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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09. 2020

베이다이허 회의: 시진핑 주석의 하야 또는 장기 집권

지난 8월 1일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창군 기념일이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커다란 행사는 열리지 않았고 지역적으로 소규모 행사들이 열리는 정도였다. 이날 인민해방군의 기관지에서 기념 논설과 보도들이 실렸는데 시진핑 주석이 당연히 헤드라인에 실렸다. 그런데 반중 인사인 천포콩(陳破空)은 이 날의 기사에서 시진핑을 국가 주석이라고 칭했지만 군사위원회 주석이라는 칭호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매우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고 하였다.

중국은 최근 뢰이저우 반도의 서쪽 내해에서 군사 훈련을 하여 미국을 두려워한다는 중화권의 냉소를 샀다.

천포콩은 이어서 남해에서 거행되고 있는 해방군의 군사 훈련 보도에서 특이할 만한 기사가 있다고 지적하였는데 기실 이 기사는 천포콩 뿐만 아니라 중화권 여러 매체가 주의하고 있는 기사이다. 그 내용은 훈련 중인 군함 중의 하나인 로마호(骆马湖) 함이 훈련을 위해 함포 사격을 하였는데 포탄이 5발 남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함장의 지시로 모두 쏘아 버렸으며 사격 훈련의 결과는 우수했다 하고 사실을 전했다. 그러나 그 뒤에 지대의 참모장이 이렇게 군사 훈련을 하는 것은 낭비라고 비평하며 고가인 포탄을 이렇게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현장의 부대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였다고 한다.

http://www.chinanews.com/mil/2020/08-04/9255615.shtml

필자는 중국 군함, 포탄, 이런 단어들을 들으면 예전의 청일 전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리홍장은 서태후의 명을 받고 일본과 서해에서 싸웠다. 객관적 전력은 청나라의 북양 함대가 훨씬 우세했으나 실제 전투는 일방적으로 일본군에게 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 패전의 이유가 오랜 기간 부패한 청나라의 군대가 실제로는 포탄 등을 구매하지 않고 두부나 깻묵 등을 뭉쳐 만든 가짜 포탄을 가져다 놓고 공금을 횡령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군함에 적중한 청나라 군대의 포탄이 터지지가 않아 일본군이 살펴보니 가짜 포탄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군은 이를 보고 승리를 확신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수 일전 중국의 자동차 회사인 동펑 자동차(东风汽车)가 인민해방군에 납품한 장갑차량이 방탄 장갑 대신 일반 철판을 사용한 것이 들통나서 큰 물의를 일으킨 뉴스도 생각난다.

동펑 자동차(东风汽车)의 군용 차량 멍스(猛士)

각설하고, 중화권 미디어들이 이 기사에 주의하는 이유는 인민 해방군 내부의 의견 불일치를 외부에 보도하는 것은 기존의 중국 공산당 체계 또는 인민해방군 체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사소한 이야기가 군부 내부의 갈등을 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인민해방군 내부에 적게는 이번 군사 훈련, 크게 생각하면 미중 군사 대립, 중간이라면 현재의 군부 상황에 불만 및 이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과 이어있는 보도가 미 허드슨 연구소의 Michael Pillsbury(白邦瑞)이 중국의 인민 해방군은 미국과 싸울 준비가 아직 안되어 있다고 발언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고 한 것이다. 이 내용은 한 반중 매체에서 찾았는데 정작 Michael Pillsbury의 보도 내용을 찾지 못해 사실 여부는 잘 알 수가 없다.(https://www.youtube.com/watch?v=nf8T-rp1qco&list=WL&index=2&t=487s)


이렇게 중국의 약한 모습들이 부각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미국이 거칠게 일련의 대중 압박 조치들을 끊임없이 내어 놓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가장 성공적인 중국의 독자 아이디어 서비스인 TiK TOK에 대해서 신뢰할 수 있는 미국 기업에 매각하거나 철수할 것을 명령했고 이어서 wecaht에 대한 제재를 계획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CLEAN NETWORK 정책을 발표하여 중국이 해저 케이블과 같은 물리적인 네트워크에서부터 중국전신과 같은 통신 사업자, 그리고 알리바바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 TIK TOK과 같은 어플, 최종적으로는 화웨이와 같은 소비자 단말기까지 중국 기업들을 몰아내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https://www.state.gov/announcing-the-expansion-of-the-clean-network-to-safeguard-americas-assets/

미국은 이어서 홍콩 국안법 관련 11인의 중국 관원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였는데 이것은 지금 진행 중인 베이다이허 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이 11명의 관원들 중 7명은 홍콩, 4명이 중국 본토 관원이었는 바 홍콩의 가장 계급이 높은 사람은 캐리 람 행정 장관이었고 대륙의 최 고위직은 샤바오룽(夏宝龙)이었다. 샤오바룽은 성 서기를 지낸 인물이다. 

