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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05. 2020

미국은 중국의 내부 붕괴를 도모한다

트럼프의 36계 손자병법

류허 부총리가 최초로 '내순환 경제'를 발표한 후 리커창 총리나 시진핑 주석도 거론함으로써 내순환 경제는 중국의 향후 주요 경제 전략 중의 하나임이 분명해졌다. 이 내순환 경제 체계로 들어가느냐 마느냐는 아마도 이달 15일에 있을 류허 부총리와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간의 회담 결과에 따라 분수령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 영사관 폐쇄, 기업에 대한 제재, 미디어 기자들에 대한 비자 연장 거부 등 이미 미중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 아니러니 하게도 미중 간의 상호 협력이라는 방향에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미중 무역 협상이다. 처음에는 미중 간의 협력 중 유일한 갈등으로 비추어졌던 무역 전쟁이 이제는 유일하게 미중이 함께 노력하고 있는 분야가 되어 버렸다.

이번 8월 15일의 미중 무역 회담은 1단계 합의안의 진행에 대한 점검의 성격이라고 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중국이 1 단계 합의안을 얼마나 준수했는지 살펴보자. Peterson Institute 가 추적한 결과를 그래프로 도시하였다.

6월 말 기준 중국 정부 수입 통계 기준으로 2020년 중국 정부가 수입을 한 규모는 전체의 23.3%에 불과하다. 물론 코로나 19 등의 여러 상황이 발생하였지만 과연 중국이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https://www.reuters.com/article/us-usa-trade-china-energy-graphic/china-only-fulfils-5-of-sino-u-s-energy-trade-deal-in-first-half-of-2020-idUSKCN2500EW

이론적으로 이번 미중 회담의 결과는 3가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이 중국의 실행 결과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이다. 둘째는 미중이 또다시 뾰족한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이다. 셋째는 미국이 중국의 실행 결과에 대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인데 아무리 봐도 그리고 누가 뭐래도 결론은 이 세 번째가 되기 쉽지 않겠는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자신은 무역 회담의 최종 목표(end goal)를 모르겠다고 한 바 있는데 필자는 이를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이제 무역 협상을 통한 미중 간의 관계 정립은 물 건너갔다고 느끼고 있어서일 것으로 본다고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미국의 중국에 대한 평가가 세 번째인 "중국은 미국과의 1단계 합의안을 지키지 않는다"라는 평가로 공식화되면 "과연 미국은 중국에 대하여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는 것이 향후의 핵심 이슈이다. 더구나 10월이면 미국의 대선이 시작된다.  그리고 아마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형 조치는 대선에 들어가면 트럼프 진영에서는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중국에 대하여 대형 조치를 취한다면 10월에 들어서기 전인 늦어도 9월에 시행해야 한다. 따라서 8월 15일의 회담이 끝나면 전례대로 수 일 이내에 미국 측의 상응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1년이 넘는 동안 진행돼온 미중 무역전쟁을 필자가 관찰해 온 바, 그간의 미국의 대중 전략, 전술, 사상에서 비교적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사항들이 언뜻언뜻 보였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그러니까 이번 미중 갈등 주에 나타나고 있는 트럼프 팀의 어떤 특색들이다.

MECE적 사고방식: MECE는 미국의 매킨지 컨설팅이 내부 컨설턴트들을 교육시키는 여러 개념 중의 하나인데 Mutually exclusive and completely exhaustive의 줄인 말로 대상을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하거나 기술할 때 각각은 상호 배제지만 합치면 전체를 포괄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은 미중 간의 쟁투를 부분적 영역이나 부분적 지역을 상정하는 것이 아닌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과 지역을 계산에 넣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모두들 예상하지 못했던 조치가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2. MAXMIN 접근 방법: 미국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조치는 현 단계 최소한의 접근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최악의 상황은 전쟁, 테러, 암살, 생물학전 등 일반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모든 가능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말하면 미국 역시 중국을 대할 때 최악의 수단도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인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중국이 만일 미국이 어떤 수단을 고려의 대상에 포함시키는지 안다면 아마 매우 놀랄 것 같다. 

