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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y 12. 2019

장외로 확대되는 미중 무역 전쟁

무역 전면전을 넘었다.

2000억 달러 상당의 고관세 부가에 중국 정부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상응하는 보복을 하겠다고 하였다. 류허 부총리는 협상은 결렬되지 않았으며 이 모든 것이 협상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의견 차이 및 마팔이라는 시각을 토로하였다.


하지만 상대를 잘 못 고른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중국의 반응에 '아 그래?"라고 하는 듯이 남은 3100 억 달러가 넘는 모든 중국 제품에 대한 고 관세 부가를 천명하였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그야 말로 신속하게 바로 다음 월요일부터 적용된다고 연이어 발표하였다. 2차 대전 때 독일의 전격전이 부끄러울 정도의 과감한 대응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사진 출처: The Asian Age }

물론 중국의 항구에서 출발한 화물이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3, 4주 걸린다. 그래서 언론들은 시간을 버는 묘수라는 등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시간이 더 주어지면 해결되는 것일까? 지난 4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이미 2.7% 감소하였다. 이제 고관세가 실시되면 더욱 감소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트럼트 행정부의 공격 모습은 일사불란하며 신속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미 무역전 초기에 여러 가지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와 contingency plan들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군사학교를 나온 대통령이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이로서 미국이 무역 전쟁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사용할 카드는 소진되었다고 보아도 좋겠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25%까지만 오르리라는 법은 없으며 50%, 100%가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지만 관세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숫자가 더 커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법이다.


그래서 무역 전쟁이 이 정도 프레임워크에서 진행되는 가 했더니 전쟁터가 확대되고 있다. 무역전의 장외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및 멕시코와 무역 협정을 맺을 때 '비시장 경제 국가'라는 조항을 넣을 때 세계는 트럼프가 경기장의 선을 긋고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경기장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장은 더 큰 모양이다.


미국의 대중 관세 25% 부가로 전 세계가 시끌벅적할 때 낭보를 접하고 바빠진 사람이 있다. 바로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다. 차이 총통이 바빠진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미국-대만 간 FTA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미 정부 인사 또한 미국이 대만과의 FTA를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대만은 미국과 FTA를 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차있다.

대만에게 판매하기로 한 F16V도 대만은 4월에 구매 계약이 되기를 원했으나 미국의 요청으로 6월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속내는 진행 중인 미중 무역 협상이 예정대로라면 이번에 완료되어 6월까지는 트럼프-시진핑 회담 및 서명이 있을 것이기에 그때까지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또 혹시 모를 중국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6월은 바로 코 앞이다. 미중 협상이 6월 전에 다시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원래부터 대중 포석을 두어 나가던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 카드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중요 수단의 하나이다. 미국이 대만 보호법, FTA 체결, F16V 판매 식으로 대만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면 중국의 입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바로 미중 무역이 장외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또 우리의 이목을 별로 끌지 못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 협상의 결렬은 홍콩 경제에도 직격탄이 된다. 바로 얼마 전 홍콩에서는 홍콩 주민 13만 명이 참여하는 민주화 시위가 있었다. 홍콩 같은 작은 도시에서, 그리고 작은 거리에서, 그리고 엄격한 영국식 법을 지켜가며 시위를 하는데 13만이 모인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미국은 이 홍콩과 마카오에도 손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마카오에도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 및 미국이 대만에 제공하기로 한 F16V

사실 미국의 대중 전략이 "분할하여 격파한다"인 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세기부터의 일이다. 중국을 공격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소위 4대 외세를 지원하여 후방 교란한다는 내용이다. 4 대 외세란 중국 내 호응 세력이 있으면서 인접국인 국가, 즉 한국, 티베트, 신강, 내몽고를 말한다. 거기에 외세라는 표현을 할 수 없는 대만까지 5 개 국가가 중국 내 자기 세력을 규합하여 들고일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이라는 운동장에서 우방이 중국의 수단이 될 가능성을 '비시장경제 국가' 조항으로 차단하고 대만, 인도, 일본 등 군사적 갈등이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군사적 지원을 넓히고 있다.