샤바오룽(夏宝龙)

일부 중화권에서는 이보다 더 고위직을 제재했어야 한다고 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만일 샤오바룽보다 더 높은 사람이라면 총리, 부총리가 된다. 하지만 부총리를 제재 대상으로 한다면 현 부총리인 한정(韩正), 쑨춘란(孙春兰), 후춘화(胡春华), 그리고 류허(刘鹤) 중에서 일부 또는 전부를 선택해야 한다. 홍콩 업무를 관장하는 한정의 경우 집단 지도 체계인 중국의 국가 체계에서 가장 높은 지위로서 중국을 대표한다. 따라서 한정을 제재하는 것은 명분 상 중국의 최고 지도자를 제재하는 것이 되어 선전포고와 동일한 의미를 갖게 되므로 현 단계에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쑨춘란, 후춘화 등은 업무 상으로 관련이 없거니와 실권이 없어 중국에 대한 타격의 의미가 없다. 류허 부총리의 경우 현재 미국과의 대화 채널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제재 가능한 최고위직까지 제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여기에 새삼스럽게 스위스 은행의 중국인 예금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의 외무부 장관 Ignazio Cassis스위스는 "스위스는 EU와 관계가 없는 관계를 감당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 이 발언은 스위스와 중국 간의 관계가 멀어지고 있다는 맥락에서 중국의 홍콩 일국양제의 포기는 홍콩에 투자한 많은 스위스 은행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발언 중에 나와 스위스가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 제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론들을 낳고 있는 것이다. 바로 작년 8월 양회 기간 중 인민 대표 중의 한 사람인 지아캉(贾康)이 SNS에 올렸던 "스위스 UBS에 중국인 100인의 예금 액수가 7.8조 위안이라고 한다"라는 글로 중화권 전역에 반향을 일으켰던 일과 연결 지어서 스위스가 중국에 대한 제재에 참여하면 이 거금이 동결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베이다이허에 모여있는 중국의 지도부 인사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그런 추론들도 난무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의 갈수록 거칠어지는 대중 압박, 고위 관원들에 대한 제재, 남중국해에서의 점증하는 무력시위 등은 모두 현재 진행 중인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진핑의 하야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사건이 일어날 것인가? 재미 중국 전문가 청샤오농(程晓农)에 의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재미 중국 전문가 청샤오농(程晓农)

그는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하나는 현재의 미중 갈등 국면은 반대 파벌을 무시하고 시진핑이 '중국몽'을 독단적으로 추진한 결과가 아니라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韬光养晦)'에서부터 시작되는 중국 전략의 피치 못할 결과라고 한다. 다시 말해 중국의 도광양회는 전략의 종착점이 아니라 도광양회를 통해 힘을 키운 후  중국의 국력을 시위하여 미국의 양보를 얻어 세계질서를 바꾼다는 전략이었으며 이를 통해 중국이 군사정치경제적 이익을 더 많이 얻고, 힘을 키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군부는 군사력 강화를 원했고 시진핑 주석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대외적, 대내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불안이나 동요를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는 매우 정확한 지적이다. 중국이 지금 시진핑 주석을 낙마시키는 것은 현재와 같이 미국의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는 굴복하는 것이며 이는 다시 대내적으로 인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청샤오농은 중국이 3 단계 대응을 할 것이라고 한다. 