3. step by step(내부의 이해와 결속을 유도): 미국은 한 걸음에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황이 어쩔 수 없다기보다는 어쩐지 전략적인 움직임처럼 느껴진다. 미국은 모든 정책을 국회의 양당의 양해를 얻고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단계를 거치며 진행하고 있다. 느리게 보이지만 눈덩이가 불어나듯 시간이 가면서 위력이 더해지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이름을 붙인다면 중화권이 부르고 있는 대상만보(大象漫步)가 제일 적당한 이름 같다.

4. 원공근교: 미국이 무역 전쟁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다른 나라들과 무역 협약을 맺으면서 중국과 자유 무역 협약을 맺지 못하게 한 것이다. 관문착적(關門捉賊)의 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MECE 식 사고로 모든 경우의 수를 짚어본 다음 최악의 상황을 생각한 후 가장 멀고 미중 갈등의 끝에서 작용할 바운더리를 먼저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구체적이고 근거리 근시점의 조치를 취해가고 있다. 한 마디로 포위망을 옥죄어 가고 있는 것이다.

5. 내부 붕괴: 필자가 보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 수지타산이 별로 안 맞는 것이다. 그것보다는 지금까지와 같이 전 방면에 걸친 all court pressing을 통하여 중국 내부에서 일이 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즉, 중국 내부의 정권 교체이다.

이상의 기술은 오로지 필자의 개인 견해이다. 따라서 꼭 맞는 이야기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냥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정도로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 미국의 이런 접근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물적인 감각에 냉정한 이성적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 팀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중의 하나만 없어도 미국의 대중 압박은 이렇게까지 성공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 중국은 어떻게 미국에 대처해 왔는가? 먼저 중국은 미국에 의해 급습을 당한 상태로 이 기나긴 미중 갈등을 맞이하였다. 진주만 사건 같은 것일까? 아무튼 시체 말로 선빵을 맞은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압력이 이전과 같이 무역 역조의 규모를 줄이기 위한 의례적인 것으로만 알았지 이렇게까지 확대되고 발전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G20에서 만나 이런저런 요구를 했는데 이때만 해도 중국에게 별 다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 회담 전에 캐나다가 화웨이의 멍완저우를 체포한 것을 트럼프가 이미 보고를 받은 후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중국의 첨단 기업들을 압살해야 한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 회담 자리에 들어서는 그 순간에 멍완저우 건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아마 당시 상황이 중국 지도부에게는 어째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멍완저우 사건을 시작으로 중국은 계속해서 들이닥치는 미국의 파상적인 공격에 숨 돌릴 틈도 없었다.


그 후 이어지는 일련의 중국의 대응에서 필자는 몇 가지 일관된 중국의 방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수세적 대응: 중국은 미국의 공격이 어느 방향에서 어느 영역으로 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여 미국이 공격을 받고 나서야 대응을 하고 있다. 한 번도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즉 미국의 공격에 대한 분석과 예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트럼프의 '전략적 모호성'도 작용을 하고 있다. 필자는 중국이 제대로 대응하려면 어느 시점에서 공세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2. 일대일 동량 대응: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이 중국의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도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게다가 영역도 동일한 영역을 선택하고 있다. 미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중국이 동일 보복해도 상관없는 영역을 중점적으로 조치할 것이 틀림없는데도 말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실리를 빼앗기며 명분만 유지하는 상태가 계속되게 된다. 중국은 지금부터라도 비대응 조치 전략을 채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본다. 도대체 왜 이런 일대일 동량 대응을 하는 것일까? 중국이 미국과 동등한 또는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국가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일까? 필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력이 받쳐 주지 않으면 이런 방식은 자존이 아니라 어리석은 행동일 뿐이다.

