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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07. 2020

ARM China 사건의 전말

국가 간의 갈등이 아닌 기업 내 갈등이다

ARM China(중국 명: 安謀科技(中國)有限公司)의 우숑앙(吴雄昂, 영문명 Allen Wu)이 동사회의 결정에 불복하고 파면에 대항하고 있어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이 사건이 단순히 회사 내의 권력 투쟁 같은 것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중국 정부의  의도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며 향후 중국 내에 설립된 세계 각국의 하이테크 회사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중국 법인의 지배권과 기술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우숑앙(吴雄昂)

https://tech.sina.cn/csj/2020-08-06/doc-iivhvpwx9545597.d.html?pos=18&vt=4&pos=undefined

우숑앙은 2004년에 ARM에 입사하였으며 2013년에 Greater China 지역의 사장이 되었다. 2014년에는 ARM 글로벌 집행 위원회의 일원이 되었다. 2018년에 ARM China가 설립될 시 우숑앙은 순조롭게 동사장 겸 총경리 직을 맡았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때 소프트뱅크는 2018년 ARM China의 지분 51%를 중국의 厚安创新基金에 매각했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이러한 중국 측 주주는 편의 상 하나의 법인을 설립하여 ARM China의 지분을 보유한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중국 내 여러 자본이 모여서 구성된 것이다.

https://new.qq.com/omn/20200801/20200801A0RU6N00.html

차이나 뉴스에 따르면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 6월 4일 ARM China의 동사회에서 7:1로 우숑앙의 면직을 결정한 일이다. 하지만 우숑앙은 이 동사회의 법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고 이 의결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ARM China의 CEO로서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ARM China의 동사회 구성은 우숑앙 본인과 류더시엔(劉德賢), 장홍리(張紅力), Gunther Sebastian hamm 등 RRJ(厚朴基金)의 3인, ARM 본사의 ene Haas, Graham Budd 등 2인, 소프트뱅크의 Alex Bernard Clavel , 소프트뱅크 차이나의 薛村禾, ThunderSoft(中科創達)의 자오홍페이(趙鴻飛) 등 9인이다. 모두 쟁쟁한 인물들이다. ARM 본사는 동사회가 열리기 전인 6월 1일에 이미 우숑앙의 동사 지위를 박탈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숑앙을 지지하는 동사는 1인이었던 셈이다.

https://www.chainnews.com/zh-hant/articles/266864595799.htm

그 후 6월 10일에서 7월 20일까지 ARM China는 네 차례의 언론 보도 내용을 제공하였다.

1차: 우숑앙이 ARM China를 계속 경영한다

2차: 우숑앙을 면직한 동사회 자체가 법적 하자가 있다

3차: COO를 비롯한 내부 직원들의 우숑앙 지지 표명

4차: 영국 본사에 대한 비판 및 중국 정부 및 각층에게 '핵심 기술  전략 자산'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 


여기서 우숑앙 측이 지적하는 동사회의 법적 하자라는 내용은 중국 측 지분에 대한 것이다. 당초에 ARM China를 설립할 당시 RRJ(厚朴基金)와 厚安创新基金이 중국 측 지분으로서 51%인 바 이 두 회사는 동사회 등 51%의 주권을 행사 함에 있어서 공동 관리, 공동 행동을 하기로 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말은 이 두 회사 중의 하나가 우숑앙을 지지했고 다른 하나는 지지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필자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으나 이 것은 중국 측 지분 두 회사 간의 쟁의이고 ARM China 동사회 자체의 결정에는 영향을 줄 수 없는 일로 생각이 된다.

ARM 측은 두 차례 답변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보한 증거로 볼 때 우숑양은 회사 측에 이해 충돌을 일으켰으며 회사 준칙 위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해임했다고 1차 답변은 전했다. 두 번째 대응 역시 우숑양 본인을 둘러싸고 회사 인감 제출 거부, 사사건건 허위사실 유포 등을 했다며 중국 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였다.


ARM은 또한 우숑양이 미국 국적자임을 부각하며 비난하였는데 그가 회사의 동의를 얻지 않고 외부에 Alphatecture라는 펀드를 조성 운영을 하여 운영을 시작했으며 선전시 일미전자 유한책임공사(深圳市得一微電子有限責任公司)와 국내 TWS칩 제조업체 항현 테크놀로지(恆玄科技)에 투자하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항현 테크놀로지는 ARM의 고객이다.