1단계: 인민들에게 난국을 함께 헤쳐 나갈 것을 요청한다

2단계: 대미 냉전을 적절한 수준에서 자제하며 전기를 기다린다

3단계: 반미 선전을 강화한다


여기서 1, 3 단계는 기본적으로 선전전이다. 많은 한국 분들에게 이런 공산당 특유의 선전전에 대해서 그 의미나 영향이 크게 닿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창당 시기부터 혁명에 성공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무력'과 '선전' 이 두 가지 수단을 공산당의 양대 무기로 삼아왔다. 예를 들면 지금은 미국을 자극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일시에 모든 댓글 부대들이 활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그리고 대내적으로 중국 인민들에게는 “处变不惊,共度时艰”이라고 하여 "환경이 변해도 놀라지 말고 함께 난국을 이겨 나가자"라고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최근 중국 공산당은 이전의 강경한 태도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주미 중국 대사 최이텐카이는 "미중의 긴장 국면을 바라지 않는다. 미중은 대결보다는 협력을 해야 한다"라고 최근의 한 미디어에서 이야기하였다. 왕이 외교부 부장도 신화사와의 인터뷰에서 말투는 당당했지만 결국 남중국해에서 미중 양국이 새로운 규칙을 상의해서 정하자는 제안을 하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어디에서 누구와도 어떤 주제도 이야기하겠다는 최근의 중국 외교부의 발언을 보면 미국에 양보할 뜻을 비추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중국 위주의 사고방식이어서 미국이 받아들일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말이다. 바로 이렇게 미국이 받아들일 만한 제안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역설적으로 청샤오농의 견해가 힘을 얻는다.


청샤오농의 뜻은 지금처럼 인민과 공산당이 서로 멀어지고 충돌할 위험이 있을 때에는 공산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의미이다. 비록 시진핑이 너무 일찍 나선 감은 있지만 모두 원래 원로들을 포함하여 그동안 중국 공산당이 전략, 장기 계획 등을 통해 공유된 내용을 추진하는 것이어서 일방적으로 시진핑의 잘못으로 몰아세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의 단결을 표시하고 시진핑 주석의 권위를 유지해 주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https://www.rfa.org/mandarin/pinglun/chengxiaonong/cxn-08062020155917.html

이런 청샤오농의 해설은 다소 뚱딴지처럼 여겨졌던 일부 보도(필자를 포함해서)가 아주 엉뚱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시진핑 측이 2035년까지 집권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보도들 말이다. 일본《日经亚洲评论》의 나카자와 카츠이(中泽克二)는 6일의 글에서 주장하기를 "최근 신화사가 보도한 내용에서 10월 5중 전회를 여는 의제가 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장기 목표'라는 것은 시진핑 주석이 그때까지 장기 집권을 하겠다는 의도다"라고 한다. 그저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었던 필자와는 달리 나카자와는 '한 정치적으로 권위 있는 인사'의 말을 근거로 확보한 모양이다. "시진핑 주석의 진정한 의도는 장기 집권이며 이번 5중 전회는 다시 15년을 더 집정하겠다는 선언이다"

https://www.aboluowang.com/2020/0808/1486890.html

니케이에 의하면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베이다이허 회의 이전에 결정 및 발표를 함으로써 이미 베이다이허 회의나 원로들의 의견은 이전처럼 중요한 권위를 가지기 힘들어졌다고도 말하고 있다. 이 보도 내용도 이해가 되는 것은 지난 후진타오 정권 시기에는 베이다이허 회의라는 것이 없어졌던 원인이다. 당시 후진타오는 실질적인 권력이 아직도 상하이 방 및 장쩌민 전 주석의 손에 있었기 때문에 베이다이허 회의를 하여 원로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본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굴욕적이었을 수도 있었다. 시진핑 주석에 들어서서 베이다이허 회의가 재개된 것도 시진핑 주석 본인에게 도움이 되어서일 가능성이 많고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베이다이허 회의에 무게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 시기의 슈퍼 파워인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인 전쟁을 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타이완은 자신들이 대리 전쟁터가 될까 걱정한다. 한국도 한반도에서 또다시 대리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경계하여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적극적인 친중 반공 정책을  취해줄 것을 요구하는 바 이 또한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센가쿠 열도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북한도 신속하게 중국을 지지한다고 했는데 이 또한 미국의 화살을 피하고 중국의 등 뒤에 숨으려 하는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각국의 움직임에는 자국의 이익이 있을 뿐이지 누구도 중국 인민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런 환경 하에서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공격을 두렵기는 하겠으나 중국 공산당을 멸절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공산당, 그리고 시진핑 정권의 장기 집권을 도모하는데 이용하려 한다. 필자는 이러한 일련의 보도들에서 중국 정치의 본질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중국 공산당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중국 인민들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 점을 꿰뚫어 본 미국이  '중국'과 '중국 공산당'은 다르다고 표명하고 있다. 또한 '중국 인민'과 '중국 공산당'은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선전전을 펼친다. 미국은 '중국 인민'들과 '중국 공산당'의 대결 프레임으로, 중국 공산당은 '중국'과 '미국'의 대결 프레임으로 각각 선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미중의 대결 속에 동북아,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하면서 인류 공영의 길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은 중국 인민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 외에 다른 유효한 전략은 없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이라는 단어 속에 '중국 공산당'과 '중국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일체화하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중국'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중국 인민'들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 나가는 것이야 말로 '중국 공산당'이 바라마지 않는 것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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