3. 쌍무 구도가 아닌 다자간 구도: 중국은 일관 논리로 미국의 불공정한 조치를 공격하여 초기에는 다수 국가들의 동조를 이끌어 내었다. 그래서 미국의 주장을 '단변 주의'로, 그리고 중국의 주장을 '다변 주의'로 정당화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후기에 들어서면서, 그리고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중국의 다변 주의는 힘을 잃었다. 이제 미국이 영향력을 발휘하여 다수 국가들을 반중 그룹에 서게 하면서 '다변 주의'의 논리가 거꾸로 중국의 고립과 정당성의 부재를 증명하는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의 '단변 주의'를 세계에 설명해야 하는 입장으로 몰리고 있다.

3. 미국 협약이 아닌 세계 협약: 다자간 구도와 상통하는 방식으로서 중국은 미국의 요구 사항을 미국과의 협약이라는 프레임으로 해결하지 않고 모든 국가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프레임으로 해결하고 있다. 법규의 개정 등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구체적인 네거티브 리스트 등도 모두 만국 공통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미중 무역 전쟁의 혜택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중국은 미국의 요구로 금융 시장을 열었는데 그 효익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면 모든 나라들이 미국이 보다 많은 양보를 중국으로부터 얻어내기를 기대하게 된다. 즉 이해관계가 미국과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은 어째서 이렇게 우둔한 방식으로 미국에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그 답이 아마도 중국 지도부 내부 사정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다수의 중국의 정치 파벌은 대략 상하이방, 공청단 파벌, 태자당, 그리고 시가군으로 요약된다. 이중 상하이방은 이미 미국의 월가와 이해관계 상으로 깊이 결합된 인물들이 많으며 미중 무역 전쟁에서 미국이 하고 있는 요구들을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공청단 파벌의 인물들은 테크노크라트 위주의 인적 구성이며 판단력과 행정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미국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 소통도 잘할 수 있고 합의도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들이다. 문제는 태자당과 시가군의 경우 강성의 마오쩌둥 주의자들이 많으며 중국에 대한 과도한 자부심과 평가를 가지고 있고 전문성이 낮은 사람들이 많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상하이방과 공청단 파벌을 배척하여 대미 강성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만 가득 차게 된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중국의 바보 같은 대응을 설명할 길이 없다.


이제 8월 15일, 미중 1 단계 합의안의 점검이 이루어지면 양국은 임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미국은 아마도 이미 이후의 전략 전술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아마도 이후에 대한 대책이라는 것은 아마도 '내순환 경제'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내순환 경제'는 선택이 아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를 정의하고 설명할 따름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내순환 경제는 근본적으로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다른 이름으로 부를 뿐이라고 보며 중국 경제의 후퇴를 점치고 있다. 내순환 경제가 성공한다는 것은 중국이 미국이나 서방과의 기술, 상품, 서비스 등의 교류가 적은 상태에서 자력으로 혁신과 기술 및 경제 발전을 한다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오쩌둥 시절의 중국이 떠오를 뿐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지금도 과잉 생산 상태에 있는데 중국의 내수 만으로 경제를 돌린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아래 SCMP 기사 참조) 그리고 지금까지 개방개혁, 그리고 미국과의 협력에서 큰돈의 맛을 본 기득 세력들이 춥고 배고픈 생활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막다른 골목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095990/chinas-economy-turning-inward-will-weak-domestic-demand?utm_medium=email&utm_source=mailchimp&utm_campaign=enlz-gme_trade_war&utm_content=20200804&tpcc=enlz-us_china_trade_war&MCUID=29d24e22fa&MCCampaignID=c500b46274&MCAccountID=3775521f5f542047246d9c827&tc=10


 중국이 이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미 10월에 5중 전회를 열겠다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 5 중전회에서는 15년 중기 계획이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그간 중국의 중기 계획은 주석직의 임기에 맞추어 10년이었다. 왜 이번에 15년이 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시진핑 주석의 임기에 대한 논의, 어쩌면 종신직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5중 전회 계획이 베이다이허 회의가 막 시작한 지금 발표되었다는 것은 시진핑 그룹의 입장이 매우 강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시진핑 주석의 하야설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리고 그렇다면 미중의 갈등은 장기전으로 갈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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