이제 대만을 중국의 코 앞에 있는 불침 전함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무역 전쟁이 군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돈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적대적인 일본, 인도, 대만, 그리고 북한을 마주 보고 있는 한국 등에 무기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군비를 소모하게 만들고 있다. 이것이 만일 계산된 방법이라면 정말 고명하지 않은가?

이제 경제적인 면에서는 미중 무역 전쟁뿐만 아니라 WTO에서 중국을 축출하는 수단을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정세가 형성되자 EU가 중국에게 무역 조건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왜 아니겠는가? 중국에게 무엇인가 요구하려면 지금이다. 게다가 EU도 그동안 중국에 맺힌 것이 많다. 하지만 만일 중국이 EU의 조건을 수락하면 곧바로 일본이 뒤따라 요구할 것이다. 결국 중국은 악순환을 선택하는 꼴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최악의 경우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되고 상호 보복 관세 조치를 취하면 지난날 전쟁이 발발한 조건에 수렴해 간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에 기지를 만드는 일을 저질러 놓았다. 미국의 위협에 대비하여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정작 미국이 군사적 행동에 나올 때 방어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이미 항공모함도 아닌 강습함에 F35를 태워 보내 작전 능력을 증명하였다. 중국 작은 인공섬이 7함대와 F35의 공격에 견딜 방법은 없을 것이다.


대만은 불침 전함이다. 실제 대만은 전략적 선택을 미사일 개발로 집중하여 전 국토 곳곳에 미사일 기지를 구축해 놓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그래서 대만을 고슴도치 섬이라고 부른다. 더구나 장년기 지형인 대만의 땅덩어리는 대규모 군대의 상륙이 가능한 해안이 별로 없다. 그래서 전쟁 발발 시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상륙 가능한 곳이 전 해안선의 10%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들 해안선은 대만 정부에 의해 철통같이 요새화 되어있다.


일본과 센카쿠 갈등이 있을 때 중국은 기세를 올렸지만 당시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는 무조건 일본 해군이 중국 해군에 승리한다 였다. 현재 중요한 변화로써 중국의 항공모함이 등장하였지만 일본도 F35를 대량 도입하고 있어 중국과 일본이 전면전을 벌인다 하여도 중국이 승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더구나 주일 미군이 있다.


오랫동안 국경 분쟁을 겪은 인도를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끌어들였다. 인도는 중국과는 달리 중국만 상대하면 된다. 그리고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중국은 만일의 군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도 인도에 대비한 방어군을 남겨 놓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 있다. 미국은 아직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남겨 두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또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중국은 이 주 아프가니스탄 미군을 목덜미에 비수를 들이댄 꼴리라고 생각한다. 여차하면 미국으로부터 대부대가 날아와 아프가니스탄 기지를 베이스로 중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노력 끝에 중국도 아프가니스탄에 해방군을 보내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중대 병력 정도이고 중국 쪽 접경 지대인 황무지에 자리하고 있는데 실제 사태 발생 시에는 방어가 가능하다기보다는 미국의 동향을 파악하는 기능이 위주라고 하겠다.


그리고 중국이 북극이 자기들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며 잠수함을 보냈던 일은 직접적으로 미국에 도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미국의 정찰 능력을 피해 미국 영토 근처까지 중국 잠수함이 접근했던 일을 중국에서는 개가를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남중국해에서의 미 해군에 대한 도발과 함께 미국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할 경각심을 미 조야에 널리 퍼지게 한 결과가 되었다. 미국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하다니!


이렇게 군사적으로도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미국에 열세인 중국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국가들과 외교적으로 우방화 했어야 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에 의해 자세가 높아진 중국인들의 거동은 상당 기간 주변 국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한국과는 사드 사태로 중국에 대한 반감을 높여 놓았고, 일본과는 센가쿠 열도 분쟁, 인도와도 국경 분쟁, 부탄 등에는 군사 충돌, 베트남-필리핀과는 남중국해 갈등을 키워왔다. 


이제 사태는 단순한 무역전을 넘어 정치, 외교, 경제 전 방면에 걸친 압박과 갈등에 들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의 전재는 스멀스멀 전쟁의 그림자를 느끼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 전개에 준비가 되어있는 걸까? 정부, 군대, 정치권, 금융권, 기업, 그리고 나를 포함한 국민들이 말이다. 진심으로 우리에게 그 준비가 되어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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