부총리의 하루 늦은 미국 일정을 발표한다. 그리고 류허 부총리에게 주어진 시진핑 주석 특사라는 신분이 취소되었음을 알린다.

미국에 도착한 류허 부총리는 중국 측의 입장을 묻는 신화사 기자에게 '성의를 가지고 왔다'라고 말한다.

11차 협상은 '협상을 결렬시키지 않고 지속 협상한다'라는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꼭 무역 협상을 맺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라는 취지의 트위트를 했다가 삭제해서 트위트를 올린 것도, 그리고 삭제한 것도 모두 뉴스가 되는 절세 신공을 선 보였다. 필자 생각에 트위트 서비스 사업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여 지분을 듬뿍 주어도 될 것 같다. 전 세계에 트위트를 알리고 가입자를 늘렸읉테니 말이다. 그리고는 수 분 후에 다시 내용을 바꾸어 트위트 했다.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을 진행할 것이며 중국이 다시는 재협상 같은 소리 안 하기를 바란다'라고 말이다.



현재 상태를 끝으로, 또는 끝으로 가는 진통으로 보는 것이 중국이다. 아니 어쩌면 애써 현실을 외면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적어도 중국 국민들과 기업들에게는 그렇게 인식시키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미국이 고관세 정책을 발표했을 때 중국은 약 2일 동안 매체를 통제하고 아무런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만일 과거와 같이 상황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었다면 즉각 준비해둔 보도가 나왔을 터였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시행이 중국의 예상을 넘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환구시보는 오늘 날짜 논설에서 류허가 이끄는 11차 협상이 원만히 종료되었고 고관세 부가 등의 사항은 협상의 진행에서 늘 나타나는 산고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이 고관세를 부가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 충분히 예견되었으며 협상의 결렬을 걱정하는 전 세계 국가들과 미국에 최대의 상의를 보인 협상을 진행했으나 미국은 중국이 재협상을 하려 한다며 협상 결렬 시의 책임을 중국에게 떠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강조하여 중국은 선을 정했으며 이 선으로부터 더 이상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환구시보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는 사실 상 중국 정부 또는 공산당의 의사 표명이다. 그 선이란 합의가 이루어지면 보복 관세는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합의 이행이 되어야 결과 베이스로 관세를 축차 철폐한다는 방침에 대한 불가를 의미한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환구시보의 논설은 짧고 매우 절제되어 있다. 필자에게는 중국의 비명이 논설의 문구 사이사이에서 뛰쳐나오는 것만 같다. 마치 울고 싶은데 이를 악물고 있는 느낌이다. 중국 외교부나 상무부가 미국의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대만의 작가이자 패널리스트 왕호(汪浩)는 시진핑 본인은 몰라도 주변 지지 세력들은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가 나쁘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무역 협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왕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가운데 40%는 외국 기업, 40%는 민간 기업이 차지 하고 국영 기업은 20%에 불과하다. 중국 경제 전체 규모로 볼 때 수출입의 비중은 30% 정도. 따라서 미국의 고관세 부가가 있더라도 어렵기는 해도 시진핑 주석 지지 세력 기반인 국영 기업에게 결정적 타격은 되지 않는다. 외국 기업이나 민간 기업이 어려워하고 쓰러지려 하면 이때 시진핑 그룹이 추진해 오던 '혼합소유제'를 발동, 알토란 같은 외국 기업이나 민간 기업을 인수해나가려 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결국 왕호는 이러한 시진핑 주변 세력의 이해관계 때문에 향후 미중 무역 전쟁이 수그러지지 않는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오히려 미국이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는 시진핑을 중심으로 중국 인민들은 단결해야 한다는 식의 분위기를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왕호는 한발 더 나아가 대만의 "공공서비스,  為人民服務 (https://www.rti.org.tw/news/view/id/420447)"  프로그램에서 이미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략이 수정되었으며 무역전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왕호는 미국이 과거 실제 또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국가의 역량을 모으는 프레임이 이제 중국을 향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를 시진핑 주석과 막료들이 오판했다는 것이다.


사실 왕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제 미중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들은 미국 정부가 월요일부터 나머지 31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도 고관세를 부가한다는 발표를 함으로써 증명되고 있다. 11차는 마침표가 아니라 시작점인 것이다. 



시작이던 끝이든 두 강대국 사이에서 좌충우돌해야 하는 것이 우리 한국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바로 이 미중 양국에 집중되어 있으며 중국으로의 수출은 또 대부분이 설비와 중간재여서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곧바로 우리 경제에도 타격이 온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오늘에서야 미중 무역전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물론 정말 이제야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한국 정도의 나라에서 중앙은행장이 미국의 연준 흉내를 내어도 될 정도로 여유를 가져도 되는 걸까? 도대체 대책은 준비되고 있는 걸까? 우리 정부는 무슨 대책을 만들고는 있는 걸까? 설마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솔루션을 내놓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 대만과 일본은 신속하게 수출처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전환하고 있고 이 것이 곧바로 1사 분기 GDP 차이로 나타났다. 우리도 신속히 국가 전략을 수립, 아니 실행해야 할 때이다. 지금, 그리고 당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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