사실 양측의 언론 발표 내용을 보면 엄청난 비리나 사법 대상이 될만한 사건들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류의 갈등은 어느 나라 어느 기업에서나 왕왕 일어나던 일이다. 그리고 우숑양 본인도 미국인인 데다가 동사회 구성도 인종만 중국계일뿐 대부분 외국 국적자들이다. 그러니 중국의 민족 정서를 건드릴 만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진정한 갈등의 내용은 우숑양이 동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임의로 청두(成都)에  Arm 서부연구소를 설립하고 난징(南京)에 AI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독단적인 경영을 했다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ARM China 설립 시 동사회 성원들은 선전 시 정부에 본사를 설립한다는 약속을 했으나 우숑양은 이 또한 무시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회사 내의 정치 이슈에 불과한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중요한 것은 중국 SoC의 95%가 ARM의 아키텍처와 기술을 사용하여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150개가 넘는 하이테크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ARM에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면 화웨이(華爲), HIK(海思), UNISOC(紫光展銳) 등이다. 미국의 대중 기술 통제가 엄격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ARM은 결국 중국에 대한 기술 제공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타이완의 TSMC 또한 더 이상 중국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정했다. 그리고 중국 자체 반도체 회사들은 기술적으로 적어도 2 세대 이상 뒤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은 ARM의 기술 공급선을 유지하려 할 것이고 이를 기대하여 우숑앙과 중국 직원들이 애국심 또는 사심을 강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7월 28일 ARM China 직원들이 우숑양에게 동조하는 서명을 하여 공개함으로써 더욱 정치성을 가지게 되었다. 아래의 ARM 중국 직원들 명의의 공개 서신을 보면 ARM China는 중국 자본 51%, ARM 지분 49%로 구성이 되어 당연히 중국 측의 51% 지분에 해당되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또한 ARM China가 중국 시장에서 영구히 독점적으로 ARM의 제품을 판매할 권리가 있으며 ARM의 아키텍처를 이용한 자주적인 연구 개발권이 있다는 것이다. ARM China는 2019년 매출은 50% 증가, ARM 글로벌 IP 매출의 27%, 그리고 수익 100% 증가를 달성했다고 자신들의 성과를 말하며 자주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AI를 위한 周易, IoT를 위한 CPU 코어인 星辰, IoT 플랫폼인 上海 등을 개발해 내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이들의 뜻은 ARM 본사와는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ARM의 아키텍처와 기술을 사용하여 독립적으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여 중국 시장에서의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지분 51%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두 주주의 생각이 달랐던 것이 아닌가?

https://www.eet-china.com/mp/a23317.html

하기는 동사들의 선전 행을 무시하고 우숑양이 청두나 난징의 연구소 등의 설립을 강행한 것을 직원들이 보았을 때에는 우숑양이 그들 편이고 동사들에게는 적대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이런 정책 사항은 원래부터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분규가 일어나게 된 근본 원인은 중국 측 지분이 51%라는데 있다. 당초 왜 ARM은 중국 법인의 51% 지분을 매각한 것일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는 충분히 예견 가능했는데 말이다. 돌이켜 보면 2018년 소프트뱅크는 ARM Technology China 지분 51%를 7,752억 달러에 厚安创新基金에 매각하였었다. 아마도 51%의 주도 지분을 넘긴다 하더라도 기술이 본사에 있는 한 실질적인 운영은 ARM 본사가 장악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더구나 매각 대상이 재무적 투자자이니 만큼 이 생각에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6월부터 지금까지 NVIDIA가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매체는 NVIDIA가 자사 주가의 고공 행진에 힘입어 ARM을 현금 320억 달러 이상을 주고 인수하려 한다고 전하기도 하였다. (https://www.techspot.com/news/86101-report-nvidia-considering-buying-arm.html)했을 것이다. 사실 320억 달러라면 원래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가격이 310억 달러이므로 소프트뱅크의 지난 실적에 비교해 볼 때 그리 엄청난 실적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보다 훨씬 큰 금액을 예상하기도 한 모양인데 ARM China 사건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https://www.businessinsider.com/arm-conflict-china-complicates-acquisition-prospects-2020-8?r=AU&IR=T


양쪽이 이런 식으로 대치를 계속해 나간다면 결국은 중국 정부의 태도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 필자가 보기에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있을 수 없다. 이미 ARM China는 중국 측 지분이 51%인 경영권 확보 기업이다. 중국 측 지분과 ARM 본사 측 지분이 대결한다면 개입의 여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중국 지분 내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ARM의 입장이 지금 완전히 중국과 결렬된 것이냐 하면 아직은 그렇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ARM도 중국 시장을 잃고 싶지 않아 한다. ARM과의 협력이 향후 지속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필히 지속해야 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일 것이다. 그리고 이미 제공된 과거 버전의 기술은 현재도 계속 사용할 수가 있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 사건은 미중 갈등의 상황을 타고 한 기업 내의 갈등이 터져 나온 사건 정도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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